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305] 왜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은 한국과 네덜란드 축구의 연결고리가 됐을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1-02-27 06:59
지난 2019년부터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을 이끌고 있는 딕 아드보카드 전 한국대표팀 감독. [페예노르트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19년부터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을 이끌고 있는 딕 아드보카드 전 한국대표팀 감독. [페예노르트 홈페이지 캡처]
네덜란드 프로축구에서 페예노르트 로테르담(Feyenoord Rotterdam)은 3인자이다. 아약스, 아인트호벤의 위용에 미치지 못한다. 1부리그 에레디비시에서 15번 우승을 차지했으며,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1969-70시즌) 1회, UEFA 유로파리그(1973-74, 2001-02) 2회 등을 한 바 있지만 두 팀에게는 기록상으로도 많이 밀린다. 그래도 1부리그에서 한번도 강등당한 적이 없는 유일한 팀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페예노르트는 1908년 네덜란드 최대 항구도시 로테르담을 연고로 창단했다. 원래 로테르담은 로테(Rotte)이 바다와 만나는 지역에 ‘둑(Dam)’을 만들어 세운 도시이다. 네덜란드에서 로테르담이나 암스테르담과 같이 ‘Dam’이라는 접미사가 들어가 있는 지명은 모두 강을 끼고 만든 도시라는 의미이다. 팀 명칭은 로테르담 시의 구역 중 하나인 페이예노르트(Feijenoord) 지역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명칭이 쓰기 어려워 1971년 현재 팀 이름으로 바꿨다. 페예노르트는 1970년대를 전후해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을 연고로 한 아약스와 한때 경쟁을 갖기도 했다. 당시 축구천재 요한 크루이프와 토털축구를 앞세운 아약스에게 밀렸지만 1973-74시즌 에레디비스와 UEFA 챔피언스 리그를 제패하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이후 아약스와 아인트호벤이 리그를 주도하면서 페예노르트는 3인자로 만족해야 했다.
페예노르트가 한국 축구가 인연을 맺은 것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였다.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가 4강신화를 달성하는 것을 보고 한국 선수들에게 매력을 느꼈다. 투지와 승부욕이 뛰어나지만 자국 선수들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는 먼저 송종국을 영입한 뒤 김남일, 이천수까지 받아들였다.

송종국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페예노르트 유니폼을 입었다. 3시즌 동안 53경기에 출전했다. 송종국은 주전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부상 등으로 인해 밀려났다. 루드 굴리트가 감독이 되면서는 아예 주전에서 빠지며 잊혀졌다.

김남일은 2003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네덜란드 SBV 엑셀시오르로 임대 이적했다가 페예노르트로 임대된 뒤 다시 엑셀시오르로 재임대됐다. 엑셀시오르는 페예노르트의 위성 엑셀시오르에서 클럽으로 엑셀시오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얼마든지 페예노르트에서 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엑셀시오르가 1부리그에서 강등당한 뒤 페예노르트에 잠깐 머물다가 2004년 여름 전남 드래곤즈로 복귀했다.
이천수는 2007년 팀에 다시 돌아온 판 마르바이크 감독에 의해 영입됐다. 2002 한·일 월드컵이후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와 CD 누만시아에서 뛰다가 울산 현대로 복귀했던 이천수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의 활약이 눈에 띄어 마르바이크 감독이 받아들였다. 이천수는 2007-08시즌 데뷔경기에서는 주목을 받았으나 이후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에레디비시 12경기에 출전했지만 골을 기록하는데 실패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아 준우승까지 이끈 마르바이크 감독은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으로 인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홍명보 감독에 이어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강력히 거론되기도 했다. 그가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면 히딩크,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에 이어 네 번째 네덜란드 출신 사령탑이 될 뻔했다. 하지만 게약 협상과정에서 결력돼 아쉬움을 주었다. 마르바이크 감독은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UAE 대표팀을 맡아 아시아축구와 인연을 이어 나갔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토고를 2-1로 꺾고 한국 축구역사상 첫 원정 월드컵 승리를 이끌었던 아드보카트 감독은 러시아 대표팀, 세르비아 대표팀, 네덜란드 대표팀과 아인트호벤, 터키 페네르바흐체 감독을 거쳐 2019년부터 페예노르트 감독을 맡아 주목을 끌었다. 지금은 국내에서 인지도가 많이 낮아졌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으로 인해 페예노르트는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 나가고 있는 셈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report@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TOP

pc로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