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리포트 김세영 기자]#장면1. 한국남자골프의 간판스타 최경주(44)는 지난 10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제발 남자 골프에도 관심을 가져달라.” 최경주가 이런 말을 한 까닭은 올해 대회가 자칫 무산 위기까지 겪었기 때문이었다. 대회를 후원하겠다는 스폰서도 없었고, 골프장의 협조도 미흡했다. 막판 CJ의 후원과 순천 레이크힐스 골프장의 도움으로 대회는 겨우 치렀지만 최경주는 느낀 게 많았다.
국내 남자골프가 극심한 침체를 겪으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최경주조차 대회 개최에 어려움을 겪고,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린 선수들은 해외 무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가히 ‘엑소더스’(대탈출) 수준이다. 올해 남자 골프 대회는 14개가 치러지는 동안 여자 대회는 26개가 열렸다. 총상금도 남자는 91억원에 불과한 데 비해 여자 대회 165억원에 달했다. 시즌 상금 1억원 이상을 달성한 선수는 남자가 23명, 여자는 약 2배인 45명이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남자 골프의 침체 원인 중 하나로 ‘스타 부재’ 현상을 꼽는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도 타이거 우즈가 등장하면서 급속히 성장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필 미켈슨, 어니 엘스, 비제이 싱과 같은 ‘2인자’들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매 대회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에 비해 여자골프는 매년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하면서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스타 선수가 국내를 평정한 후 외국 무대에 진출하면 새로운 유망주가 나와 흥미를 더하는 구조다. 올해는 특히 김효주가 국내는 물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도 우승하면서 새로운 골프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백규정, 고진영, 김민선 등이 막판까지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벌이며 긴장감을 더 했다.
국내 남자 골프는 침체의 악순환 구조를 안고 있다. 흥미 요소의 부재는 대회 수 감소로 이어지고, 유망 선수들은 해외로 눈을 돌려 남자 골프의 침체를 심화시키는 구조다. 당장 뚜렷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대회 수가 2~3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스폰서와 협회 간 대회 개최 합의서에 도장을 찍기 전까진 아무도 모른다. 남자 골프계에는 이래저래 추운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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