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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난무' 드라마 현장…배우로서 겁나지만 고백합니다"

지웅 기자| 승인 2018-01-30 21:46
- '대한민국 모든 드라마는 불법이다'
- 스태프 추락 사고에.. '도저히 안 되겠다'
- 평균 하루 19시간 근로.. '일주일에 7시간 자기도'
- 춥다 말도 못하고 울고만 있는 아이들 보며..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나'
- 스태프들, 어마어마한 노동에도 한 달에 30만원 받기도
- 현장서 힘 없는 사람에 가해지는 '폭언과 욕설' 목격
-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지켜줬으면
- 법 개정, 근로감독관 감시도 필요
- 인간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다운 삶 누릴 권리 있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1월 29일 (월)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허정도(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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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대한민국 모든 드라마는 불법이다’, 최근에 한 배우가 드라마 제작 현장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폭로하는 글들을 세상에 내놨습니다. 보는 사람 뿐 아니라 만드는 사람들도 행복한 드라마를 꿈꾼다는 배우, 허정도 씨인데요.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허정도> 안녕하세요. 배우 허정도입니다.

◇ 정관용> 몇 년째시죠, 배우생활?

◆ 허정도> 한 12년 정도 됐습니다.

◇ 정관용> 12년.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라고 표현하는 게 저는 적합할 것 같은데요. 제가 드라마를 별로 안 봐서.

◆ 허정도> (웃음) 아마 처음이시지 않을까.

◇ 정관용> (웃음) 어디에서 본 듯 한 것 같기는 해요. 주요 작품 어떤 작품들에 출연하셨죠?

◆ 허정도> 여러분들이 기억하실 만한 작품은 ‘밀회’라는 작품에서 제가 유아인 씨가 다니는 피아노과의 조교 역할을 했었고요.

◇ 정관용> 유아인, 김희애 씨 나왔던 피아노과의 조교.

◆ 허정도> 네. ‘밀회’에서 ‘정유라, 최태민’ 출석을 부른 게 저였거든요.

◇ 정관용> 그런 장면이 있었어요? 그리고요.

◆ 허정도> 그리고 그다음에 기억하실 만한 게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독선생’ 역할을 했었고 그다음에 '미세스 캅1'에서 조재덕 형사, 그다음에 또 기억하실 만한 건 'W'라는 작품에서 '미친개'라는 의사 역할을 했었습니다.

◇ 정관용> ‘W'라는 작품이 만화와 현실을 왔다 갔다 하는 그런.

◆ 허정도> 어, 아시네요. (웃음)

◇ 정관용> 그런 드라마죠? 제가 본 건 아니고 ,기사는 좀 봐요, 그래도. (웃음) 거기에서.

◆ 허정도> 주인공 한효주의 교수, 의대 교수.

◇ 정관용> 그러니까 대체로 상당히 유명하고 널리 사랑받은 드라마들에 자주 캐스팅되는 배우신데.

◆ 허정도> 운 좋게도 그런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단역이라고 말하기는 그렇고 조연이라고 말할까요.

◆ 허정도> 고정이라고 보통. 고정역할인데 조연, 조연이죠.

◇ 정관용> 그런 생활을 지금 근 10년 이상 이렇게.

◆ 허정도> 드라마를 한 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고요. 드라마는 한 4~5년 그 정도 됐습니다.

◇ 정관용> 그 전에는 주로 연극.

◆ 허정도> 주로 연극, 독립영화 이렇게 했었습니다.

◇ 정관용> 아무래도 그런 식으로 하시다가 드라마를. 영화는 하신 적 없으세요?

◆ 허정도> 상업영화는 많이는 제가 못했고요. 아마 말씀을 드려도 또 기억을 못 하실 겁니다.

◇ 정관용> 흥행 잘한 영화는 없군요?

◆ 허정도> 있습니다. ‘암살’에도 나왔습니다.

◇ 정관용> 암살에?

◆ 허정도> 워낙 조금 나왔어서.

◇ 정관용> 저 ‘암살’ 봤는데.

◆ 허정도> 기억을 아마 못하실 거예요.

◇ 정관용> 어떤 역할이셨죠?

◆ 허정도> 이정재 선배님이 아편에 취해서 아수라장을 만들어놨을 때 제가 가서 정리하고 돈 던져주고 나왔던. 기억 못하시죠? (웃음)

◇ 정관용> 아, 아무튼 일제 형사의 말단쯤 되는.

