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315] 스위퍼(Sweeper)와 스토퍼(Stopper)는 어떻게 다른가

김학수 기자| 승인 2021-03-09 07:52
이탈리아 축구는 1960년대부터 스위퍼시스템을 활용한 '카테나치오'로 세계 축구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사진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우승한 이탈리아 대표팀.
이탈리아 축구는 1960년대부터 스위퍼시스템을 활용한 '카테나치오'로 세계 축구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사진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우승한 이탈리아 대표팀.
스위퍼(Sweeper)와 스토퍼(Stopper)는 한때 세계 축구에서 유행했던 수비수의 용어였다. 이름 그대로 공격수들을 제압하며 수비수에서 가장 중요한 마지노선 같은 존재였다. 여기서 뚫리면 심각한 위기가 찾아오지만 잘 막으면 오히려 반전의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이었다. 현재는 수비 전형에서 스위퍼와 스토퍼를 많이 운용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현대 축구는 오프사이드 룰이 정교해져 수비수를 고정배치하는 것이 다소 불리하다고 판단해 미드필더진 운용을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수비전술이 시도되면서 예전의 두 시스템이 다시 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종전처럼 깊은 수비를 하는 것에서 벗어나 좀 더 폭넓은 수비 전술을 펼치고 있다.
예전 ‘베켄바우어는 최고의 스위퍼다’, ‘홍명보는 영원한 리베로다’는 말이 있었다. 베켄바우어와 홍명보는 스위퍼의 대표적인 롤모델이었다. 수비에 관한한 최고의 선수라는 의미였다. 베켄바우어는 1974년 독일(당시는 서독)월드컵에서 우승을 이끌며 ‘축구 황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유의 리더십과 경기 장악력을 발휘하며 세계 축구를 빛낸 대표적인 수비수였다. 홍명보는 아시아 최고의 수비수로 활약하며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의 수비라인을 이끌며 역사적인 4강신화를 썼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이자 유일한 월드컵 브론즈볼과 월드컵 올스타팀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스위퍼는 말 그대로 상대편의 볼을 쓸어내는 역할을 맡는 선수라는 의미이다. 수비전형에서 보면 최후방에서 흘러나오는 공을 책임진다. 스위퍼는 ‘쓰리백(Three Back)’을 운영하는 전술에서 등장한다. 3명의 센터백(Center Back) 중에서 가장 능력있는 선수가 스위퍼에 기용된다. 스위퍼는 수비라인 뒤편과 골키퍼 사이에 서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면서 공격에도 적극 가담하는 등 폭넓은 플레이를 한다. 이 때문에 스위퍼를 자유스럽게 활동한다는 의미로 이탈리아어로 리베로(Libero, 자유)라고 부른다. 스위퍼는 언제 수비를 해야 할지, 공격으로 전환해야 할 지를 수시로 판단해야 하는 역할을 맡는다. 경기를 읽는 능력이 어떤 수비수보다 뛰어나야 한다.

스토퍼는 막는다는 사람이라는 의미대로 상대 공격수를 전담 마크하는 수비수를 말한다. 스리백에서 스위퍼 양 옆에 서 있는 두 센터백이 스토퍼라고 말할 수 있다. 센터백을 좀 더 전문화된 수비 용어로 표현한 말이다. 수비 라인에서는 가장 앞에서 플레이하며 공수 전환 때는 미드필더나 포워드를 지원한다. 스토퍼는 상대 움직임을 잘 읽어야 하고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공격수나 미드필드처럼 화려한 발기술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수비수 가운데 가장 활동량이 많아 체력적으로 강해야 한다.

스위퍼와 스토퍼 시스템을 가장 효과적으로 운영했던 팀은 이탈리아 대표팀이었다. 월드컵에서 브라질(5회)에 이어 독일과 함께 4회 우승의 이탈리아는 1960년대부터 카테나치오(Catenaccio) 시스템에서 센터백을 집중적으로 운영하며 막강한 전력을 보였다. 이탈리아 대표팀은 워낙 수비에서 강력한 이미지를 남겨 아직도 이탈리아 축구하면 수비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은 “리베로 시스템은 창조적인 미드플레이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현대 축구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비 전형의 포메이션을 갖고는 다양한 공격형 축구를 구사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요즘 유럽축구에서 변형된 스위퍼와 스토퍼의 플레이 유형을 볼 수 있다. 종전처럼 수비 깊숙이 박혀 있지 않고 좀 더 전진해 수비라인을 이끌면서 다양한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이다. 나날이 다양한 전술과 기술적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수비가 최상의 공격이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공격에 못지않게 수비의 중요성은 시대가 변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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