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4! 골프계 10대 뉴스]②‘安의 반란’ 日에서 꽃피다

김세영 기자| 승인 2014-12-12 09:45
올 한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매년 그렇듯 2014년에도 새롭게 탄생한 스타가 있는가 하면 저문 스타도 있다. 필드 안팎에서도 다양한 일들이 벌어졌다. 묵은해를 보내며 마니아리포트가 올해 골프계의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10대 뉴스를 통해 한해를 되돌아보는 한편 2015년의 새로운 희망과 과제에 대해서도 전망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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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주.사진

[마니아리포트 김세영 기자]안선주(27․모스버거). 그만큼 불이익을 당한 선수가 또 있을까. 그는 국내 무대에서 활동하던 시절 외모로 인해 많은 피해를 봤다. 안선주가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선두로 나설 경우 일부 언론은 추격하고 있는, ‘외모가 뛰어난 선수’에게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 최종일 역전 우승 노린다”는 식이었다. 사정은 방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안선주는 소위 ‘방송조’에서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안선주는 시대를 잘못 타고 났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가 국내 무대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라이벌이 신지애(26)다. 둘은 2006년부터 1부 투어에 뛰어든 동기다. 기본적인 신체조건 등도 비슷하다. 하지만 둘이 함께 플레이를 하면 안선주가 불리했다. 물론 외모에 관해서다. 안선주 옆에 선 신지애는 해맑고 포동포동한 소녀로 여겨졌다. 신지애가 반사이익을 얻을 때 안선주는 외모 콤플렉스에 더욱 시달려야 했다.

실력에서도 그랬다. 안선주도 빼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번번이 신지애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혔다. 2008년 안선주가 거둔 다섯 차례의 준우승 대회 중 두 차례의 우승자가 신지애였다. 2009년 신지애가 미국으로 진출한 후에는 혜성처럼 등장한 서희경(28․하이트진로)에게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스폰서도 등을 돌리긴 마찬가지였다. 2006년부터 4년간 7승을 챙긴 안선주에게 기업들은 냉랭했다. 자신보다 실력이 뒤떨어지는 선수들이 거액의 후원을 받을 때 안선주의 가슴에는 멍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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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주.사진

안선주는 결국 ‘외모 지상주의’에 빠진 국내 무대를 떠나기로 했다. ‘안선주의 반란’인 셈이다. 원래는 미국에 진출할 계획이었지만 팔꿈치 부상과 기타 이유로 일본에 진출하기로 마음먹었다. 독기를 품은 안선주는 진출 첫해 4승을 거두며 일본 열도를 평정했다. 이듬해에도 4승을 거두며 상금왕을 연거푸 차지했다. 2012년과 2013년에도 3승과 2승을 추가했다.

안선주의 반란은 올해 꽃을 피웠다. 25개 대회에 출전해 다섯 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준우승도 세 차례나 기록했다. 상금왕(1억5307만5741엔·약 14억3600만원)은 물론 다승왕, 최저 평균 타수상(70.1324타), 올해의 선수상까지 휩쓸었다.

안선주가 더욱 주목을 받은 건 ‘아름다운 도전’이 있어서다. 안선주는 아쉽게 ‘전인미답’의 대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아니 본인이 원했다면 대기록은 달성했다. 바로 최저 평균 타수상이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가 출범한 1968년 이후 46년간 어느 누구도 60타대 평균 타수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안선주는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사상 최초로 60타대(69.9998타)를 달성했다.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에서는 나흘간 9언더파 이상을 기록해야 했다. 하지만 대회가 열리는 미야자키현의 미야자키 골프장은 난도가 높기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었다.
상금왕, 최저 타수상, 다승왕을 이미 확정했던 안선주에게는 대회 불참이라는 유혹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안선주에게는 석 달 넘게 손목 부상에 시달렸다는 명분도 있었다. 과거 국내외 대회에서 일부 선수는 각종 기록 관리를 위해 컷 탈락이 예상될 경우 부상 등의 핑계를 대며 기권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안선주는 그러나 타협하지 않았다. 통증 완화 주사를 맞고, 드라이버 대신 3번 우드로 티샷을 하며 출전을 강행했다. 안선주는 결국 3오버파로 경기를 마쳤다. 60타대 평균 타수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2012년 전미정(32)이 세운 역대 최저 타수 기록(70.1788타)을 깼다.

안선주는 지난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실력 없는데 얼굴 예뻐서 스폰서 있는 아이들, 내가 경기에서 꼭 꺾을 거야.” 그건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었고, 자신의 말처럼 홀로 주도한 반란에 성공했다.

반란에 성공한 안선주는 전리품을 두둑이 챙겼다. 메인스폰서(모스버거)를 비롯해 후원기업이 6개나 생겼다. 모두 일본과 미국 기업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가 스포츠 스타의 외모를 따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선주를 택한 일본과 미국 기업은 안선주의 실력이나 개성까지 깡그리 무시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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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주(왼쪽)와신지애.사진

안선주는 이제 일본을 자신의 텃밭으로 가꿨다. 그러나 2015년, 서서히 다가오는 거대한 파도를 넘어야 한다. 바로 신지애다. 그동안 슬럼프를 겪었던 신지애는 올해 4승을 거두며 예전의 기량을 되찾고 있어 내년 시즌 둘의 격돌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골프 인생의 첫 시작을 같이 했던 둘은 잠시 각자의 길을 가다 이제 다시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그 사이 상황은 바뀌었다. ‘영원한 2인자’에서 1인자로 우뚝 선 안선주, 그리고 명예 회복을 벼르는 신지애. 숙명의 라이벌이 벌이는 2라운드가 2015년 일본 열도에서 펼쳐진다.

[k01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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