◆ 허정도> 예, 딱 앞잡이 정도.

◇ 정관용> 그 장면 기억나는 것 같아요. 어디서 본 듯한. (웃음) 그러면 사실 연극 출신, 또 연극에서 이렇게 뼈가 굵어서 드라마나 영화를 하려고 하는 많은 배우들이 있잖아요. 그중에 그래도 우리 허정도 씨는 주요 작품에 계속 끊임없이 캐스팅되고 나름 잘 나간다고 할 수 있는 배우신데, 맞죠?

◆ 허정도> 잘 나가지는 않지만 꾸준히 불러주신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 정도면 배우 세계 전체에서는 꽤 잘 나가는 거 아닙니까?

◆ 허정도> 그냥 운이 좀 좋았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아주 작심하고 총대를 메셨네요.

◆ 허정도> 원래는 총대를 메겠다라는 마음은 아니었고요. 그냥 제가 이게 너무 불편해서, 제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아서 좀, 이제는 더 보고 있지는 못하겠다는 마음이 제일 컸죠. 처음 시작은 그랬고요.

그런데 이런저런 인터뷰 요청도 하시고 또 글을 써달라는 말씀도 하시고 거기에서 그 제안들을 굳이 제가 피할 필요가 있나. 그래서 그 역할을 그냥 지금은 해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블로그에 쓰신 글, 그다음에 한겨레신문에 시론으로 쓰신 글을 제가 쭉 봤는데 ‘대한민국 모든 드라마는 불법이다’라는 제목을 붙인 이 글이 참 충격적입니다.

◆ 허정도> 저도 사실 이 제목을 붙이고 이제 심쿵심쿵했습니다. (웃음) 이 제목을 정말 내가 써도 되나. 그런데 제가 사실 그것 말고 다른 글을 썼었거든요. 되게 평범하게 ‘이런 이런 게 문제니 이런 이런 점을 고쳐주세요’라고 되게 예의바르게 한 글을 썼는데 그게 보고 나니까 뭔가 지금 제 심장이 뛰는 글이 아닌 거예요.

그래서 다 버리고 다시 지금 당장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해보자 하니까 그 제목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거기에는 조금 사연이 있는 게 지난해 12월 19일날 정부가 이제 5개 부처 종합대책을 통해서 방송계의 갑질 근절을 위한 그 대책을 내놨고 그런데 그 나흘 뒤에.

◇ 정관용>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

◆ 허정도> 예, 맞습니다. 그런데 그 나흘 뒤에 드라마 한 현장에서 스태프가 이렇게 추락을 해서 하반신마비를 입는 사고가 있었고요. 그리고 나서 제가 글을 썼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그런데 제 글이 올라가고 또 열흘 있다가 또 한 현장에서 집으로 가시다가 한 스태프가 쓰러지셨는데 돌아가신 사고가 발생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조금 약간 다급한 마음. 왜냐하면 이 현장은 정말 언제든지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현장이기 때문에 그런 좀 경종을 울리고 싶다. 저도 좀 세게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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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허정도 (사진=본인 제공)
◇ 정관용> 왜 불법입니까? 모든 드라마가 왜 불법이에요? 어떤 법을 어떻게 어기고 있어요?

◆ 허정도> 사실 저는 처음에는 이게 다 불법인지 몰랐습니다. 그냥 합법인데 법이 잘못됐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가 이제 공부를 해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 정관용> 다 법을 안 지키는 거예요?

◆ 허정도> 예, 법을 지키지 않고 있고요. 가장 대표적인 게 제가 여러 법을 썼지만 가장 대표적인 게 근로기준법.

◇ 정관용> 어떤 면에서 위법입니까?

◆ 허정도> 일단은 노동시간이 제일 큰 위법입니다. 노동시간이 특례조항이라고 59조에 영화 및 흥행업 이렇게 나와 있기는 한데 그래도 현장에서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어야 된다고 법 조항에는 나와 있거든요.

◇ 정관용> 그러면 근로시간을 연장해도 된다. 그런데 서면합의 없죠, 다?

◆ 허정도> 없습니다. 제가 알아보기로는.

◇ 정관용> 보통 몇 시간 일을 해요? 드라마 촬영하러 가면?

◆ 허정도> 이게 정말 아마 상상하시기 힘들 텐데. 평균 보니까 그때 영화산업노조에서 이렇게 말씀하신 통계를 보니까 2016년에 하루에 평균 한 19시간.

