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골리(Goalie)라는 표현도 많이 쓰인다. 우리나라에서 5공화국 시절 한국식 축구 용어 정비사업을 펼치면서 문지기라고 부르기도 했다. 북한에서 이 말을 오래 전부터 써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잠깐 문지기라는 말을 쓰다가 영어 원어대로 골키퍼라고 다시 쓰게 됐던 적이 있었다. 세계에서 만국어로 통하는 축구 포지션 중의 하나인 골키퍼를 의도적으로 우리 말로 바꿔 사용하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골키퍼는 장갑을 끼고 골을 막는 특성상 필드 플레이어는 물론 심판과도 구별을 위해 다른 유니폼을 입는다. 그래서 골키퍼는 여러 선수들 사이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골키퍼가 반칙으로 퇴장하거나 부상으로 경기를 하지 못할 때는 다른 골키퍼를 출전시킨다. 만약 골키퍼 교체 선수가 없을 경우는 필드 플레이어 선수가 골키퍼를 대신할 수 있다.
골키퍼는 상대편의 슛을 직접 막아야 하기 때문에 판단력, 집중력, 민첩성, 위치 선정능력 등이 뛰어나야 한다. 이런 능력은 골키퍼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뛰어난 골키퍼는 모든 골의 흐름을 잘 알아야 한다. 상대 공격수들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어떤 슈팅을 쏠지 예측하고 움직여야 한다. 전반적인 필드 플레이를 꿰차고 있어야 여러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다. 공격수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팀의 최후 방어선인 골키퍼가 축구를 잘 아는 포지션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이유이다.
골키퍼는 어떻게 보면 야구의 투수와 비슷하다. 가장 많이 생각하며 모든 것을 혼자서 다 결정하고 싸워야 한다. 외롭고 힘들지만 보람도 크다. 뒤늦게 보이지 않는 역할을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이 “내가 축구를 했다면 골키퍼가 됐을 것이다. 골키퍼는 어려울 때 가장 믿음을 준다”고 말하며 골키퍼 예찬론자가 됐던 것도 골키퍼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소설 '이방인'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소설가 알베르 까뮈가 대학시절 골키퍼로 활약했던 것도 혼자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골키퍼의 묘미를 즐기기 위한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독일의 작가 피터 한트케가 ‘페널티킥을 기다리는 골키퍼의 불안’이라는 소설을 낸 것도 카뮈와 비슷한 이유에서 였을 것이다.
축구 강국 우루과이의 작가이자 언론인인 아두아르도 갈레아노가 오죽하면 골키퍼를 “세 개의 통나무 사이에 홀로 서서 자신에 대한 총살이 집행되기만을 기다리는 순교자”라고 말을 했을까. 골키퍼를 제대로 알면 골이 보이고 삶도 보인다고 말하는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면 좋을 듯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관련기사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report@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