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리포트 김세영 기자]몇 년 전 한 선수가 이런 얘기를 했다. “프로 골퍼는 둘로 급이 나뉩니다. 우승 경험이 있느냐, 없는 선수냐.”
김승혁(28). 그도 지난해까지는 미생이었다. 2005년 데뷔 후 ‘무관’이었다. 1년 동안 뛰어 고작 1900만원의 상금을 번 적(2006년)도 있었다. 경비 빼고 나면 마이너스 인생이었다. 아마추어 시절 골프 국가대표를 했으니 바둑으로 치면 초반 포석은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중원으로 나가는 길목에서 방향을 잡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올해 비로소 완생했다. 데뷔 9년 만에 첫 우승을 일구더니 한국과 일본에서 세 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 5월 SK텔레콤오픈 우승 이후 10월에는 내셔널타이틀 코오롱 한국오픈을 품었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톱컵 도카이클래식 정상에도 올랐다.
시즌 막판 신한동해오픈 최종일 18번홀에서는 10m 거리에서 극적인 버디를 성공해 상금왕이어 대상까지 확정했다. 상금왕과 대상을 독식한 건 배상문 이후 5년 만의 기록이다. 상금은 5억8914만원이었다. 지난 9년간 벌어들인 상금보다 많았다. 1년 전 700위권이었던 세계랭킹도 120위권으로 뛰어올랐다. JGTO 신인왕도 거머쥐었다.
미생이었던 김승혁이 완생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아예 판을 새롭게 짜는 거였다. 활로를 못 찾는 돌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곳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으로 임했다. 첫 번째 작업이 정신력 무장이었다. 2008년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제대 후 그는 달라졌다. 김승혁은 “예전에는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화부터 내고 욱하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군 제대 후 성적도 조금씩 나아졌다. 2011년에는 처음으로 시즌 상금 1억원을 넘겼다.
사활의 맥을 짚어준 스승도 있었다. 유재철(48)이다. 그는 김승혁이 데뷔한 2005년을 마지막으로 투어를 떠났다. 김승혁은 “유 프로님에게서 코스 매니지먼트에 대해 조언을 듣고 골프에 대한 눈을 떴다”고 했다. 예전에는 무조건 공격적으로 플레이했지만 이제는 철저히 공략 포인트를 정해 코스를 노린다. 조급해 하지 않고 기회를 기다릴 줄 아는 ‘기다림의 미학’도 배웠다.
일단 완생에 성공한 김승혁은 한층 여유로워졌다. 예전처럼 한 순간 무너지지 않는다. 국가대표 시절의 감도 찾았다. 그래서 다음 목표는 일본 투어 상금왕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몇 개 대회에 초청 선수로 나갈 수 있도록 세계랭킹도 좀 더 올리려고 한다. 완생, 그 다음은 창조다. 김승혁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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