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리포트 김세영 기자]올해 국내 골프계는 ‘큰 별’ 하나를 잃었다. 지난달 향년 92세로 작고한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다. 이 명예회장은 대한골프협회(KGA) 회장 재임 기간뿐 아니라 평생을 한국골프 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던 인물이다.
이 명예회장은 1990년에는 한국골프를 미래를 짊어질 꿈나무 육성과 우수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엘로드배 학생골프대회를 창설했다. 박세리(4~6회 대회 우승)와 김미현(2회 대회 우승), 강수연, 안시현, 김대섭(7회 대회 우승) 등 한국골프를 부흥시킨 스타들이 바로 이 대회를 거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 명예회장은 또한 펄 신이 미국에 진출하기 전에도 비공식적으로 지원했다.
이 명예그룹 회장은 국내 골프 산업의 발전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이 명예회장이 하루는 어느 골프대회에 갔는데 일제 양말과 장갑을 기념품으로 받았다. 이 명예 회장은 “뭐 대단한 것도 아닌데 이런 것까지 일제를 쓰다니…”하면서 자존심이 상했다. 고인은 적자를 볼 각오를 하면서 국산 골프용품 제작에 나섰다. 그렇게 탄생한 게 엘로드다.
이 명예회장의 골프사랑은 프로골프대회로도 이어졌다. 코오롱은 1990년 한국오픈 선수권대회 주최를 맡으면서 한국오픈을 세계적인 대회로 키워내기 위한 청사진을 그려나갔다. 특히 국내 선수나 갤러리들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기량을 바로 곁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매년 스타플레이어를 초청했다. 비제이 싱, 어니 엘스, 존 댈리, 세르히오 가르시아, 로리 매킬로이, 이시카와 료, 리키 파울러 등 당대의 스타들이 한국을 찾았다.
이 명예회장이 고인이 되면서 최광수와의 사연도 새삼 화제가 됐다. 1989년부터 코오롱의 후원을 받았던 최광수는 이 명예회장께 “한국오픈에서 우승하면 회장님을 업고 18번홀 그린을 돌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광수는 우승을 못한 채 2003년 코오롱과 결별한다. 그 뒤 2005년 한국오픈을 제패한 최광수는 우승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17년 만에 이 명예회장님과 한 약속을 드디어 오늘 지킬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사연을 소개했다. 그리고는 이 명예회장을 등에 업고 시상직장인 18번홀의 그린 위를 돌았다.
이 명예회장은 골프 외에 낚시도 즐겼다. 200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오롱 하나은행 챔피언십 당시에는 대회장 인근에서 손수 잡은 빙어를 클럽하우스에 전달해 선수들에게 먹이기도 했다. 한국오픈이 열릴 때에도 종종 낚시를 다니곤 했다. 고인의 호인 우정(牛汀)을 풀이하면 ‘물가의 소’다. 강가의 풀을 한가롭게 뜯는 소처럼 이제는 하늘에서 유유자적 골프와 낚시를 즐기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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