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골프에서는 왜 18홀을 도는 것을 라운드라고 말할까? 골프에 처음 입문한 이라든가 골프 용어에 관심을 갖는 이라면 한번쯤 가져볼법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라운드는 영어 말 그대로 둥근 모양을 뜻한다. 한 바퀴 도는 원의 이미지이다.
라운드라는 말을 처음 접한 것은 어릴 적 프로복싱경기에서였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 김기수, 유제두 등이 세계 챔피언에 오르며 프로복싱이 큰 인기를 끌었다. 무하마드 알리, 조 프레이저의 3차례 라이벌전과 조지 포먼의 세계헤비급 타이틀전은 당시 세계 스포츠의 최고 빅카드였다. TV에서 본 프로복싱 중계에서 영어 중 가장 잘 들린 것이 바로 ‘라운드’였다. 보통 3분 15라운드로 벌어지던 프로복싱 세계타이틀전은 이후 3분 12라운드로 바뀌었다. 김득구가 멘시니와의 세계타이틀전서 경기 중 사망한 이후 사고를 막기위해 3라운드를 줄였던 것이다.
두 번째로 라운드라는 말을 배우게 된 것은 고교 시절 제법 영어 공부를 할 때였다. 영어 단어에 ‘메리고라운드(merry-go-round)’가 놀이기구의 하나인 ‘회전목마’라는 뜻이라는 것을 흥미있게 배웠다. 즐겁게 돌아가는 목마라는 의미였다. 그 단어는 정말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다.
스포츠 기자가 된 이후 라운드라는 용어가 프로복싱 말고도 양궁, 사격, 육상, 골프 등에서 경기 용어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게됐다. 양궁에서 1라운드는 정해진 화살을 모두 쏜 것을 의미한다. 사격에선 스킷트, 트랩 등과 권총 종목에서 한 차례씩 주어진 총알을 발사하는 것을 뜻한다. 육상에서 라운드라고 하면 제1예선, 제2예선, 준결승, 결승 등을 각각 말한다. 제1라운드는 제1예선이고, 결승은 결승 라운드라고 한다. 멀리뛰기, 세단뛰기, 던지기의 종목에서는 참가 경기자의 전원이 행하는 각 회의 시기(試技)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라운드를 잘못 사용해 라운딩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꽤 있다. 일부 언론매체에서도 라운드를 라운딩이라고 한다. “라운드를 했다”, “누구와 라운드 도중 어떤 일이 일어났다” 등으로 해야하는데, 여기서 ‘라운드’를 ‘라운딩’이라고 하면 틀린 표현이다. 라운딩은 영어 표현 그대로 진행형으로 그냥 골프를 하는 중이라는 의미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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