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의 B&W]'Yes or No' 여전히 오리무중인 도쿄 올림픽 정상개최

정태화 기자| 승인 2020-03-20 08:19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에서 도쿄올림픽 관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화상회의를 준비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에서 도쿄올림픽 관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화상회의를 준비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Yes or No'
도쿄 올림픽 정상 개최 여부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선수들은 'No'에 가깝지만 IOC나 IF, NOC는 한목소리로 'Yes'다. 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은 여전히 유효하고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 주재로 17일부터 사흘 연거푸 국제 경기단체(IF)나 선수위원회, 그리고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들과 도쿄올림픽 정상개최 여부를 두고 연쇄 화상회의를 벌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 유승민 IOC 위원,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겸 IOC 위원이 화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화상회의 결론은 "도쿄 올림픽 정상개최의 의지 확인"이다. 앞으로 올림픽 개막까지 4개월이나 남았는데 미리 정상개최 여부를 결정지을 필요가 없다는 IOC의 예정된 결론에 IF와 NOC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화답을 한 모양새다. 이기흥 회장은 "선수들 안전과 건강문제는 IOC가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세심하게 연구하고 있고 TF를 만들어서 거기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라며 NOC들이 정상개최에 이의가 없었다고 화상회의 결과를 밝혔다.

그러나 IOC 선수위원회에서는 이와는 다른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전 세계에서 도쿄 올림픽 출전 자격을 줘야 하는 각종 예선대회들이 셧다운인데 어떻게 출전 선수를 정하느냐?" "6월말까지 도저히 올림픽 예선전을 마칠 방법이 없다."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IOC가 선수들의 안전은 아예 염두를 두지 않고 있다"는 따끔한 일침이다.

미국에서는 아예 훈련센터 2곳을 한달간 폐쇄했고 영국올림픽위원회는 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겠지만 선수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험하게 하지 않겠다면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올림픽에 불참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9일 참의원(상원) 총무위원회에 참석해 ‘완전한 형태의 도쿄 올림픽'을 “규모 축소는 고려하지 않는다. 관객들 역시 함께 감동을 맛보는 올림픽”이라며 올림픽의 정상개최에 대한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IOC가 일본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인지, 아니면 IOC의 결정에 일본이 힘을 얻은 모양새인지는 아리송하기만 하다.

여하튼 IOC나 NOC, IF들을 비롯 일본 정부는 올림픽의 정상개최를 확인, 재확인해 주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올림픽 준비를 하는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은 도대체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이미 올림픽 출전 티킷을 따낸 선수들은 실제로 경기를 하는 날짜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한다. 즉 경기에 출전하는 그날에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몸관리, 식단 관리를 한다. 반대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해 예선대회에 나가야 하는 선수들은 여기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올림픽 예선전은 이미 1년전쯤에 날짜가 다 정해져 있다. 당연히 여기에 맞춰서 훈련일정을 짜고 몸 상태를 맞춘다. 지금은 이것이 모두 헝클어져 버렸다.

IOC는 1만1천명의 올림픽 출전 예정 선수 가운데 아직 출전이 확정되지 못한 43%를 확정하기 위한 방안을 곧 마련한다고 한다. 각 종목마다 세계 랭킹을 기준으로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편법일뿐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다. 비록 비상사태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출전권을 결정하는 예선대회가 있는만큼 이를 팽개치고 다른 방법으로 출전권을 결정한다면 여기에서 떨어지는 선수들은 이를 진심으로 승복하기 어렵다. 이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은 방안이며 최고 권위의 올림픽에 결정적 흠결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 모르는 것이 지금의 상태다. 말 그대로 예상하기 어려운 천재지변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대회를 주최하는 IOC가 아직 4개월이나 남아 있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책임 회피에 가깝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천문학적인 방송 중계권 문제, 광고 문제나 일본의 사정은 이미 고려 대상이 아니다.

설사 지금 당장 코로나19가 지금 당장 종식이 된다고 해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몇 개월이 더 필요하다는 의료 전문가들은 지적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 IOC가 하루라도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 길만이 선수들을 보호하고 혼란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길이다.

4년마다 열리는 유로2020을 1년 연기해 유로2021이 된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처럼 IOC의 과감한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IOC의 결단이 늦으면 늦을수록 IOC는 그 권위에 치명상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편집인/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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