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의 집단 이기주의, '2020년 영국 축구만큼 하나로 뭉치치 않는 데는 없다'

이태권 기자| 승인 2020-04-08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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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수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냐고 불만을 토로한 웨인 루니.[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영국 프리미어리그가 중단되면서 선수단의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맷 핸콕 영국 보건장관이 "EPL선수들은 임금을 삭감해 사회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밝히며 선수 임금 삭감론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핸콕 장관의 발언 배경에 의구심을 가졌다. 영국 가디언 지는 " 코로나19 창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핸콕 장관이 시선을 분산시키기위해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쉬운 EPL 선수들에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라고 비난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코로나19로 현재 비정상적인 영국 축구계는 점점 더 자극적인 비난의 대상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구단도 이를 피하지 못했다.구단운영에 재정압박을 받아 선수단의 연봉은 유지한 채 구단 직원을 일시 해고 한다고 밝힌 뉴캐슬과 토트넘 등의 EPL구단도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

문제는 이러한 남탓 문화가 영국 축구계를 진흙탕 싸움으로 몰며 하나로 뭉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가디언 지는 "영국 축구는 항상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각자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2020년 영국 축구계보다 협력이 안되는 곳은 없다' 라며 일침을 했다.

1990년대 초 EPL의 창설은 빅클럽들로 하여금 나머지 중소구단에 대한 법적 의무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등 공동체의식보다 자유경제 체제를 바탕으로 빅클럽과 나머지 구단을 갈라놓았다. 이때부터 영국 축구는 구성원간 끊임없는 경쟁을 해왔다.

팬들은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고 구단들은 경기장 안팎에서 경기력과 구단 자금력을 가지고 승부를 펼쳤다. 무엇보다도 축구판은 축구생태계의 안위보다 구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구단주의 위주의 기제로 작동했다. 구단의 수입으로 위계질서가 갈렸고 돈 앞에서 인종차별 문제와 여자축구 등의 이슈는 외면받았다.

코로나19는 집단 이기주의를 바탕으로 축구산업 전체의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는 영국축구의 결함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축구산업의 상호의존성과 공동된 목표를 미루어 볼 때 전체적 공생이 아닌 개체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지난 달 26일 바이에른 뮌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라이프치히와 바이엘 레버쿠젠 등 분데스리그의 빅4가 독일의 중소구단을 지원하기 위해 2천만 유로(약 270억원)의 기금을 모았다는 소식은 '제 앞가림하기 바쁘다'는 비난을 받는 EPL의 빅클럽과 분명 대비되는 행보였다. EPL은 현재의 위기 상황이 비단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현재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세계최고의 축구 무대라는 지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태권 마니아리포트 기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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