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치워"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프리미어리그 중단 직전 긴박했던 48시간

김학수 기자| 승인 2020-03-2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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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위르겐 클롭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리버풀 위르겐 클롭 감독(53·독일)은 코로나19가 미웠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19가 눈에 보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에 급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리버풀은 올시즌 EPL 중단 선언이 있기전까지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압도적인 성적으로 프리미어 우승을 눈앞에 뒀다. 2승만 더 거두면 30년을 기다렸던 프리미어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리그가 전격 중단되면서 간절했던 우승의 꿈이 묻혀 버릴 위험에 처했다.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는 리버풀의 우승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던 순간을 21일 ‘리버풀 타이틀이 멈춘 48시간’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전했다. 리버풀의 챔피언십 시즌이 막을 내린 48시간의 이야기다. 잉글랜드 맨체스터에 특파된 축구전문기자 로리 스미스가 쓴 장문의 기사는 클롭 감독을 중심으로 긴박했던 순간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클롭 감독은 지난 13일 사상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 ‘3주간 중단’이 발표되자 클럽 훈련 시설인 맬우드 매점 앞에 집으로 돌아갈 선수들과 구단 직원들을 모아놓고 간단한 메시지를 던졌다. 내용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클롭 감독은 평상시처럼 잡다한 농담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두 가지만을 핵심적으로 말했다. 첫째, 모든 선수들과 직원들이 연락을 긴밀하게 취하라는 것이었다. ‘내 전화번호를 모두 갖고 있지“라며 모두에게 상기시켜주며 언제든지 일이 생기면 연락을 하라고 말했다. 두 번째, 누군가 몸이 불편하거나,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는 의심이 든다면, 지체없이 클럽 의사에게 보고하라는 것이었다.

클롭 감독이 두 가지 점을 강조한 이유는 오랜 기다림 끝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앞둔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터져나온 코로나 악재에 구단 전체가 당황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었다. 전체적으로 구단 분위기가 흔들리고, 선수들이 코로나에 민감하게 반응해 컨디션조절에 실패할 경우 다 차린 우승잔치에 차질을 빚을 까 우려했다.

리버풀은 자타가 공인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클럽이다. 1부리그 우승만 18회이고 FA컵 트로피도 7번 품었다.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도 잉글랜드 클럽들가운데 가장 화려한 발자취를 남겼다. 하지만 리버풀은 EPL에선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우승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던 것이다. 리버풀이 잉글랜드 1부리그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1989-1990시즌이다. 이후 1992-1993시즌부터 리그를 프리미어리그로 재편된 이후 무관에 그쳤다.
이번 시즌 마침내 프리미어 리그에서 우승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리버풀은 2월 말까지만 해도 한 경기 무승부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했다. 불과 2주일 전만 해도 홈구장인 안필드에서 본머스를 2-1로 꺾고 자력우승까지 단 2승만을 남겨뒀다. 2위 맨체스터 시티보다 승점이 무려 25점이나 앞선다. 대세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난데 없는 코로나라는 불청객을 맞았다.
3월11일부터 상황이 나빠지고 있었다. 클럽에선 코로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계획을 본격적으로 세우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12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준비하면서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우승퍼레이드를 준비하던 클럽은 리그 중단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리버풀의 챔피언십 시즌이 막을 내린 48시간의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다.

팀 분위기가 가라 앉고 긴장된 상황에서 클롭 감독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경기전 안필드 구장으로 걸어 나올 때 하이파이브를 요구하는 팬들에게 “손치워(put your hands away)”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리버풀이 아틀레티코에 2-3으로 패배한 13일은 선수들의 회복일로 계획되었다. 클롭 감독은 대부분의 시간을 회의를 갖고 리그가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일정을 짜내면서 보냈다. 이날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아스날 미켈 아르테다 감독이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감염 확산을 우려해 14일 주말 경기부터 리그 경기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클롭 감독은 이날 오후 구단 관계자들과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선수단 전체 긴급 모임을 소집한 뒤 코로나 사태에 대비해, 꼭 필요한 비상대책 2가지를 설명해야했다. 사상 첫 우승에 대한 걱정을 하지 말라고 선수단을 위로하면서도 그는 선수들과 작별 악수를 했다. 선수들은 주말 내내 팀 SNS에서 시즌이 취소돼 우승이 날아갈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코로나 뉴스에 대해서만 얘기를 했다. 리버풀이 30년을 기다려온 우승을 준비했어야 할 주말, 선수들은 한가롭게 집에서 쉬고 있어야 했다.

클롭 감독이 숨가빴던 48시간을 보낸 몇 일 뒤인 19일,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20개팀 대표와 화상회의를 갖고 리그 중단기한을 4월4일에서 4월30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는 리그 취소와 리버풀 우승 여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어떤 결정이 내려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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