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수성의언더리페어] 골프장에서 몇 가지 순서 정하기

노수성 기자| 승인 2019-05-01 10:00
첫 홀 첫 티 샷은 모두에게 부담이다. 배려가 필요하다.
첫 홀 첫 티 샷은 모두에게 부담이다. 배려가 필요하다.
세상사 다 그렇지만 순서를 정해야 할 일이 생긴다. 골프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첫 홀에서의 티 샷 순서, 카트를 탔을 때 어디에 앉을지의 여부다. 그리고 캐디가 없는 골프장이라면 전동 카트를 이용해 플레이할 때 운전을 누가하는지 등에 대해서다. 한 번이라도 고민을 했겠지만 누군가가 속시원하게 이렇게 하자고 해답을 주지 않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첫 홀 티 샷 순서는 고민하지 않아도 될 문제이기는 하다. 1번(또는 10번) 홀에는 티 샷 순서를 정하는 도구가 있다. 젓가락 4개가 들어있는 통을 이용해 티 샷 순서를 정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관록이 있는 골퍼라면 드라이버 헤드에 티펙을 튕겨 날카로운 부분이 향하는 쪽의 사람부터 시계 방향으로 순서를 정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방법이다.

이 전통적인 제비뽑기에 딴죽을 걸고 싶지는 않다.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을 뿐이다. 첫 홀, 첫 티 샷에서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한 팀 중 코스를 가장 잘 알거나 핸디캡이 가장 낮은 플레이어부터 티 샷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해당 코스의 회원이거나 플레이 할 코스를 자주 접한 이른바 '홈 코스'의 골퍼, 또는 플레이어 중에서 로우 핸디캐퍼가 가장 먼저 치는 것이다.

첫 홀, 첫 티 샷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럽다. 프로 골퍼도 예외는 아니다. 강철 멘탈로 소문난 한 톱 프로에게 "멘탈이 강하니 첫 홀 첫 티 샷에 그리 부담이 없겠다"고 했더니 손사래를 쳤었다. "나도 떨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게 안 보이게 행동하는 것일 뿐"이라는 답을 돌려주었다. 지난해 말 만난 박성현도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그녀는 "대회보다 프로암 첫 티 샷이 더욱 떨린다.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갤러리 알러지가 있는 하이 핸디캐퍼라면 그 자리가 더욱 부담이 될 것이다. 대기 팀이 여럿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의 첫 티 샷. 볼이 제대로 맞을 리 없다. 그들에게도 첫 홀, 첫 티 샷에서의 공포를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런 공포는 맞서야 깰 수 있으니. 경험이 누적되면 공포의 크기는 그만큼 줄어든다.
하지만 주중 골퍼, 특히 하이 핸디캐퍼는 그날 첫 티 샷이 18홀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티 샷을 망쳐버리면 거의 헤어나오지 못한다. 순서가 뒤로 물러난다고 해서 볼을 더 잘 칠 수 있다는 확률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첫 번째로 티잉 그라운드로 끌려올라가는 부담에서의 샷보다는 훨씬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따라서 1번 홀에서는 규칙대로 제비뽑기에 의한 순서가 아니라 핸디캡이 더 낮은 쪽, 또는 코스를 잘 아는 플레이어 순서로 플레이하면 어떨까? 2번 홀? 그 때부터는 규칙 대로다. 이전 홀에서 가장 낮은 스코어를 기록한 순서로. 2번 홀 티 샷의 공포는 1번 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카트 운전은 볼을 좀 치는 골퍼가 맡아야 한다.
카트 운전은 볼을 좀 치는 골퍼가 맡아야 한다.
잘 아는 사람은 물론, 잘 모르는 사람과 플레이를 할 때 가장 애매한 것이 카트 자리를 정하는 것이다. 카트에 앉을 수 있는 자리는 4곳이다. 캐디 옆의 한 자리와 뒤쪽의 세 자리. 캐디 옆 좌석은 연장자(동반자 중 여성이 있다면 여성) 순으로 앉히면 된다. 이게 일반적이다. 게임을 하면서 버디를 잡거나 그 홀의 스킨을 따낸 사람을 캐디 옆 자리에 앉히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무난한 배정은 연장자다. 같은 연배라면 '덩치가 제일 큰 사람'을 앉힌다. 뒷좌석의 밀도를 위해서다. 그게 차선이다.

애매한 것은 뒤쪽의 세자리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중간'이 제일 앉기 싫다. 비행기를 타든, 자동차의 뒷자리든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한번 자리를 정하면 끝까지 고수하려는 경향이 높다. 단체 투어나 여행에서 버스나 미니밴을 타면 꼭 그렇다. 며칠동안의 여행이라면 첫날 앉았던 자리가 끝까지 유지된다. 다른 사람도 남의 자리를 절대 탐하지 않는다. 이건 왜 그럴까?

가장 흥미로웠던 배정은 카트에 백이 실린 순서대로 앉는 것이었다. 라운드 전 카트 뒷쪽에 골프백이 나란히 실린다. 실리는 순서는 캐디 마음이다. 사심 1도 없다. 따라서 실린 순서대로 앉으면 된다. 앞쪽에 앉게한 사람(연장자든, 여성이든, 덩치 큰 사람이든) 백을 제외한 순서대로다. 누군가가 이렇게 웃으며 제안을 한다면 거부 하기 어려운 옵션일 것이다. 관계가 애매한 포섬일수록 더욱 명쾌한 자리 배정이 될 것이다.

동남아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의 골프장엔 캐디가 없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일본도 캐디가 없는 골프장이 많다. 이런 셀프 플레이를 할 때 누가 전통 카트를 운전할지, 아니면 레일을 통해 자동으로 움직이는 카트일 때 누가 리모콘을 가지고 컨트롤을 할지 정해야 할 때가 있다.

거의 대부분은 팀의 '막내'가 강제로 임무를 맡는다. '막내'가 볼을 좀 치는 골퍼라면 괜찮다. 싫다고 해도 강제로 맡긴다. 하지만 막내가 볼을 잘 치지 못한다면 상황이 좀 달라져야 한다. 카트 운전이나 카트를 움직이는 리모콘의 소유자는 '볼을 좀 치는'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라운드의 흐름을 알고, 여유도 생긴다.

셀프 플레이라도 골프백이 실린 카트를 적정 장소에 세워두는 요령이 필요하다. 구력이 짧다면 그걸 하지 못한다. 자기 플레이도 버거운 판에 동반자의 흐름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카트가 볼을 칠 지점에서 아주 멀리 정차해 있을 때도 있고, 다음 홀의 티잉 그라운드까지 먼저 가 있을 때도 있다. 플레이 흐름이 깨질 수 밖에 없다.

사고의 위험도 방지하는 차원이고 특히 카트가 페어웨이로 진입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운전자의 중요도가 높아진다. 누군가는 그린쪽으로 카트를 몰기도 한다. 그린 주변에 설치해 둔 로프나 표식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코스 특성이나 진행 요령을 몰랐을 때 나올 수 있는 큰 실수다.

그러니, 볼을 좀 치는 사람이 카트 운전이나, 리모콘 작동을 맡아야 한다. 흐름이 원활하고 또 여유가 있어야 지난 홀 그린사이드 벙커나 그린에 웨지나 퍼터를 버려두고 온 것을 다음 홀 그린 주변에 가서야 알게 되는 일도 없게 된다.

[노수성 마니아리포트 기자/cool1872@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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