◇ 정관용> 하루에 19시간?

◆ 허정도> 네, 그런데 소위 생방송이라고 하는. 그러니까 만들면서 바로 드라마를 트는 그 체제로 들어가면 20시간을 넘는 경우가 우습고 어떤 경우에는 ‘나는 한 일주일에 7시간 자봤다’ 이런 분들도 있고.

◇ 정관용> 본인의 경험은 어땠어요?

◆ 허정도> 저도 제가 제일 빡세게 찍었던 게 일주일에 한 12시간 잔 거. 그 정도는 해 봤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일주일에 12시간을 자요? 계속 밤새는 거네요?

◆ 허정도> 쪽잠을 자는 거죠.

◇ 정관용> 그냥 계속, 계속 촬영 현장에 있는 거예요?

◆ 허정도> 아니요. 그런데 잠깐 숙소 들어갔다가 나오기도 하고. 씻고 1시간이라도 눈을 붙이고 나오기도 하고 그런데 저는 배우라서 좀 나은 편인데 스태프들은 더 하죠.

◇ 정관용> 스태프가 더 하죠.

◆ 허정도> 더 하죠.

◇ 정관용> 그런데 그게 1년 12달 이렇게 되는 건 아니죠?

◆ 허정도> 촬영기간 동안은 거의 이제 생방송 들어가면 거의 그렇죠. 그런데 생방 전에 그 기간이 그렇게 길지도 않거든요. 그런데 또 사전제작을 했던 드라마도 사실 결국 제작비의 문제기 때문에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얘기도.

◇ 정관용> 촬영기간, 제작기간은 짧을 수밖에 없고 그 기간 중에는 어쨌든 그런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주연급 배우도 마찬가지입니까?

◆ 허정도> 주연급 배우가 제일 심하죠. 그 배우로서는.

◇ 정관용> 그런가요?

◆ 허정도>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야 되기 때문에 제일 심하죠.

◇ 정관용> 감독, 촬영감독 이런 분들도 그러면 똑같이 그렇게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겠군요.

◆ 허정도> 다 같이 합니다.

◇ 정관용> 이거는 뭔가 관행의 문제가 있군요.

◆ 허정도> 그렇죠, 이게 진짜 말 그대로 관행이고요. 저는 이게 그래도 합법인 관행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 정관용> 보조출연자, 조연 이런 사람들 뿐 아니라 거기에 참여하는 모두가 우리가 정말 다 대스타로 추앙하는 사람들도 일단 드라마 시작했다고 그러면 그렇게 죽어나더라.

◆ 허정도>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게 현실이다? 근로기준법 위반 또 그 다음에는요?

◆ 허정도> 그리고 제가 제일 안타까웠던 것에 하나가 아이들. 아동청소년. 같이 밤샙니다, 그냥.

◇ 정관용> 아역들도?

◆ 허정도> 다를 게 없다고 보시면 되고 똑같이 밤도 새고 똑같이 욕도 먹고 사실 법으로도 그게 나와 있거든요. 15세 이하는 12시 이후까지는 찍을 수 없고 또 10시에서 12시 사이에 찍으려고 그러면 부모 동의나 이런 게 있어야 된다. 혹은 다음 날 휴일이어야 한다 이런 게 있는데 전혀 그거랑 상관없이 그냥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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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도 씨가 쓴 글의 일부. 원문은 http://www.actordo.com/ 로 가시면 볼 수 있습니다. (사진= 본인 블로그 캡처)
◇ 정관용> 블로그에 쓰신 글을 보니까 그런 촬영현장에서 아역배우들이 막 울고 그랬다면서요.

◆ 허정도> 네, 그러니까 그 현장은 정확히는 아역 보조출연자들이었는데요. 겨울에 야외촬영하면 정말 춥거든요. 특히나 의상이라는 것이 모두가 패딩을 입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래서 얇은 의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 어른들은 그래도 조금 자기가 알아서 안에 좀 껴입기도 하는데 그 아이들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워낙에 날씨가 추운 날이었고.

그런데 그때 아이들이 춥다고 말도 못하고 그냥 이제 하염없이 울고 있는 거예요. 뭐 좀 입혀주세요라고 말도 못하고 워낙 나이도 어리고 또 보조출연자고 그러니까. 그걸 보면서 참 내가 지금 여기에서 뭘 하고 있나 이런 생각이 좀 들었었죠.

