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EE] "9승과 10승은 70타와 69타의 차이", 박상현

노수성 기자| 승인 2019-07-02 07:30
큰 동작과 표정이 한껏 담긴, 박상현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우승 세리머니. 사진=KPGA.
큰 동작과 표정이 한껏 담긴, 박상현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우승 세리머니. 사진=KPGA.


인터뷰를 하는 내내 유쾌했다. 평소의 성격을 그대로 본 건 아닐까?
1983년생으로 올해 서른 여섯, 아이 둘을 둔 아빠를 수식하는 단어로 적당한지 모르겠지만 '개구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앳되보이는 얼굴, 표정, 행동에서 그랬다. 우승 했을 때 전성기 시절 타이거 우즈가 극적인 퍼팅 성공 이후에 했던 것과 유사한 세리머니를 하는, 그 장면 속의 그가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바로 그 선수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인터뷰 전 그의 머리쪽으로 날벌레가 날아들었었다. 가까이 있던 스태프가 손으로 날려보내려고 하자 "벌레가 있어요? 아 이건 제가 키우는거에요. 괜찮아요. 이 XX가 여기까지왔네"라고 했다. 그의 유머 코드는 이런 식이고 인터뷰도 이런 비슷한 스타일로 흘러갔다. 재치, 눈치가 있고 임기 응변과 친화력이 강한 사람이자 골퍼라는 생각. 몇 번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그렇지만 당시 내 느낌이 그랬다.

박상현은 올해 4개 투어를 소화하고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아시안투어, 일본프로골프기구(JGTO), 유러피언투어다. 가장 먼저 여러 투어를 병행하는 것이 어떤지부터 물었다.

Q 4개 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힘들지 않은가?
박상현 : 아직까지는 괜찮다. 시드를 빨리 받기 위해 상반기에는 일본투어에 올인하고 있다. 시드를 확보하면 하반기에는 유러피언투어에서 활동하려고 한다.

Q 올해 멕시코(WGC-멕시코챔피언십)까지 다녀왔다.
멀었다. 처음으로 멕시코에서 열린 큰 대회에 가게 됐고 많은 경험을 했다. 정말 힘들고 시차도 맞지 않고 환경 때문에 많이 고생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아침에 허리를 다쳐서 도저히 스윙을 할 상태가 아니었다. 마지막날이라 아쉬웠지만 기권을 했다.

Q 올해 10개 대회를 치렀다. 결과는 어떤가?
우승은 아직은 없지만 일본투어에서 목표대로 시드를 거의 따놓은 상태다. 그러다보니 더 여유있게 유러피언투어에 더 빨리 갈 수 있을 것같다. 또 디오픈 자격까지 따게됐다(JGTO 미즈노오픈 공동 3위). 우승은 없지만 계획대로 잘 흘러가고 있다.
프로 통산 9승을 거뒀다. 코리안투어 8승, 일본투어 1승이다. 사진 = 김상민기자
프로 통산 9승을 거뒀다. 코리안투어 8승, 일본투어 1승이다. 사진 = 김상민기자
그는 올해 JGTO 총 6개 대회에 출전해 2번 '톱10'에 진입하는 등 상금 1422만엔을 획득해 상금 14위에 올라있다. 미즈노오픈 공동 3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다. 그는 JGTO를 특히 선호한다고 했다. 시차 적응을 하지 않아도 되고 한국과 2시간 내외의 거리라 힘들거나 지칠 때 돌아와 휴식할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상금뿐만 아니라 대회도 많고, 대회 셋업이나 운영 등이 선수를 위해 돌아가는 것도 선호의 배경이다.

9승. 지난 2005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이후 그가 거둔 우승 회수다. 코리안투어에서 8승, JGTO에서 1승. 프로 데뷔 후 4년만인 2009년 SK텔레콤오픈과 에머슨퍼시픽힐튼남해오픈에서 첫 승, 2승째를 차지했다. 이후 5년만인 2014년 바이네르파인리즈오픈과 최경주인비테이셔널에서 3, 4승째를 가져갔다. 2016년 GS칼텍스매경오픈에서 5승째를 거둔 그는 2년 뒤 한 해에 3승(매경오픈, KEB하나은행, 신한동해오픈)을 쓸어담았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JT컵에서 정상에 올랐다.

