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EE] "3번우드 다루는 법을 아직 잘 모르겠다", 이형준

노수성 기자| 승인 2019-06-28 07:30
흰색 상, 하의에 빨간 벨트는 이형준의 대회 최종일 차림이다. 사진 제공 =KPGA.
흰색 상, 하의에 빨간 벨트는 이형준의 대회 최종일 차림이다. 사진 제공 =KPGA.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5승을 만들어 낸 이형준(27세, 웰컴저축은행)을 만났다.

그를 만난 김에 여러가지 질문을 했고 꽤 많은 답을 얻었다. 최근에 그가 로프트 11.5도 드라이버를 사용한다는 기사를 썼었는데 추가 설명을 들었고, 볼을 똑바로 치지 않는 진짜 이유, 골프백에서 빼지도 못하는 애물단지 3번우드에 대한 고민을 들었다(프로에게도 다루기 어려운 클럽이 있다!). 여기다 옐로우 컬러 볼을 사용하고, 또 라운드 전에 꼭 지켜야 하는 루틴, 올 화이트 룩에 빨간 벨트로 '(색)깔맞춤'하게 된 배경, 볼펜으로만 마킹하고 전 대회 때 사용했던 볼을 연습 라운드에 꼭 사용하는 습관도 그가 털어놓았다.
이형준이 자신의 입으로 설명하는 스윙과 장비, 그리고 각종 루틴.

드라이버 로프트로 11.5도를 쓰는 다른 선수는 못봤다
. 내가 처음인 것같다. 그 전에는 10.5도를 썼다. 10.5도를 쓸 때도 더 높은 각도의 헤드가 있으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새로나온 드라이버 중에 11.5도가 있었다. 바꿔서 쳐봤는데 로프트가 부담이 되지 않고 오히려 잘 맞는 것 같았다. 워낙 탄도가 낮은 스타일의 스윙을 하기 때문에 높으면 높을수록 캐리가 많이 확보되니 더 높은 각도가 있으면 더 높은 것을 쓰고 싶은 생각이다.

탄도는 스윙이나 샤프트, 볼로도 보완할 수 있다
. 샷을 바꾸면 볼 스타일에 변화가 생긴다. 그래서 쉽게 건들기 힘들다. 샤프트도 바꿀 수 있지만 원래 썼던 샤프트의 손맛을 잊지 못해서 다른 것을 사용하지 못한다. 원래 그 감각이 안 나온다. 샤프트도 건드리기 힘들다. 제일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로프트였다.

로프트 바꿔서 효과를 보고 있냐고?
볼이 더 뜰 것같은 느낌이 확실히 든다. 바꾸기 잘했다고 생각한다.
프로암에 가면
주말 골퍼도 프로가 로프트 11.5도를 쓰는 것을 처음 본다고 한다. 자기도 9.5도를 쓴다고 한다. 숫자에 전혀 고민할 이유가 없다. 스윙 스타일이 조금 낮으면 높은 각도의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것이 맞다. 반대라면 좀 내려가는 것이 맞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드라이버 로프트가 낮을수록
자존심을 세우는데 (로프트와 자존심은) 전혀 관계없다. 볼이 잘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자존심을 세울 수 있다.
이형준은 옐로우 컬러 볼을 사용한다. 사진=김상민 기자
이형준은 옐로우 컬러 볼을 사용한다. 사진=김상민 기자
똑바로 치는 것을 정말로 싫어한다
. 맞다. 프로 골퍼 대부분이 똑바로 치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좌, 우 한쪽을 막고 휘는 볼을 쳐야 핀을 공략할 때 수월하다. 가운데를 보고 똑바로 치려다 미스 하면 볼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 나는 페이드 구질이라 왼쪽을 막고 친다. 왼쪽으로 미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훨씬 안정된다. 그렇게 쳐야 결과적으로 더욱 정확한 지점으로 보낼 수 있다. 연습장이나 대회 전 아침에 몸을 풀 때 볼이 똑바로 가면 조금 불안하다. 실제 코스에서도 플레이할 때 똑바로 서지 않는다. 주로 왼쪽을 보고 친다. 바로 가는 볼을 보면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는 점검을 더 한다.

똑바로 멀리 가기를 원하는데
그런 욕심을 버리면 스코어 유지에 많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한쪽을 막아두면 미스를 반 이상은 줄일 수 있다.

거리 늘리는 게 유리하다.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 내 상태에서 거리를 늘리려면 스윙을 바꿔야 한다. 몸의 변화도 있겠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스윙의 변화로 늘려야 하는데 현재 내 볼 스타일에 완전히 어긋나는 구질을 갖춰야 한다. 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는 구질로 드로보다는 거리가 덜 난다. 드로라면 필드에서 에이밍을 하지 못할 것 같다. 핀보다 왼쪽을 보는 스타일인테 그렇게 되면 우측을 보고 공략해야 하는 얼라인먼트가 나와야 한다. 그 상황에서는 자신감이 없어서 확실하게 보고 칠 수 없을 것같다. 스코어 관리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옐로우 컬러 볼은 잘 보인다.
어둡든, 맑은 날이든. 티 샷을 하고 걸어갈 때 볼이 잘 보이고 어느 정도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니 다음 샷에 대한 생각과 결단도 빨리 내릴 수 있다. 내구성이 좀 더 좋은 것같다. 웨지 샷이나 벙커 샷을 하면 티가 확실히 나는데 옐로우 볼은 가까이에서 찾지 않는한 안 보일 정도다. 내구성이 확실히 뛰어나다.

