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노트] 손흥민은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침묵의 나선 이론' 의 피해자

장성훈 기자| 승인 2021-04-14 10:09
자신은 파울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스콧 맥토미니. [유튜브 영상 캡처]
자신은 파울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스콧 맥토미니. [유튜브 영상 캡처]
이쯤 되면 본질이 완전히 왜곡된 것이나 다름 없다.

이를테면,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레 가해자가 된 모양새다.
학교에서 다른 학생을 때린 아들에게 "잘했다"고 칭찬하고, 맞은 학생은 "나약한 놈"이라고 나무라는 꼴이다.

손흥민(토트넘) 이야기다.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경기에서 볼 경합 중 맨유의 스콧 맥토미니가 휘두른 손에 맞아 쓰러진 손흥민의 행동이 논란을 빚고 있다.

맨유 감독 솔샤르는 '아들' 운운하며 손흥민의 행동을 '시뮬레이션'으로 기정사실화했다.
맨유 팬들은 인종차별적 언사를 불사하며 손흥민을 비난했다.

당사자인 맥토미니는 자신은 파울을 하지 않았다며 강변했다. 그러면서 맨유의 선제골이 취소되자 "그것은 정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영국 매체들과 이른바 축구 전문가라 자칭하는 사람들도 손흥민의 행동이 '수치스럽다'느니 '손흥민은 예술가'라는 말로 공격하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다.

문제의 장면을 아무리 다시 봐도 당시 맥토미니는 손흥민의 얼굴을 손으로 가격한 게 맞다.

본인은 부정하고 싶겠지만, 그는 분명 고의적으로 손흥민을 가격했다. 같은 한국인이 아니라 제3자가 봐도 그렇다. 주심도 그래서 맥토미니에게 반칙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비디오 분석(VAR) '무용론'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비디오 판독이 경기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막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손흥민에 대한 이 같은 '융단폭격'으로 그에 대해 저질러진 인종차별적 표현 논란은 묻혀버리고 말았다.

'목소리 큰 놈이 이간다'라는 말이 있다. 목소리가 크면 상대방과의 기 싸움에서 이기고 들어간다는 뜻이다.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노엘레-노이만의 '침묵의 나선 이론'에 따르면, 인간들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지배적인 여론과 일치라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그렇지 않으면 침묵을 지키는 경향이 있다.

작금의 상황이 그렇다.

손흥민을 가격한 가해자 편을 드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피해자인 손흥민은 침묵하고 있다.

사람은 목소리가 크면 이성과 논리를 모두 잃고 모든 것을 감정적으로 처리하려는 습성이 있다.

이는 자칫 무식하거나 폭력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솔샤르 감독, 맥토미니, 영국 언론, 축구 전문가들은 막무가내식으로 큰소리만 칠 게 아니라 손흥민의 행동이 왜 '시뮬레이션'이고 그렇게 지탄받아야 하는지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축구 경기에서 선수끼리의 접촉은 자연스런운 것이라는 주장만 하고 있다. 맥토미니의 가격 역시 그런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단편적 시각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신체 접축에 대한 반칙 규칙은 왜 존재하는가?

축구 경기에서 얼굴을 때리는 것은 분명 반칙이다.

야구 경기에서 투수가 타자의 머리를 향해 공를 던지면, 그것이 고의든 아니든 심판은 그 투수에게 퇴장 명령을 내린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맥토미니의 가격은 고의적으로밖에 볼 수 없다. 주심이 VAR로 확인한 사실이다.

이 팩트를 목소리 큰 자들이 왜곡하고, 심지어 반칙을 정당화하고 있어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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