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350] 왜 이적 기간(Transfer Window)을 정해두었을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1-04-13 07:04
스페인 프로축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루이스 수아레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는 바르셀로나에서 방출 통보를 받고 아틀레티코로 이적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듯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득점 행진을 이어가며 팀을 선두로 이끌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페인 프로축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루이스 수아레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는 바르셀로나에서 방출 통보를 받고 아틀레티코로 이적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듯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득점 행진을 이어가며 팀을 선두로 이끌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각국의 프로축구 선수들은 국가별로 지정된 등록기간에만 팀을 옮길 수 있다. 프로리그의 질서와 팀간 전력 균형을 위해서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는 등록기간이라는 의미인 ‘리지스트레이션 피어리드(Registration Period)’이다. 이 기간 동안 클럽들 간에 선수 이적협상을 통해 이적이 진행된다.

언론 등에서는 이 말 대신 ‘트랜스퍼 윈도우(Transfer Window)’라는 용어를 쓴다. 이적 창구가 열렸다는 의미로 창이라는 뜻인 ‘윈도우’를 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창구가 늘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쇼핑처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선수를 마음대로 데려오면 시장이 혼란스러워 질 수 있기 때문에 이적 기간을 국가별로 다르게 지정한다. 국가별 축구 문화와 환경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
FIFA는 원칙적으로 1년에 2차례 이적기간을 두고 있다. 유럽에서는 시즌 종료 후인 6월부터 다음 시즌 개막까지 사이인 8월 31일까지의 기간으로 최대 12주와 시즌 중반인 1월 최대 4주로 각각 설정돼 있다. 이는 여름 이적시장, 겨울 이적시장 등으로 불린다. 통상적으로 전력 강화를 위한 이적은 여름 시장에서 이루어진다. 겨울 시장은 팀간 부족한 포지션을 보완하기 위해 긴급 수혈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겨울이적시장은 팀간 협상 기간이 짧고 리그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적 선수가 적다.

국내프로축구도 겨울과 여름으로 나눠 2번의 이적기간을 갖는다. 겨울 이적시장은 매년 1월1일부터 3월20일까지 설정해 두었다. 외국인 선수와 자유계약 공시선수, 이적·임대 선수, 해외임대 복귀선수 등은 이 기간 안에 팀을 옮겨 등록할 수 있다. 여름 이적시장은 7월1일부터 7월28일까지이다. 이 기간안에 이적 선수는 등록 등 모든 것을 마쳐야 한다. 계약 기간 안에 이적이 이루어질 경우 계약기간이 남은 팀에게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 있을수록 이적료는 높아진다.

원래 초창기 프로축구 선수들은 종신계약으로 팀에 묶여 있었다. 1973년 FIF 프로축구 선수 등록 조항이 완화하면서 선수들간의 팀 이적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1995년 12월 유럽사법 재판소가 내린 자유이적권리 선언인 ‘보스만 판결(Bosman Ruling)’이후 이적료가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보스만 판결은 '계약이 끝난 선수는 구단의 동의와 이적료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고, 팀 내 외국인 선수의 숫자는 제한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보스만 판결은 벨기에 리그에서 뛰던 장 마르크 보스만이라는 선수가 자신의 이적을 둘러싼 소속 클럽과의 문제를 계기로 벨기에 축구 협회와 UEFA (유럽 축구 연맹)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유럽 연합(EU) 역내의 이적의 자유화 (EU 국적 선수에 대한 외국인 범위 철폐), 계약 만료에 따른 이적의 자유화 (클럽의 선수 보유권 상실)을 이뤄낸 것이다. 이 판결 이후 유럽의 각 구단들은 유럽권 선수에 한해 외국인 선수 보유 숫자에 대한 제한을 해제했다. 유럽 프로축구팀들은 보스만 판결이 축구 시장을 혼란하게 하고 선수들에게 투자할 동기의욕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했지만 이후 유럽 뿐 아니라 세계축구의 대세로 자리를 잡게 됐다. 1990년대 후반이후 유럽 프로축구는 적극적으로 보스만 판결 내용을 수용하며 이적 시장의 세계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당시 이탈리아의 스트라이커 크리스티안 비에리는 매년 이적을 반복하며 4개 클럽팀을 돌면서 이적료가 3년만에 10배 이상 뛰어 오르기도 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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