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욕설' 김비오의 일방과실? 민폐 갤러리 성찰도 필요

김현지 기자| 승인 2019-09-30 17:28
김비오. 사진=KPGA 제공
김비오. 사진=KPGA 제공
경기 도중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한 김비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9일 경북 구미시 소재 골프존카운티 선산(파72, 7104야드)에서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총상금 5억원)이 막을 내렸다.
종전 경북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이라는 이름을 칠곡의 파미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치러졌던 이번 대회는 올해 볼빅의 손을 잡으며 경북 구미 소재의 골프존카운티 선산으로 장소를 바꿔 치러졌다.

구미에서 처음 열리는 대회인 만큼 수많은 갤러리가 대회장을 찾아 대구경북의 골프 인기를 실감하게했다.

선수들도 물오른 샷감과 흥미진진하고 치열한 우승경쟁으로 이에 보답했는데, 최종라운드에는 한 때 8명의 선수가 공동 선두로 나서기도 했다.

우승 경쟁을 하는 선수에게는 그 어느때보다도 1타, 1타가 소중한 상황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김비오가 티 샷 미스를 한 후 카메라 소음을 낸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하고, 드라이버 샷을 바닥에 내려치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JTBC 중계에 그대로 노출됐고, 김비오의 행동은 즉각 도마위에 올랐다.

김비오는 이후 이동 중, 그리고 우승 퍼트 후에 카메라와 갤러리를 향해 공개적으로 사과했으며, 우승 인터뷰에서도 거듭 죄송함을 드러냈다.

김비오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인간적으로 덜 성숙했고, 경솔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더욱 성숙한 선수가 되겠다"며 사과했지만, 골프팬들과 네티즌들의 분노는 식지 않고 있다.

김비오의 이야기처럼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하고, 경기 중에 분노를 드러내는 행위는 프로답지 못했고, 변명의 여지 없이 자신의 잘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 사건이 김비오의 일방과실만도 아니다.

골프 대회가 민폐갤러리, 특히 카메라 소음으로 인해 몸살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7년 한국 제주도에서 첫 대회를 치렀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CJ컵 앳 나인브리지 대회 당시 출전 선수들은 한국 갤러리들의 카메라 소음에 시달렸다.

당시 우승자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대회 도중 갤러리를 향해 '노 카메라, 노 플래시'라고 여러차례 외치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토머스의 여러 차례 외침에도 갤러리 소음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 갤러리의 카메라 소음에 더욱 과민하게 반응했던 선수도 있다. 지난 2002년에 한양컨트리클럽에서 치러진 한국오픈에 초청 선수로 왔던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당시 한 갤러리가 카메라 셔터 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자신의 클럽으로 갤러리를 때리려는 제스쳐를 취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큰 무대라고 다를까? 아니다. 미국프로골프(PGA)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사'로 이름난 스타플레이어 필 미컬슨(미국)은 방송 카메라맨이 자신을 가까이에서 찍는다는 이유로 험악한 멘트를 하는 것이 그대로 전파를 타기도 했고, 디오픈에서는 사진 기자의 카메라 소리에 제대로 샷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진 기자들을 향해 비속어를 던지기도 했다.

비단 미컬슨만이 아니다. 갤러리 소음으로 인해 미스 샷을 했을 때 혼잣말로 욕설을 하거나 클럽을 땅에 찍는 선수들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그렇다. 오랜기간 수많은 팬들을 몰고다니는 우즈도 소음에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우즈는 자신이 샷을 할 때 소음이 들리면 샷을 한 후 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얼굴을 찌푸리고 신경질을 부리는 등의 행동을 종종한다.

