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5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는 왜 별명을 ‘붉은 악마(Red Devils)’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1-01-05 07:32
'붉은 악마'로 유명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EPL에서 10경기 무패로 선두 리버풀과 승점 동률을 이루고 있다. 사진은 페널티킥 차는 맨유 브루누 페르난데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붉은 악마'로 유명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EPL에서 10경기 무패로 선두 리버풀과 승점 동률을 이루고 있다. 사진은 페널티킥 차는 맨유 브루누 페르난데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 프로축구에서 가장 부자구단의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는 선수들의 유니폼과 엠블럼이 빨간색을 띠고 있다. 2005-2006년 시즌부터 7년간 박지성이 뛸 때는 많은 한국 축구팬들이 마치 한국 대표팀만큼이나 좋아했던 팀이었다. 빨간색 유니폼과 ‘붉은 악마(Red Devils)’라는 팀 별명이 한국 대표팀과 흡사했던 것도 크게 영향을 주었다.

박지성과 함께 했던 ‘명장’ 알렉스 퍼거슨(79) 감독 시절, 27년동안 20번이나 우승컵을 차지한 맨유는 워낙 출중한 경기력을 보여줘 많은 경쟁팀들과 라이벌 팬들에게는 팀 별명답게 공포와 두려움을 주는 악마같은 존재였다.
맨유가 붉은색 팀이 된 것은 연고지역 맨체스터를 연고로 했던 랭카스터 가문의 영향 때문이었다. 리즈 지역의 요크가문과 역사적인 장미전쟁(1455-1485)을 치른 랭카스터 가문은 붉은 장미를 상징으로 내세웠다. 맨체스터는 1878년 랭커셔 앤드 요크셔 철도의 뉴턴 히스 지부 소속의 실업팀으로 창단할 때부터 유니폼, 엠블렘 등에 붉은 색을 사용했다.

맨유의 붉은 악마 별명은 영국의 전통적인 스포츠인 럭비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같은 맨체스터 지역에 있던 ‘살포드(Salford)’라는 럭비팀에서 비롯됐다. 잉글랜드 럭비리그에서 최고의 팀이었던 살포드는 1934년 프랑스 투어에 나서면서 ‘레드 데블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럭비리그를 홍보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프랑스 투어에 나선 살포드는 6경기 모두를 이겨 프랑스 언론인들로부터 ‘Les Diables Rouges(영어 The Red Devils)’로 불렸다.

맨유의 창단 초기 별명은 ‘The Heathens’였다. 지역 이름인 뉴턴 히스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이교도라는 의미인 ‘Heathen’은 예배일인 일요일에 축구 경기를 한 첫 번째 팀이라는 사실과 연관된 별명이기도 했다.

하지만 맨유는 럭비팀인 살포드의 별명 붉은 악마가 이교도의 이미지를 갖고 있고 더 위협적으로 들린다고 판단해 팀 별명으로 결정하게 됐다. 붉은 악마 별명이 시작된 것은 1960년대 초였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이전 최고의 사령탑이었던 맷 버스비 감독(1909-1994)은 1945년부임이후 1969년 지휘봉을 2군 감독이었던 월프 맥기네스에게 념겨줄 때까지 맨유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퍼거슨과 함께 영국 왕실에서 수여하는 기사 작위를 받은 버스비 경이 1950년대 10대와 20대 초반선수들로 팀 전력을 이끌어 영국언론은 맨유를 ‘버스비의 아이들(Busby Babes)’이라고 불렀다. 버스비 감독은 이교도나 버스비의 아이들보다는 럭비팀의 붉은 악마 이름이 더 좋다고 결정해 이를 팀에서 채택했다.
붉은 악마는 맨유의 역사로 자리잡았다. 1970년대 붉은 악마는 맨유 엠블럼에 자리를 잡았다. 엠블럼에는 원래 하단 붉은 색 방패 안에 맨체스터를 관통하는 강을 상징하는 사선 3개가 있었는데 대신 붉은 악마를 그려넣었다. 악마 이미지가 상대방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엠블럼을 상표화하기 위한 상징으로 내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맨유는 1970년대 이후 모자와 스카프 등 팀 상품에 붉은 악마 로고를 새겨 팔아 톡톡한 재미를 봤다. 맨유는 붉은 악마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악마 복장을 한 남자 ‘프레드 더 레드(Fred The Red)’를 공식적인 마스코트로 만들어 홈경기가 있을 때마다 등장시키곤 한다.
매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부자 스포츠 구단평가에서 상위에 이름을 올리는 맨유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붉은 악마의 주술적 힘이 작용한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런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붉은 악마라는 별명을 가진 스포츠팀은 세계 곳곳에 많다. 한국 축구대표팀 뿐 아니라 벨기에 축구 대표팀, 벨로루시, 콩고축구 대표팀들도 별명이 붉은 악마이다. 붉은 악마라는 별명은 이제 맨유의 역사일 뿐아니라 세계 스포츠의 역사로 자리를 잡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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