◇ 정관용> 게다가 특히 이제 보조출연이나 조연급 이하로 가면 갈수록 임금도 최저임금법 위반이죠?

◆ 허정도> 스태프들이 특히나 그럴 겁니다. 배우들은 좀 임금 체계가 다른데요. 회당 얼마, 이렇게 하는데 그게 시간과 상관없이 사실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단역배우들은 계산해 보면 최저임금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 회차를 찍다 보면 그 안에 대기시간도 길고 또 지방으로 가야 되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파트마다 좀 임금체계가 다릅니다.

◇ 정관용> 스태프들은요? 대부분 최저임금 위반이에요?

◆ 허정도> 그렇지는 않고요. 경력에 따라서 있는데 제가 들은 건 기사에 난 것은 50만 원까지 읽어봤고요, 기사는. 그런데 제가 들은 바로는 30만 원까지, 한 달에 어마어마한 노동을 하고도 30만 원 받았다는 얘기까지 들어봤습니다.

◇ 정관용> 월 50만 원, 월 30만 원?

◆ 허정도> 네.

◇ 정관용> 그런 스태프 인력들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죠? 드라마 하나 하려면.

◆ 허정도> 그렇죠.

◇ 정관용> 촬영, 분장, 의상 그냥 행정. 수백 명 아닙니까? 사실?

◆ 허정도> 내부, 외부. 촬영현장 그리고 내부에서 편집하시고 이런 것까지 다 합치면 아주 많죠.

◇ 정관용> 그런데 그 가운데 경력이 얼마 안 될수록 대부분 정말 박봉에 시달리더라?

◆ 허정도> 배우들도 마찬가지고 스태프들도 마찬가지고 낮고 어릴수록 더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아까도 잠깐 언급했지만 현장에서 떨어져서 이런 건 산업안전보건법 이런 것도 위반입니까?

◆ 허정도> 그러니까 제가 살짝 그 법을 보니까 안전담당자도 있어야 하고 또 환경적으로는 검사도 해야 하고 이런 것들이 다 있는데 그런 걸 저는 본 적이 없고.

그리고 최근에 사건이 터졌을 때 정부에서도 갔을 때 어떤 안전과 그런 것에 대한 아무런 대비가 안 돼 있어서 많은 지적을 했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대부분의 현장이 그렇습니다.

◇ 정관용> 생명의 위협까지도 당하는 거죠?

◆ 허정도> 그렇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죠.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제가 보니까 한 일곱 분이 돌아가셨고 그리고 올해도 한 분 돌아가셨고. 작년에는 한 분이 부상을 당하셨고 독립PD 쪽에 계신 분이 또 돌아가신 분이 계시고 끊임없이 발생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현장에서 ‘폭언의 순간들’을 목격하고 상처를 입었다. 어떤 폭언이에요, 이건?

◆ 허정도> 욕설도 있고. 그 욕설이 심지어는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한테도 10원짜리 욕설을 하기도 합니다.

◇ 정관용> 그래요? 맡은 책무에 따라서?

◆ 허정도> 그러니까 힘이 없으면 그렇게 되는 거죠. 나이 이런 문제가 아니라, 힘이 없고 약한 사람들은 그런 걸 당하고요. 그리고 이렇게 아주 모욕적인 표현.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런 것들도 제가 봤고. 그건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 경우들은 워낙에 많아서.

그런데 저는 또 배우이고 그래서 많이 못 본 것일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실제로 또 사람들이 더 낮은 사람들, 또 이름이 없는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들어보면 더 심한 경우도 많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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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허정도 (사진= 허정도 블로그 캡처)
◇ 정관용> 본인도 직접 그런 폭언을 듣거나 이런 적이 있어요?

◆ 허정도> 있죠. 이렇게 완전 쌍욕은 아닌데 모욕적인 표현들을 제가 들어본 적은 분명히 있죠.

◇ 정관용> 어떤 사람이에요?

◆ 허정도> 제가 사실 처음 드라마 현장 갔을 때 그랬었거든요. 단역으로 갔을 때 제가 잘 모르는데 주변의 조명을 가렸나 봐요. 아주 그냥 너무 긴장해서 저는 덜덜덜하고 있는데 누가 한 분이 달려오시더니 ‘당신 때문에 조명 가렸잖아’, 저는 처음 보는 분이고 잘은 모르지만 저랑 연배가 비슷하거나 어릴 것 같은데 이렇게 대놓고 반말을 하거나 이러는 경우들도 흔하게 있습니다.

