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96] 왜 파리 생제르맹(Paris Saint-Germain) FC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1-02-18 08:16
파리 생제르맹은 프랑스 최고 명문 축구팀이다. 사진은 17일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서로 엇갈려 걷는 PSG의 음바페(왼쪽)와 바르셀로나의 메시.  (로이터=연합뉴스)
파리 생제르맹은 프랑스 최고 명문 축구팀이다. 사진은 17일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서로 엇갈려 걷는 PSG의 음바페(왼쪽)와 바르셀로나의 메시.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최고 명문 축구팀인 파리 생제르맹(Paris Saint-Germain, PSG) FC는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많이 낯설다. 일단 프랑스어 발음이 어렵다. 파리나 생제르맹 한 단어를 쓰면 쉬운 데 두 단어를 함께 쓰기 때문이다. 특히 생제르맹은 발음 하기가 쉽지 않다. 두 단어는 별개의 지역이다.

생제르맹(Saint-Germain)은 원래 프랑스 수도 파리 중심에서 15km 떨어진 근교 지역이었다. 프랑스어 ‘Germain’은 마치 독일을 뜻하는 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독일을 뜻하는 프랑스어는 ‘l'Allemagne’이다. 독일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말이다. 생제르맹은 성스러운 형제라는 뜻인 라틴어 ‘Santhus Germanus’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의 기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지역은 문화인들이 많이 모여 소통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던 문화인의 거리로 유명했다.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인 살롱이 많았다. 귀족과 문화인들이 만나 서로의 꿈과 희망을 얘기하며 정열적인 시간을 보냈던 지역이었다.
파리 생제르맹은 파리 문화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축구 아이콘이다. 파리의 사회, 정치적 문화 속에서 성장했으며 경기의 스타일과 운영에서도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PSG는 1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팀들이 많은 유럽 축구에서 역사가 짧은 젊은 팀이다. 1970년 스타드 생제르맹과 파리 FC의 합병으로 현재의 팀 이름을 갖게됐다. PSV가 창단하기 이전 파리를 연고지로 한 축구팀은 1896년 창단한 라싱 파리와 레드 스타 FC, 스타드 프랑스 등이 있었다. 하지만 라싱 파리가 1969년 리그를 탈퇴하고 프로축구에서 완전 철수를 했고 다른 팀들도 강등이나 팀 해체를 단행해 파리에는 1부리그 소속팀이 하나도 남지 않게됐다.

프랑스 수도인 파리에 1부리그 팀이 없다는 것은 파리시민에게는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빅클럽을 만들려는 목적으로 파리 FC가 창단됐으며 1970년 두 팀이 통합을 발표했다. 이 때 파리 시민 2만명의 서명을 받아 PSG가 출범하게 됐다. 창단 당시에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영화배우 장폴 벨몽도 등 파리 출신 유명인들과 기업들이 자금 지원과 응원을 했다 .

PSG는 파리라는 대도시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1974년부터 홈구장으로 파르크 데 프랭스를 사용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1970년대 후반 PSG는 당초 연고지역이었던 생 제르맹 앙 레가 파리로 편입되면서 명실상부하게 파리를 대표하는 축구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생 제르맹 앙레는 프랑스 왕가를 상징하는 ‘태양의 왕’ 루이 14세가 탄생했던 요람이기도 했다.

파리 생제르맹 엠블럼.
파리 생제르맹 엠블럼.

PSG의 엠블럼에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을 한 가운데 넣고 그 밑에 프랑스 왕가와 파리 시의 상징인 ‘플뢰르 드 리스(Fleur-de-lys, 백합)’를 자리잡게 한 것은 프랑스와 파리를 대표한다는 정체성을 보여준다. 엠블럼 색깔도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선택해 파리의 상징색과 프랑스 국기 색깔과 비슷하게 맞췄다.

PSG는 연고지 파리만큼이나 화려한 성적을 올리며 유럽축구에서 최강자의 하나로 이름을 떨쳤다. 프랑스와 유럽 축구무대에서 총 44회나 우승을 차지했다. 1부리그 9회와 각종 컵 대회에서 트로피를 수상했으며 1995-96 UEFA 컵 위너스컵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1년 카타르투자청이 팀 지분의 70%를 인수한 뒤 적극적인 투자로 세계적인 선수들을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데이비드 베컴 등이 PSG 유니폼을 입었다.

PSG는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와 라이벌로도 유명하다. 두 팀간의 대결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벌이는 엘 클라시코에 못지 않게 프랑스 프로축구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르 클라지크(Le Classique)라고 불리는 두 팀의 대결은 연고지 도시의 사회, 문화적인 배경이 대조를 이루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파리는 수도로 백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반해 마르세유는 남부지방의 항구도시로 비주류와 이민자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양 팀 전적에서는 전통의 강호 마르세유가 좀 앞선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report@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TOP

pc로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