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306] 왜 ‘골(Goal)’이라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1-02-28 08:37
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가 28일 스페인 라리가 세비야와의 경기서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가 28일 스페인 라리가 세비야와의 경기서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의 지중해 연안 국가나 브라질, 아르헨티나 남미 국가 등에서 방영하는 축구 중계를 보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골이 터질 때이다. ‘고~올’이라는 말을 10초 이상 길게 할 때도 있다. 특히 월드컵과 같이 빅 이벤트가 벌어질 때는 골이라는 발음을 더 강하고, 길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도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이후 축구가 큰 인기를 끌면서 열정적인 방송 캐스터들이 골 발음을 멋지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골은 만국 공용어이다. ‘골’이라고 말하면 전 세계인들은 다 알아 듣는다. 축구에서 전 세계를 하나로 묶어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는 물론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모두 다 골로 통한다. 모두 언어는 다르지만 골이라는 말은 같은 의미이다 .골이라는 말이 하나가 되면서 축구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영어에서 골이라는 말은 여러 의미로 쓰인다. 스포츠에서는 득점에 성공한 행위 자체를 말한다. 축구, 농구, 핸드볼, 아이스하키 등에서 볼이나 팩 등을 넣으면 골이라고 선언하고 득점으로 인정한다. 스포츠 이외에서는 사람이 도달하거나 달성하려는 목적을 의미한다. 목적이 없는 삶은 보통 죽은 삶과 같다고 말한다. 따라서 어떤 목적을 갖기 위해 사람들은 노력한다.

축구에서 골은 골라인 중앙에 세운 폭 7.32m, 높이 2.44m 안으로 공이 완전히 통과되었을 때를 말한다. 아무리 좋은 슈팅을 날리더라도 이 안으로 집어넣지 않으면 골로 인정하지 않는다. 드리블이 좋고 기술이 현란해도 골을 넣지 못하면 그 선수는 반쪽 짜리 선수로 치부된다. 골프에서 아무리 장타를 날려도 홀에 집어넣지 못하면 소용없는 것과 같다.

골이라는 말의 어원은 여러 사전에 분명하게 나와있지 않다. 대부분 모호하며 명확한 근거를 대지 못한다. 축구 사전이나 사이트 등을 찾아봐도 제대로 된 기원을 알 수가 없다. 웹스터 영어사전에 따르면 ‘Goal’은 경계와 한계를 의미하는 중세영어 ‘Gol’에서 유래했다. 기원은 알 수 없고 1325년경부터 처음 사용됐다고 설명한다. 고대 프랑스어로 방해한다는 의미의 ‘Gælan’에서 기원한 것일 수도 있다고 풀이한다. 고대 프랑스어는 정치, 문화 등에서 중세영어로 많은 영향을 준 데서 비롯된 해석이다.

고대 프랑스어로 기둥을 뜻하는 ‘Gaul’에서 유래돼 영어 ‘Gaol’이 변화하면서 ‘Goal’이 됐다는 기원설도 있다. 유럽어에 적지않은 영향을 준 인도 타밀어에 기둥을 의미하는 말로 ‘Kaal’이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이 말은 집 밖에 키가 큰 나무 기둥을 세워 결혼식이 열리는 것을 상징적으로 알리는 뜻이다. 기둥이라는 뜻인 이 말과 연관성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영어에서 본격적으로 골이라는 말을 쓴 것은 16세기 전반기라고 한다. 결승선 지점이나 목표 또는 노력의 결과라는 확장된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16세기 후반부터는 현재의 의미로 자리를 잡았다. 영국에서 18세기부터 산업혁명이 발생하며 도시화, 산업화가 급격히 이뤄지면서 여가 활동으로 축구를 비롯해 여러 스포츠 종목이 생기며 골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됐다. 결승선, 크로스바, 볼이나 퍽이 들어가는 네트, 스코어를 올리는 행위나 점수 등의 의미로 활용됐다.

미국 프로야구 초창기, 골은 베이스를 표시하는 의미로도 쓰였다. 야구 작가 폴 딕슨의 야구 사전에 따르면 메이저리그가 출범하기 직전인 1980년대 골은 지금의 베이스와 같은 뜻으로 쓰였다. 1860년 출간된 미국 역사학자 윌리엄 메이스크 다이어(1820-1898)의 책 ‘The Bobbin Boy’서 “첫번 째 타석에서 볼을 높이 쳐 골(베이스)을 돌며 점수를 올렸다”고 기록돼 있다는 것이다.

불확실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기원을 갖고 있는 골이라는 말은 마치 비밀의 문과 같다. 축구에서 골을 기록하는 거나 미래의 알 수 없는 목표를 세우는 거나 모두 쉽지 않을 일이다. 누구나 문을 두드리지만 아무에게나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확실히 뜻을 세우고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비밀의 문을 열 수가 없다.

축구에서 골을 넣으려면 기본기부터 철저히 다듬어야 한다. 펠레, 마나도나, 메시가 위대한 골잡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릴 때부터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확실히 세워 기본기를 갈고 닦아서였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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