◇ 정관용> 이런 현장 고발 이야기할 때마다 많은 분들이 또 그런 표현을 씁니다. 특히나 이런 예술 계통, 연예 계통 일을 하는 사람들은 소위 열정페이. 좋아해서 하는 일인데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말도 하시는 분도 있죠?

◆ 허정도> 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합니다. 열정페이든 아니면 비인격적인 대우든. 저는 어쩌면 그 생각이 아주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인간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누가 어리다고 혹은 누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혹은 누가 여성이라고 혹은 누가 다른 인종이라고 그런 권리를 누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생각이고. 사실 역사적으로는 그런 것들이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고 히틀러나 아니면 일본도 우리 또 조선인들을 그렇게 대했었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가장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 허정도> 시스템이죠.

◇ 정관용> 어떤 시스템이요, 그러니까?

◆ 허정도> 법이 있기는 있습니다. 그 법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고요.

◇ 정관용> 아무도 감시감독도 안 하고.

◆ 허정도> 안 하고 있고요.

◇ 정관용> 고발도 안 하고.

◆ 허정도> 고발하기가 힘들죠.

◇ 정관용> 힘들고.

◆ 허정도> 왜냐하면 저희는 정규직도 아니고 프리랜서나 일용직 이런 느낌인데 했다가는 바로 그렇게 될 수 있으니까. 그 시스템이 확고하게 만들어지고 보다 고발을 좀 더 덜 위험하게 할 수 있는 그래서 좀 이 현장이 일했을 때 이건 사실 촬영현장 뿐만 아니라 이 사회 전체에 해당되는 얘기인 것 같아요.

근로기준법이 안 지켜지는 직장은 상당히 많다고 저는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확실히 근로기준법을 어기는 것에 대한 처벌도 확실해져야 되고 그리고 그걸 고발을 조금 더 편하게 한다면 이상하지만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장치들을 만들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리고 이 방송계로만 온다면 방송사 그리고 예를 들면 외주제작사 또 그 사이의 여러 회사들의 단계. 이런 것들이 권력 서열화 돼서 방송사가 거의 전권을 가지고 싼 제작비로 제작 단가를 후려치고 그래도 울며 겨자먹기로 할 수밖에 없고, 이런 구조도 또한 있겠죠.

◆ 허정도> 그런데 제가 각 제작사, 방송사 각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다 각자의 사정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당신만이 잘못이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것 같고요. 중요한 것은 가장 인간의 기본적인 삶. 이걸 놓치지 말아야 된다는 것.

그러니까 이런 저런 사람들의, 힘 있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먼저 떼고 그걸 챙기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가장 먼저 떼어두고 그다음에 분배를 해야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조금 아까도 언급했습니다마는 정부도 이런 데 관심을 갖고 이른바 무슨 종합대책이라는 것을 냈어요? 그거가지고 안 되는 거죠?

◆ 허정도> 제가 비전문가지만 열심히 읽어봤고 아쉬운 점들이 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그 대책을 세우실 때 작가나 독립PD 쪽에는 실태조사를 하시고 말씀도 많이 들으셨는데 제작사도 그렇고 현장의 스태프들과 배우들에 대한 실태조사가 없었어요.

아마 그 전에 좀 긴급하게 터진 사건들이 독립PD나 작가, 그쪽에서 있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그래서 이쪽의 의견이나 이런 것이 반영되지 못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조금 더 세밀하고 꼼꼼하게 대책이 나와야 되겠네요. 지금 생각하시는 대안이 있을 거 아니에요?

◆ 허정도> 일단은 제일 중요한 건 있는 법이라도.

◇ 정관용> 있는 법이라도 지켜라.

◆ 허정도> 네, 그런데 물론 보완되어야 할 법들이 크게 저는 두 가지는 확실합니다. 뭐냐 하면 근로기준법 59조. 서면합의를 통해서 노동시간을 무한 연장할 수 있는 거, 그리고 또 하나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보호 대책을 조금 더.

◇ 정관용> 그건 법 개정까지도 필요한 사안이다?

◆ 허정도>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전에는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지키도록. 지키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허정도> 감독도 확실히 해야 하지만.

◇ 정관용> 감독을 누가 가서 해요? 노동부에서 근로감독관이 나가야 된다?

