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수성의언더리페어] 잭 니클라우스 트레일을 해보자

노수성 기자| 승인 2019-04-24 09:00
잭 니클라우스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설계하고 사인한 시그니처 코스인 강원도 문막의 휘닉스파크.
잭 니클라우스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설계하고 사인한 시그니처 코스인 강원도 문막의 휘닉스파크.
다음 번에는 어떤 골프장에서 플레이를 해볼까?

'어떤 용품으로 플레이를 할까'와 함께 많은 골퍼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우리나라도 이제 다양한 코스를 갖추고 있다. 골프장 500개소를 넘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존스와 다이, 파지오 가문, 마이클 허잔, 짐 앵, 데이비드 맥레이 키드 등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유명한 설계자의 코스도 다수 볼 수 있다. 여기다 시사이드(Seaside), 링스(Links), 듄스(Dunes), 파크(Park), 최근의 마운틴 듄스(Mountine Dunes)까지 다양한 스타일과 레이아웃의 코스도 혼재해있다.

친구들과 홈 코스처럼 자주 가는 곳에서의 라운드도 좋다. 코스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거스타내셔널에서의 타이거 우즈처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이른바 '가성비'가 높은 쪽이 선호도가 높을 수 있다. 셀프 플레이를 허용하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서울한양이나 뉴코리아 등 올드 코스 위주로 탐방하는 것도 괜찮다. 또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코스를 찾아다니는 맛도 쏠쏠할 것이다. 많은 코스를 경험하지 못한 골퍼라면 각기 다른 설계가의 다양한 코스를 경험하는 것도 좋다.

코스 선택에 여러 방법이 있지만 한 설계가의 모든 코스를 돌아보는 것도 권한다. '설계가 트레일(Trail)'이다. 스카티 카메론이나 미우라 가츠히로, 밥 보키의 스페셜 에디션을 수집하는 것과 같이 한 설계가의 작품을 순례한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좀 더 의미를 두자면 한 설계가가 다른 지형과 환경에서 자신의 골프 철학을 어떻게 고수하면서도 어떤 상상력 아래에서 다른 결과물을 내놓았는지 비교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플레이나 스코어보다는 코스나 레이아웃 자체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도전해볼만한 것이 '잭 니클라우스 트레일'이다. 우리나라에는 잭 니클라우스가 직접 설계하거나 그가 포함된 니클라우스디자인에서 만든 코스는 모두 9개다. 이 중 잭 니클라우스가 직접 설계하고 사인한 '시그니처' 코스도 4개다.
니클라우스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설계하고 사인한 시그니처 코스는 강원도 평창의 휘닉스파크다. 지난1998년 오픈한 휘닉스파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토너먼트 코스로 명성을 얻었다. 코리안투어의 1990년대 스타인 이강선 프로를 헤드 프로로 앉히면서 토너먼트 세팅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평소에도 볼을 가장 잘 칠 수 있는 페어웨이 잔디 높이와 그린 빠르기를 선보이면서 로우 핸디캐퍼나 마니아의 호평을 받았다. 휘닉스파크의 모기업인 보광이 경기도 여주에 휘닉스스프링스(모기업이 바뀌면서 현재는 사우스스프링스로 개명)를 건설하면서 이 코스에 대한 애정이 옅어진 것이 아쉬움이지만, 코스 레이아웃이나, 파 로테이션은 니클러스의 수작 중의 하나다.

휘닉스파크가 문을 연 후 2년 지나 니클라우스의 두 번째 코스가 등장했다. 가평베네스트다. '베네스트' 계열의 골프장 중 가장 어렵고 요행을 기대할 수 없는, 또 티잉 그라운드에서는 만만하지만 그린 쪽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니클라우스의 코스 설계 철학을 이곳에서도 만끽할 수 있다. 27홀의 코스 어느 곳에서도 인공 구조물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자연친화적이며 시원한 눈맛을 제공한다. 가평은 개장 초기인 2005년부터 09년까지 코리안투어인 삼성베네스트오픈을 개최했다. 가평도 니클라우스의 시그니처 코스다.

2007~2008년엔 니클라우스 코스가 3곳이나 생겼다. 인천의 스카이72 오션, 강원도 원주의 오크밸리리조트, 제주도의 우리들리조트다. 이 3곳은 모두 니클라우스디자인에서 설계했다.

전세계 41개국에 약 400개소 이상 코스를 설계한 니클라우스지만 자신의 시그니처 코스 중에서도 25곳을 콕 찍어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이라 이름 붙이고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뮤어필드빌리지가 대표적이다. 그 25곳 중의 한 곳이 한국에도 있다. 지난 2010년 문을 연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다. 이 코스는 뛰어난 레이아웃과 선진적인 셰이핑으로 회자됐고 새로운 토너먼트 코스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곳에서도 프레지던츠컵이 열렸었다.

인천의 베어스베스트청라(2012년)와 강원도 홍천의 블루마운틴(2013년)도 니클라우스의 코스다. 베어스베스트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코스 중 특징 있는 홀만을 모아 만든 '레플리카' 코스다. 블루마운틴은 니클러스디자인이 설계했고 인간이 가장 쾌적한 느낌을 받는다는 해발 700m대에 자리잡았다. 강원도에서 '핫 플레이스'로 통할만큼 레이아웃이나 난이도, 관리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송호 트레일'도 의미 있다. 송호는 국내에서 총 80여 개의 코스 설계를 했다. 지난 2002년 우리나라 코스 설계 1세대인 김명길 회장이 운영하던 필드콘설탄트에서 독립해 송호골프디자인그룹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그의 대표작은 세인트포, 엘리시안, 아덴힐, 드비치, 송추, 남촌, 킹스데일, 메이플비치, 더스타휴, 아시아드, 프린스틴밸리, 웰링턴, 곤지암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가장 최근의 코스 중 하나이자 회자되는 곳은 국내에 최초로 시도한 '마운틴 듄스' 스타일의 라비에벨듄스(강원도)다.

송호 골프 트레일은 제주도에서 시작하는 것을 권한다. 엘리시안-세인트포-아덴힐에서 차례로 라운드 하는 것이다.

엘리시안은 자연친화적인, 전형적인 리조트 코스다. 세인트포는 '자연미인'을 추구하고 송호 기준으로 중간 난이도를 제시한 곳이다. 아덴힐은 스코틀랜드의 베스트 코스인 뮤어필드에서 모티브를 얻은, 국내에서 볼 수 없는 루트(Root)와 가장 높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이 세 코스에서 라운드를 마치면 송호라는 설계가의 호기심과 상상력의 크기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노수성 마니아리포트 기자/cool1872@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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