Q 9승과 10승은 어떻게 다를까?
기분 차이? 70타와 69타가 뭔가 느낌이 다른 것처럼 9승과 10승은 한꿋 차이인데도 클라스가 엄청나게 다른 것처럼 차이가 나는 것같다.

Q 세계 랭킹도 100위에 근접하려 한다(6월 말 현재 131위, 한국 선수 중 5위).
한 해 3승을 한 이후로 월드 랭킹이 쭉쭉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117위). 이후에는 내리막 길을 계속 타고 있다 보니 마음 건강을 위해 보지 않기로 했다.

타이틀리스트 엠배서더. 타이틀리스트 풀 라인을 사용하는 선수를 말한다. 박상현은 오래 전부터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엠배서더라는 확실한 의미는 모르겠다"고 한 그는 "정말 선수가 원하는 대접을 해준다. 세세하게 드라이버든 아이언이든 퍼터든 정말 정교하게 하나같이 더욱 신경써주는 것같다"고 강조했다.

Q 클럽 구성할 때 특히 신경 쓰는 것은?
클럽에 대해 예민한 편은 아니다. 프로들이 평균적으로 쓰는 클럽을 쓰는 편이다. 아이언은 718MB를 사용한다. 정교하고 날카롭고, 예쁘게 생겼다. 다른 것보다 예쁘게 생겨서 사용하고 있다. 어떤 클럽을 사용해도 다 똑같은 것 같아서, 어차피 치는 것 예쁜 것을 치자. 그래서 MB를 쓰고 있다.

Q 가장 자신 있는 클럽?
지금은 다 자신 있다. 어떤 클럽을 꺼내도 다 잘 할 수 있다. 그냥 아무 클럽이나 눈 감고 뽑아도 바로 칠 수 있을 정도로 피팅을 잘 해준다.

Q 올해 피팅할 때의 포인트는 무엇이었나?
클럽 구성에 10년 정도 변화가 없다. 2~3달에 한번씩 클럽 점검하고 피팅하는 것이 전부다. 각도나 틀어진 것만 잡고있다. 특별한 구성이나 그런 것은 없다.

Q 보완할 클럽?
그런 것도 없다. 8월에 새로운 아이언과 유틸리티가 나온다고 들었다. 지금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나는 나오자마자 바로 바꾼다. 한 번 쳐보고 바로 불평불만 없이 바로 바꾼다. 클럽은 문제가 없다. 손이 문제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이 문제다.
모자 중앙에 박카스 로고를 붙였고, 타이틀리스트 엠배서더다. 사진=김상민기자
모자 중앙에 박카스 로고를 붙였고, 타이틀리스트 엠배서더다. 사진=김상민기자
장비를 대하는 선수의 자세는 크게 두 가지 스타일로 분류할 수 있다. 한쪽은 몇 밀리미터, 몇 그램의 차이도 짚어낸다. 다른 쪽은 박상현과 같은 쪽이다. 어느 쪽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철저하게 선수 개인의 성향이기 때문이다. 박상현은 그런 성향을 가진 선수 중에서도 독특한 경우다.

Q 골프백에 꼭 넣고 다니는 아이템?
골프 볼, 장갑, 선수는 햇볕에 많이 닿다보니 선크림, 볼 라인, 매직 등 기본적인 것을 가지고 다닌다. 당 떨어질 때, 또 대회 때 스트레스 받으니까 초콜릿을 가지고 다닌다. 보기할 때 하나씩 먹으면서 '침착하자, 침착하자'고 한다. 버디하면 안 먹는다. 버디를 하면 안 먹어도 뿌듯하다.

박상현의 메인 스폰서는 동아제약이다. 그의 모자 중앙에 '박카스' 로고가 자리잡고 있다. 그 로고가 보이길래 농담 삼아 '피곤할 땐 박카스?'라고 했더니 예능으로 받았다. "하루에 한병이나 두병 정도를 마시면 좋다. 아침에 일어난 후 '나 일었나다' 해서 한병, 자기 전에는 잠이 안 올 수도 있으니 한병, 오후에 살짝 힘들고 지치고 외로울 때 한병. 오늘 달려야 할 때는 '모닝케어'로. 해장에 좋다. 박카스를 마시는 것이 하루의 루틴이다."

