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70] ‘엘 클라시코(El Clásico)’는 어떻게 생긴 말일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1-01-23 05:56
2019년 12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엘클라시코 모습 [EPA=연합뉴스]
2019년 12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엘클라시코 모습 [EPA=연합뉴스]
잘 알다시피 스페인어 ‘엘 클라시코(El Clásico)’는 스페인 프로축구인 프리메라리가의 최대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CF의 라이벌 경기를 말한다. 엘 클라시코는 영어 정관사 ‘The’에 해당하는 스페인어 ‘엘(El)’과 고전을 의미하는 ‘클라시코(Clásico)’의 합성어로 전통의 고전이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더 클래식(The Classic)’이다. 4대 메이저 골프대회인 영국의 ‘디 오픈(The Open)’과 같이 정관사 'The'와 고전이라는 의미의 'Classic'을 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엘 클라시코는 스페인 축구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용어는 아니다. 언론에서 두 팀간의 경기를 부르기 위해서 쓴 말이다. 비록 스페인 프로축구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두 팀간의 경기이지만 국제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끌 만큼 오래전부터 세기의 매치로 자리잡았다.
엘 클라시코는 원래 스페인 챔피언십에서 두 팀이 맞붙었을 때만 붙였던 말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UEFA챔피언스리그, 스페인 국왕컵(Copa del Rey, 일명 FA컵) 등 두 팀이 겨루는 경기 모두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됐다.

스페인 축구 자료에 따르면 흥미롭게도 엘 클라시코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두 팀간의 라이벌 대결은 1세기가 넘었지만 이 말을 본격적으로 쓰게 된 시기는 2000년대 중반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두 팀간의 경기는 ‘엘 더비(El Derby)’, ‘마드리드-바르사('Madrid-Barca), 또는 바르사-마드리드(Barca-Madrid)’라고 불렀다. 엘 클라시코라는 말은 중남미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전부터 아르헨티나의 가장 유명한 라이벌 대결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보카 주니어스(Boca Juniors)와 리버 플레이트(River Plate) 경기를 ‘수퍼클라시코(Superclasico)’라고 부르고 있었다. 모국인 스페인이 한때 식민지였던 중남미에서 이 말을 수입해 사용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두 팀간의 경기는 엄밀히 말하면 더비는 아니다. 더비라는 말의 어원은 같은 지역에서 라이벌팀이 벌이는 경기에서 출발했다. (본코너 257 ‘‘맨체스터 더비(Manchester Derby)’의 ‘더비’는 어떻게 생긴 말일까‘ 참조) 두 경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슈퍼스타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경기라는 점 때문에 늘 주목을 받는다. 마치 미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인기있는 뉴욕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경기처럼 말이다.

두 팀의 라이벌전은 스페인의 국민적 통합보다는 분리주의의 기반을 두고 오랜 역사 속에서 자리를 잡았다. 두 팀의 연고도시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역사에서 오랜 앙숙관계였다. 스페인의 수도이자 왕실이 있는 마드리드는 보수주의를 대표한다. 이에반해 카탈루니아의 수도인 바르셀로나는 시민을 중시하는 공화주의를 선도하는 지역이다. 두 지역 사이에는 항상 지역 경쟁이 벌어졌다. 카탈루니아는 오랫동안 독립을 위한 싸움도 펼쳤다. 두 도시의 자존심을 나타내는 두 축구클럽의 경쟁은 자연적으로 뜨거운 라이벌 관계가 딜 수 밖에 없는 정치적, 역사적 환경을 갖고 있었다.
엘 클라시코의 역사는 190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3월 창단한 레알 마드리드와 창단 3년차였던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국왕컵인 코파 델 레이의 전신 코파 데 라 코로나시온에서 1902년 5월 13일 처음으로 맞붙었는데, 이 경기는 바르셀로나가 3대 1로 이겼다고 한다.

두 팀 간의 경쟁은 스페인 내전 중에 심화됐다. 1930년대 내전 당시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가 지원한 왕당파인 프랑코 장군이 공화당의 중심지인 카탈루니아의 바르셀로나 시민을 대량 학살하며 정권을 잡으면서 두 도시를 대표하는 축구팀의 대결은 더욱 치열해졌다. 바르사의 모토인 ‘Mes Que Un Club(클럽, 그 이상이 되자)’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을 상징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FC 바르셀로나가 단순한 축구 클럽을 넘어서는 존재라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해 10월 기준 두 팀간의 역대 전적은 바르셀로나가 96승97패52무로 1승 뒤져있다.

엘 클라시코는 하나의 국가인 스페인에서 축구팀으로 대표하는 2개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이 말은 스페인에서는 축구단의 역사와 전통이 국가 실체보다 더 우선한다는 느낌을 준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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