◆ 허정도> 그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반에는 특히나. 그 영화산업노조에서도 그 요구를 했는데 59조가 폐지되기 전까지는 근로감독관을 각 현장에 파견해 달라 이런 얘기도 하셨는데 그게 어렵다면 아까 말씀드렸듯이 제보를 약간 ‘갑파라치’라 그럴까요. 그런 느낌으로 제보를 한 사람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제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런 제보라도 하고 근로감독관이라도 와야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는 거죠. 그렇게 안 하고서는 안 바꾸죠?

◆ 허정도> 그러니까 새 법을 더 만들어봐야 안 지켜지면 말짱 그러니까, 확실히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 정관용> 그런데 본인도 앞으로 드라마 계속해야 하잖아요?

◆ 허정도> (웃음) 아, 그러게요.

◇ 정관용> 이렇게 막 열심히 ‘모든 드라마는 불법이다’ 이런 글을 쓰고 그러면 누가 캐스팅 안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 허정도> 사실... 겁이 나죠. 저도 그 겁이 나고 그런데. 좀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서 일단 제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이대로는 제가 드라마 현장에 가서 편하게 연기하기도 힘들고 왜냐하면 제가 다 봤으니까, 안 봤으면 모르겠는데 그 아픔들을 다 봐서. 그리고 조금 남들보다는 나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제가. 처자식도 없고 그래서 저만 먹고 살면 되니까.

◇ 정관용> 그리고 제가 초반에 얘기했습니다마는 그래도 꽤 잘 나가시는 분이었었고 지금까지는.

◆ 허정도> 모아둔 돈은 없지만 그래도 제가 3월까지는 버틸 수 있고 하여튼 그런 건 있습니다.

◇ 정관용> 불이익이 올까요?

◆ 허정도> 일단은 이 글을 처음 글을 올리고 나서는 그전에는 콜들이 와서 이렇게 제가 고사를 했다면 그 뒤로는 일단 (콜이) 없습니다.

◇ 정관용> 벌써?

◆ 허정도> 그런데 그게 나쁜 마음이었다기보다는 아마 저 사람이 지금 당장은 드라마를 할 생각이 없구나라고 읽힌다고 관계자가, 아는 사람이 그렇게 얘기를 해 주더라고요.

◇ 정관용> 지금 논란이 일고 있으니까 잠깐 좀 있다하지 이런 생각일 수도 있고 ‘쟤는 앞으로 안 불러’ 이럴 수도 있는 거네요.

◆ 허정도> 그럴 수도 있죠. 불편하겠죠.

◇ 정관용> 어떻게 하죠?

◆ 허정도> 글쎄요. 저도 실험입니다, 사실. (웃음) 저를 두고 하는 실험인데 어떻게 될지.

◇ 정관용> 그래요. 우리가 익히 소위 문화 선진국의 사례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 나라들도 다 이런 진통을 겪었죠. 진통 없이 되는 건 없고요. 이런 진통을 겪고 나니까 그 나라들도 연기자들도 노동조합 만들고 스태프들도 노동조합 만들고 정부도 나서고 이러면서 바뀐 거 아니겠습니까? 용기 있는 고백이라고 그럴까요? 이건 고백이 아니죠. 고발.

◆ 허정도> 고백이 저는 가까운 것 같습니다. 맨 처음에 사실 저의 부끄러움. 제가 지켜보고도 침묵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제일 먼저 얘기를 하고 싶었고 약간 용서받고 싶었고 그래서 시작했던 일입니다.

◇ 정관용> 제 입장에서는 용기 있는 고발 감사드리고요. 이게 소중한 출발이 되기를 정말 시작이 되기를 그래서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어질 수 있도록. 물론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장기간이 걸리더라도 해낼 수 있기를 함께 염원하도록 하겠습니다.

◆ 허정도> 한 가지만. 제가 제목을 그렇게 쓰기는 했지만 현장에서는 그 현장을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고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습니다. 조금 더 그런 분들이 힘을 얻기 위해서라도 그 소중한, 따뜻한 마음이 잘 펼쳐지기 위해서라도 보다 나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정관용> 우리 청취자분들은 TV 브라운관에서 재미있는 드라마 보시면서 저 드라마가 내 눈에 들어올 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렸을까. 한 번쯤 생각해 보시는 게 꼭 필요할 것 같네요. 배우 허정도 씨 오늘 함께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

◆ 허정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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