그의 아들 사랑은 남다르다. 첫째인 시원(일곱살)에 대한 애정이 깊다. '시원'이라는 이름은 직접 지었고 인터넷에서 의미를 확인했다고 했다. '물이 흘러가듯 시원시원하게 잘 크라'는 의미. 골프 선수는 자신의 용품에 가족의 흔적을 남긴다. 아들에 대한 애정이 깊은 그도 예외는 아니다. 내용을 보면 좀 지나치다 싶다. 아, 지나친 것은 전적으로 제3자의 시선이다. 내가 당사자라도 어떤 의미든 부여했을 것이다.

Q 골프화에 C1이라는 이니셜을 새겼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들 이름이 '시원'이다. 그래서 항상 'C1' 이니셜을 사용한다. 골프화 뒤쪽, 볼 마킹도 C1으로 한다. 웨지에도 이니셜을 넣었다. 클럽 피팅을 할 때 호젤 쪽을 조정할 수 있는데 구질에 상관 없이 C1으로 셋업한다. 구질은 손으로 만들어 치면 된다. 진심이다! 모든 클럽이 C1 포지션이다. 피터가 포지션을 얘기할 때 나는 귀를 닫았다. 무조건 C1이다. 구질은 내가 만들고 퍼포먼스는 내가 책임진다. C1으로 셋업한 상태에서 헤드는 로우 페이드로 맞춰있다. 그러다보니 로프트 10.5도를 사용하고 있다. 이게 나한테는 어드레스가 잘 나온다.

Q 볼 마커는?
서클티를 사용한다. 진짜 비싼 것이다. 보관을 잘 해야 한다. 어디에 두는 지는 말 안한다. 훔쳐가면 안된다. 올해부터 사용한다. 그동안 100원짜리 동전을 사용했다. 이 마커는 써보라고 해서 받은 것이다. 스카티 카메론이 보고 싶다. 진짜 보고 싶다.

Q 퍼터는?
엘자(L) 모델의 델마를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엘자 모델을 어려워한다. 엘자는 특히 필 미켈슨이 떠오를 것이다. 나는 일자보다는 엘자 퍼터가 어드레스도 더 잘 나온다. 헤드가 많이 열리는 골퍼에게 이 모델을 추천한다. 스트로크 때 헤드가 잘 닫힌다.
박상현은 "태극기를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사진 제공=타이틀리스트.
박상현은 "태극기를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사진 제공=타이틀리스트.
Q 상금을 많이 벌어준 그 모델?
아니다. 수명이 다해서 올해 교체했다. 그 모델보다 이게 좀 더 비싸서. 그런데 생각보다 잘 안 된다. 비싸다고 (볼이) 잘 들어가지는 않는다. 비싸기만 했지 상금을 많이 벌어주지는 못했다. 이제 이 퍼터로도 상금을 많이 벌어보겠다. 퍼터는 마음에는 든다. 스카티 카메론, 보고 싶다!!!

Q 골프 볼이 게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
80%정도. 일정한 거리와 일정한 감각과 일정한 스핀량을 중요시한다. 타이틀리스트 볼이 그렇다.

마지막 질문은 새로 받은 한정판 헤드 커버에 대한 것이었다. 타이틀리스트가 한국오픈을 기념해 제공한 태극기 모티브의 한정판 커버였다. 그는 태극기 문양의 헤드 커버에 대해 "자부심이 든다. 이걸 볼 때마다 오른손이 왼쪽 가슴으로 가는 것과 같이 뿌듯하다" 면서 "이번 디오픈에 가져가서 열심히 한번 쳐보겠다"고 했다. 그는 "해외 대회에 가면 국기가 걸려있다. 태극기를 보면 항상 뿌듯하면서 좋다"고 말했다.

*** 박상현의 사용 장비. 올해 TS2(로프트 10.5) 드라이버(그라파이트디자인 투어AD TP 6X 샤프트), TS2(로프트 15도) 3번 우드(투어AD GT 7X), 2개의 하이브리드(818H1, 19, 21도, 투어AD DI HY 95X)를 사용한다. 아이언은 4번은 718 T-MB, 5~9번은 718 MB(다이나믹골드 투어 이슈 S300).웨지는 보키 디자인 SM7의 46, 52, 58도로 구성했다. 퍼터는 스카티 카메론 델마. 볼은 타이틀리스트 프로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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