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308] 골키퍼(Goalkeeper)를 알면 골이 보이는 이유

김학수 기자| 승인 2021-03-02 07:24
축구 포지션에서 골키퍼는 가장 고독한 자리이다. 혼자 생각하고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달 28일 스페인 라리가 바르셀로나와 세비야 경기에서 메시가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는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축구 포지션에서 골키퍼는 가장 고독한 자리이다. 혼자 생각하고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달 28일 스페인 라리가 바르셀로나와 세비야 경기에서 메시가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는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골키퍼(Goalkeeper)는 말 그대로 골(Goal)을 막는 사람(Keeper)이다. 영어 골은 득점에 성공한 행위 자체를 말한다. (본 코너 306회 ‘왜 ‘골(Goal)’이라 말할까‘ 참조) 키퍼는 붙잡는다는 의미인 ’Keep’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이 써서 막는 사람이라는 표현이다. 영어 어원에 따르면 키퍼는 중세 영어 ‘Kepere’에서 유래한 것으로 관찰하고 탐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15세기에 어떤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였으며 1744년부터 크리켓에서 스포츠용어로 처음 사용됐다.

영어로 골리(Goalie)라는 표현도 많이 쓰인다. 우리나라에서 5공화국 시절 한국식 축구 용어 정비사업을 펼치면서 문지기라고 부르기도 했다. 북한에서 이 말을 오래 전부터 써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잠깐 문지기라는 말을 쓰다가 영어 원어대로 골키퍼라고 다시 쓰게 됐던 적이 있었다. 세계에서 만국어로 통하는 축구 포지션 중의 하나인 골키퍼를 의도적으로 우리 말로 바꿔 사용하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골키퍼는 골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중요한 포지션이다. 골이라는 말을 축구 포지션에서 유일하게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골키퍼는 그라운드 내부에서 혼자서만 손을 사용할 수 있다. 다른 포지션 선수들이 손을 써서 볼을 잡으면 핸들링(Handling) 반칙이 선언되는데 골키퍼만은 예외이다. 하지만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만 손을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다. 페널티에어리어 밖에서는 골키퍼도 볼을 손으로 만질 수 없고 발로 차야한다.

골키퍼는 장갑을 끼고 골을 막는 특성상 필드 플레이어는 물론 심판과도 구별을 위해 다른 유니폼을 입는다. 그래서 골키퍼는 여러 선수들 사이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골키퍼가 반칙으로 퇴장하거나 부상으로 경기를 하지 못할 때는 다른 골키퍼를 출전시킨다. 만약 골키퍼 교체 선수가 없을 경우는 필드 플레이어 선수가 골키퍼를 대신할 수 있다.

골키퍼는 상대편의 슛을 직접 막아야 하기 때문에 판단력, 집중력, 민첩성, 위치 선정능력 등이 뛰어나야 한다. 이런 능력은 골키퍼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뛰어난 골키퍼는 모든 골의 흐름을 잘 알아야 한다. 상대 공격수들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어떤 슈팅을 쏠지 예측하고 움직여야 한다. 전반적인 필드 플레이를 꿰차고 있어야 여러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다. 공격수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팀의 최후 방어선인 골키퍼가 축구를 잘 아는 포지션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이유이다.

골키퍼는 어떻게 보면 야구의 투수와 비슷하다. 가장 많이 생각하며 모든 것을 혼자서 다 결정하고 싸워야 한다. 외롭고 힘들지만 보람도 크다. 뒤늦게 보이지 않는 역할을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이 “내가 축구를 했다면 골키퍼가 됐을 것이다. 골키퍼는 어려울 때 가장 믿음을 준다”고 말하며 골키퍼 예찬론자가 됐던 것도 골키퍼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소설 '이방인'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소설가 알베르 까뮈가 대학시절 골키퍼로 활약했던 것도 혼자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골키퍼의 묘미를 즐기기 위한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독일의 작가 피터 한트케가 ‘페널티킥을 기다리는 골키퍼의 불안’이라는 소설을 낸 것도 카뮈와 비슷한 이유에서 였을 것이다.
골키퍼는 페널티킥이나 승부차기를 맞을 때 가장 큰 부담을 느낀다. 몸을 사리지 않고 막으려 하지만 이를 막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페널티킥이나 승부차기는 차는 선수가 골키퍼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론적으로 공의 속도가 골키퍼의 반응 시간보다 빠르기 때문에 골키퍼가 공을 막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골키퍼는 어떻하든 몸을 날려 골을 잡기 위해 절치부심을 할 수 밖에 없다. 팀이 이기느냐, 지느냐의 향방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축구 강국 우루과이의 작가이자 언론인인 아두아르도 갈레아노가 오죽하면 골키퍼를 “세 개의 통나무 사이에 홀로 서서 자신에 대한 총살이 집행되기만을 기다리는 순교자”라고 말을 했을까. 골키퍼를 제대로 알면 골이 보이고 삶도 보인다고 말하는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면 좋을 듯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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