골프 경기의 특성상 골프 선수들은 작은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모두가 숨죽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적을 깨는 소리는 선수의 긴장과 리듬을 깨버리는 것은 물론 선수에게는 놀람이라는 감정까지 줄 수 있다.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하는 김비오. 사진=JTBC 중계 캡쳐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하는 김비오. 사진=JTBC 중계 캡쳐
제 1회 CJ컵 당시 PGA 선수들 사이에서 카메라 소음이 문제가 되자 PGA멤버 김민휘는 "시끄러운 상황에서의 소음은 괜찮지만 조용한 상황에서의 '띵'하는 카메라 소리는 마치 폭탄처럼 크게 들린다"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PGA 멤버인 김시우 역시 "임팩트 순간에 사진을 찍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했다.

다시 김비오의 상황으로 돌아가서 김비오는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비오는 공동 선두로 16번 홀(파4)에 올라섰는데, 16번 홀의 경우 '찬스 홀'이다. 즉, 선수 입장에서 버디를 낚아야하는 홀이다.

하지만 김비오는 16번 홀에서 갤러리의 방해를 받았다. 다운 스윙을 하는 데 카메라 소리가 나서 흔들렸고, 샷을 멈추려했지만 이미 임팩트가 이루어진 상태다. 제대로 된 스윙을 하지 못한 만큼 티 샷은 채 100m도 날아가지 못했고, 80m지점 러프에 멈춰섰다.

김비오는 즉각적으로 갤러리들을 향해 욕설을 하며 분노를 드러냈지만, 일부 갤러리들의 민폐는 여전했다. 김비오가 세컨드 샷을 할 때도 계속해서 소음이 났다. 결국 김비오는 세컨드 샷 상황에서도 어드레스를 했다가 풀었다가를 3차례 반복했다.

결국 버디를 해야하는 찬스 홀에서 김비오는 파로 마쳤는데, 티 샷이 80m 밖에 나가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이도 잘한 스코어가 된다.

돌이켜보면 쌓이고 쌓여 터질 것이 터진 것이다. 선수가 샷을 할 때는 소리를 내서는 안된다는 에티켓을 모르고 대회장에 왔더라도 1번 홀부터 사건이 벌어진 16번 홀까지 선수들의 캐디나 진행요원들을 통해 적어도 16번 이상 주의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갤러리들은 또 다시 소리를 냈다.

김비오 역시 "샷 하기 직전에 캐디가 카메라 소리를 내지말아달라고 외친다"고 하며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티비 중계를 본 골프 팬들과 현장에 있던 갤러리들은 크게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이다. 하지만 샷을 하는 선수 당사자는 매 샷마다 같은 방해를 받았다.

김비오는 "갤러리들의 소음은 선수들이 이겨내야할 의무다. 못이겨내면 큰 무대에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며 겸허히 받아들이며 플레이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이었고, 예민한 상황에서 절제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물론 프로 선수의 스윙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가장 간단한 해결 방법은 스윙 전에 녹화 버튼을 누르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대회에서 이 간단한 에티켓마저 지켜지지 않으며 몸살을 했고, 결국 이러한 사건이 났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하며 갤러리를 몰고다닌 다른 선수들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을테다. 이 중 참치 못하고 분노를 표출한 김비오는 프로 선수 답지 못한 행동을 한 것이 맞다. 자신의 이야기처럼 선수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김비오만 징계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프로 선수들에게 "넌 프로니까"라는 족쇄를 채우지만 결국 선수들도 사람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면 제2의 그리고 제3의 김비오가 나오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

만약 내가 혹은 내 가족이 같은 상황이라면 중요한 순간에 소리를 내며 방해를 할 수 있었을까?

진정으로 코리안 투어의 발전을 위한다면 갤러리들의 민폐행동을 제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과 함께 민폐 갤러리들의 성찰이 필요하다.

한편, 30일 오후 2시에 예정되어있던 상벌위원회는 10월 1일(화) 오전 10시로 변경됐다. 이는 상벌위원회에 김비오 선수 당사자를 소환하기 위해서는 상벌위원회 규정상 통보 후 최소 24시간이 지나야한다는 것이 원칙이기때문이다.

[김현지 마니아리포트 기자/928889@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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