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덕의룰산책③] 고진영의 현명한 언플레이어블볼 처리

노수성 기자| 승인 2019-08-27 10:00
CP우먼스오픈 최종일 9번 홀에서 볼을 찾는 고진영. 사진=Bernard Brault, Golf Canada
CP우먼스오픈 최종일 9번 홀에서 볼을 찾는 고진영. 사진=Bernard Brault, Golf Canada
캐나다 온타리오의 마그나골프클럽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CP우먼스오픈이 지난 주말까지 펼쳐졌다. 요즈음 가장 뜨거운 고진영이 우승해서 시즌 4승을 챙겼다.

4일간 72홀 보기 없는 플레이로 더욱 빛이 났다는 기사도 보인다. 최종 라운드 9번(파5, 534야드)홀에서 위기가 있었는데 언플레이어블볼(Unplayable Ball) 처리로 잘 극복하고 파를 기록했다고 했다.
언플레이어블볼은 페널티 구역을 제외한 코스 안 어디에서나 선택해서 1벌타 구제를 받고 어려운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규칙이다(규칙19).

구제를 받는 방법은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스트로크와 거리 구제다. 직전 스트로크 지점에서 다시 플레이 한다. 이 조건은 말 그대로 거리의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다음의 두 번째, 세 번째 방법이 나쁠 때 사용한다. 두 번째는 후방선 구제다. 홀과 볼의 직선(기준선)을 정하고, 볼보다 홀에서 먼 지점 구제 구역에서 플레이 한다. 세 번째는 측면 구제다. 볼이 있는 지점 옆 구제 구역에서 플레이 한다.

9번 홀에서 고진영의 세컨드 샷은 코스 오른쪽 나무와 풀이 울창한 곳으로 들어갔다. 중계 하이라이트 화면에서 보면 9번 홀은 곧바로 쭉 뻗은 것으로 보였는데, 그러면 언플레이어블볼 처리에서 기준선 뒤쪽 구제 구역이 플레이 하기에 여전히 나쁜 지역이 된다. 따라서 두 번째 방법인 후방선 구제는 실현성이 없다. 풀 속에 볼이 있고 스윙 구역에 나무가 있어 걸리지만, 다행히 풀을 어느 정도 깎아 놓았고 앞이 펼쳐진 곳에서 가까웠다. 측면 구제에서 사용하는 2클럽 길이의 구제 구역은 잔디를 깎아 놓은 지역까지 나올 수 있었다.

고진영은 언플레이어블볼 처리 중 '측면 구제'를 받았다(규칙19.2c). 그리고, 4타째 플레이 해서 볼을 핀 옆에 붙였고, 1퍼팅으로 파 세이브 했다.
위기를 맞았지만 언플레이어블볼 처리로 파 세이브한 고진영.
위기를 맞았지만 언플레이어블볼 처리로 파 세이브한 고진영.
이 상황을 보니 4주 전 고진영이 우승한 또 다른 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서의 김효주가 떠올랐다. 최종 라운드14번 홀에서 당시 2타 차 선두를 달리던 김효주의 티 샷이 벙커에 들어갔고, 그대로 플레이 하다 트리플 보기를 했었다. 당시 많은 이들이 '언플레이어블볼 처리를 했더라면' 이라고 아쉬워했었다.

당시 상황을 보자. 170m 파3 홀에서 김효주의 티 샷은 벙커 모래에 박혔다. 벙커턱과 매우 가깝고 또 모래에 상당히 깊히 박힌 나쁜 라이(Lie)였다. 김효주는 첫 번째 스트로크로 벙커 탈출에 실패했고, 볼은 모래에 남은 자신의 발자국 속에 들어갔다. 결국 이 벙커에서 2타만에 나왔지만 볼은 퍼팅 그린 밖에 머물렀다. 결국 최종 6타, 트리플 보기를 적어냈다. 그 때 고진영은 버디를 했고 순식간에 2타 차 선두로 바뀌면서 김효주는 우승에서 멀어졌다.

역사에서 '만일'이라는 가정은 필요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골프에서도 물론 그렇다. 지나간 것은 주워 담을 수가 없다.

김효주가 벙커에서 언플레이어블볼 처리를 하고 조금이라도 라이가 좋은 곳에서 플레이 했더라면 어땠을까 가정을 해본다. 언플레이어블볼로 좋은 라이에서 플레이 했으면, 그리고 김효주라면 충분히 그 홀을 더블 보기 이내로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남은 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케빈 나는 숲 속에 들어간 볼을 그대로 플레이 하다가 탈출을 못해 그 홀에서만 16타(+12)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1년 발레로텍사스오픈 1라운드 9번 홀에서의 일이었다.

1타를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1벌타를 받더라도 언플레이어블볼 처리를 하는 것이 플레이어에게 좋은 보상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불가능한 상황에서 탈출하는 것은 짜릿한 일이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캐빈 나처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골프는 전적으로 확률 게임이다. 상황이 나쁠 때는 '돌아가더라도'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 글을 쓴 성기덕은 골프규칙 TARS(Tournament Administrators & Referees Seminar) 레벨3. 한국미드아마추어골프연맹 경기위원이다.

[노수성 마니아리포트 기자/cool1872@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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