바로 전 대회에서 썼던 볼 중에 남은 볼로 연습 라운드까지 하는 편이다
. 화이트 컬러 볼을 썼을 때는 지저분해지고 헌 볼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티가 났다. 옐로우 볼은 그런 게 덜 한 것같다.

클럽을 자주 바꾸는 편은 아니다.
구성에 특별한 점은 없다. 하지만 라운드 전에 항상 나사를 조이는 습관이 있다. 드라이버, 우드, 유틸리티는 로프트나 라이를 조절해서 사용할 수 있다. 전에 경기 중에 한 번 조절 나사가 풀린 경험이 있다. 그래서 라운드 전에 렌치로 한번 더 조여서 점검을 한다.

가장 자신 있는 클럽은 드라이버다
. 코스에서 제일 많이 치기도 하고 제일 잘 맞기도 했다. 드라이버 때문에 고민했던 적은 없었다. 우드로 쳐야하는 상황일 때도 티를 낮게 꽂고 드라이버로 컨트롤을 할 정도다. 우드를 쳐서 미스를 하게 되면 거리를 손해본다. 그럴 바에는 드라이버로 달래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형준의 골프백과 한국오픈 한정판 헤드 커버. 사진 제공=타이틀리스트
이형준의 골프백과 한국오픈 한정판 헤드 커버. 사진 제공=타이틀리스트
자신 없는 클럽은 우드다
. 우드가 잘 안 맞는다. 로프트 16.5도의 3번 우드다. 나하고 굉장히 많이 싸운 클럽이다. 우드를 잘 못 다루는 편이다. 그래서 우드를 칠 바에 드라이버를 친다. 아직까지 다루는 법을 잘 모르겠다. 정말 확실히, 편안한 자리가 아니라면 잡지 않는다. 안 친하다. 주니어 때부터 항상 그렇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고민도, 생각도 많다.
(우드를) '안 잡으면 되지'라고 생각했었고 그럴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이것 저것 다 해보고 피터와 의논도 많이 했다. 그냥 편하게 생각하고 좋을 때만 치면 되지,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클럽은 항상 같은 구성을 하고 있다.
바꿀 생각 없었고 3번 우드를 뺄까 생각해봤는데 꼭 필요할 때가 있다. 우드만 잘 되면 고민이 없다.

골프장에서 얻은 마커를 사용한다
. 지면에 꽂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은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와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 것을 사용한다. 흰색은 눈에 잘 띈다. 멀리서도 잘 보인다. 사우스케이프 것은 특이하게도 나무로 만들었다. 골프장 캐디에게 양해를 구해 몇개 가져왔다. 예뻐서. 쇼트 퍼팅 할 때는 나무, 롱 퍼팅할 때는 흰색을 사용한다.

볼 마킹은 볼펜으로만 한다.
로고와 플레이 넘버 사이에 꼭 하나씩 딤플이 있다. 딱 그 위치의 딤플에 색을 칠한다. 아마추어 때부터 습관이다. 볼펜으로 하는 것이 좋다. 사인펜이나 네임펜이라면 딤플 안쪽을 꽉 채울 수는 없다. 사인펜으로 했을 때 볼을 치면 번져서 지저분해진다. 볼펜으로 하면 동그란 딤플 안을 다 칠할 수 있고, 그렇게 하면 번지지도 않는다. 마킹한 그대로 18홀 다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렇게 한다.

타이틀리스트 엠베서더로 좋은 점?
신기하고 감동적이었던 것은 선수에게 피드백을 받는다는 점이었다. 어떤 옷이 어땠고, 어떤 것은 보완했으면 좋겠고 이런 것을 물어왔다. 나는 할 말이 많았다. '디스'하는 것이 아니라 좋았고, 뭐가 나왔으면 좋겠고 그런 생각이 많았었다. 회사하고 선수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이 좋았다. 이전 브랜드에서는 그런 것이 없었다.

CF도 촬영했다.
광고 촬영 하면서 TV에도 많이 노출된 것도 엠베서더의 좋은 점이다. 광고 촬영은 처음 했다. CF에 나온다는 것도 신기했다.

흰 상의에 흰 하의는 처음 입어봤다.
전에는 그렇게 입어본 적이 없다. 올해 GS칼텍스매경오픈 때 1~4라운드 옷을 정해주었다. 마지막날 입었던 옷이 흰 상의에 흰 바지였다. 그 때 '이렇게 입어도 예쁘게 나오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빨간 벨트도 했었고 신발에도 빨간 라인이 있었다. 액세서리도 빨간색으로 맞췄다. 의도치 않은 '(색)깔맞춤'이 됐다. 이런 조합을 앞으로도 생각할 것 같다.


[노수성 마니아리포트 기자/cool1872@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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