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313] 왜 ‘디펜더(Defender)’를 ‘수비수(守備手)’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1-03-07 08:0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는 막강한 중앙수비라인을 바탕으로 최강의 전력을 보여주며 21연승을 하는 동안 단 8골만 내주었다. 사진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는 막강한 중앙수비라인을 바탕으로 최강의 전력을 보여주며 21연승을 하는 동안 단 8골만 내주었다. 사진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 축구에서는 수비를 전담하는 선수를 한때 ‘디펜더(Defender)’ 대신에 ‘풀백(Full Back)’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동네축구에서 경기 전 포지션을 짤 때, 공격수로 포워드(Forward)로, 수비수는 풀백으로 나눠 분류하는게 대부분이다. 아마도 정확한 영어 표현인 디펜더라는 발음을 하기가 쉽지 않아 쉽게 발음할 수 있는 용어로 비슷한 의미인 풀백이라는 말을 썼던 것으로 보인다 . 하지만 이는 잘못 된 표현이다. 축구 본고장인 영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정식 명칭은 ‘디펜더’가 맞는 용어이다. 축구가 일제 강점기 시절 대중적으로 많이 보급되면서 일본 사람들이 즐겨쓰는 표현이 그대로 자리잡았던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디펜더’의 어원을 살펴보면 13세기 챔피언을 보호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영어에 많은 영향을 준 고대 프랑스어 ‘Defendeor’와 라틴어 ‘Defendsorr’가 어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Defender’는 막는다는 의미의 동사 ‘Defend’에 사람을 의미하는 접미사 ‘-er’이 붙은 합성어이다. ‘Defend’는 떨어진다는 뜻인 ‘De’ 접두사와 공격한다는 뜻인 ‘Fend’로 구성된 동사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다는 의미이다. ‘디펜더’는 막는 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사람이라는 데서 유래된 것을 알 수 있다.
‘디펜더’는 우리 말로는 한자어를 써서 ‘수비수(守備手)’라고 말한다. 상대편의 침입에 대비해(備) 지키는(守) 사람(手)이라는 뜻이다. 수비수라는 말은 공격수(攻擊手)라는 말과 같이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면 나오지 않는다. (본 코너 311회 ‘포워드를 왜 공격수(攻擊手)라고 말할까’ 참조) 수비라는 단어는 검색이 되는데 수비수라는 말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일제 강점기 일본 사람들에 의해 들어온 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북한에서는 수비수 대신 방어수(防禦手)라고 말한다. 해방이후 일본 사람들이 쓰는 수비수라는 표현을 하지 않기 위해 방어수라는 말을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방어수도 조선왕조실록에는 나오지 않는다.

수비수는 축구 등 여러 종목에선 수비를 주된 임무로 하는 포지션을 의미한다. 종목별로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공격을 하는 공격수를 방해하여 상대가 득점을 못하게 만드는 것이 수비수의 역할이다. 축구에서는 골키퍼와 미드필드 아래에서 뛰는 선수가 수비수에 속한다. 야구에서는 타자를 제외한 투수와 포수, 1루수, 2루수, 3루수, 유격수,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가 수비수에 해당한다. 농구에서는 가드, 배구에서는 리베로가 수비수로 분류한다.

축구는 수비수 포지션에 따라 센터백(Center Back), 스위퍼(Sweeper), 풀백(Full Back), 윙백(Wing Back) 등으로 구분한다. 감독의 따라 포지션 구분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보통 중앙수비수인 센터백은 골키퍼 앞 최종 후방 라인에서 상대팀의 공격을 저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스위퍼는 말 그대로 상대편의 볼을 쓸어내는(Sweep) 역할을 한다. 일반 수비수보다 능력있는 센터백이라고 할 수 있다. 스위퍼는 이탈리아어로 자유라는 의미인 ‘리베로(Libero)’라고 부르기도 한다. 풀백은 수비수 가운데 양사이드에 위치한 포지션으로 상대 공격수의 측면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는 역할을 한다. 윙백은 미드필더 중 측면에 위치한 선수로 경기 상황에 따라 포지션 변화를 꾀한다. 미들필더 위치까지 올라가거나 센터백과 함께 수비라인을 형성하기도 한다.

수비수의 전통적 임무는 상대방의 공격을 막고 공을 최대한 수비지역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축구에서 수비수는 공격, 패스의 최초 출발점의 역할도 맡는다. 골키퍼까지도 상황에 따라 직접 공격수에 볼을 드리블 해 연결하는 경우도 있다.
공격수에 비해 수비수가 주목을 받기가 어렵지만 유럽 축구에서 최고 선수에게 주는 발랑도르상을 수비수 출신이 받은 적이 몇 번 있었다. 독일의 ‘축구 황제’ 프란츠 베컨바워가 2번을 받았고,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출신의 마티어스 잠머,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우승으로 이끈 유벤투스 출신의 파비오 칸나바로가 각각 수상한 바 있다.

한국축구에서는 역대 최고의 수비수로 1960-70년대 김정남, 김호과 김호곤에 이어 1980년대 조영증, 박성화와 함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홍명보 등을 꼽는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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