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노트]'앙팡 테리블' 원태인과 이민호...이제부터 본격 싸움이다

판박이 처럼 닮은꼴로 서로 1승씩 나눠가져...더 큰 투수 성장 기대

정태화 기자| 승인 2020-06-03 08:57
휘문고를 졸업한 뒤 올해 LG 유니폼을 입은 이민호는 새내기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으로 앞으로 차세대 우완 에이스로 자라날 가능성이 높다
휘문고를 졸업한 뒤 올해 LG 유니폼을 입은 이민호는 새내기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으로 앞으로 차세대 우완 에이스로 자라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올 프로야구는 유난히 젊은 선발 투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져 KBO 리그가 한층 젊어졌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불혹의 연륜을 눈앞에 둔 KBO 리그에서 고졸 신인급 투수들이 곧바로 1군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름만 들어도 몸이 움츠려드는 베테랑 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최소 3~4년은 2군 무대에서 기량을 갈고 다듬어야 하고 그때에도 처음에는 중간 불펜으로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렇게 실력을 인정받아야 겨우 선발로 나설 수 있다. 바로 지난달 31일 차세대 좌완 에이스 격돌을 벌인 프로 5년차 구창모(NC)와 3년차 최채흥(삼성)도 이같은 경로를 밟았다.
그런데 아직 프로 무대가 낯설기만 할 것으로 보이는 신인들이 마운드에서 선발의 한축으로 활약하면서 '앙팡 테리블'이자 라이벌로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유월의 프로야구를 시작한 첫날인 2일 잠실구장에서 선발 맞대결을 벌인 원태인(삼성)과 이민호(LG)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원태인과 이민호는 나란히 밀레니엄 세대다. 원태인은 이제 만 20세가 갓 지난 프로 2년차이고 이민호는 아직 풋풋함이 그대로 남아 있는 19살의 신인이다. 하지만 이들이 마운드에서 풍기는 포스에서는 원숙미가 넘친다. 베테랑 타자에 홈런타자라고 하더라도 정면 돌파하는 배짱과 힘으로 밀어부치는 과감함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들은 지난달 21일 대구에서 한차례 격돌한 뒤 이번에 잠실에서 두 번째 맞붙었다. 서로 1회에 2점씩을 주면서 승패가 엇갈렸다. 서로 상대 홈구장에서 승리를 한 것이나 마지막까지 이 점수가 그대로 이어진 것도 똑 같았다. 또 상대 홈구장에서 승리했다. 이 덕분에 삼성과 LG도 올시즌 맞대결에서는 2승2패로 사이좋게 어깨를 나란히 했다. 마치 판에 박은 것 처럼 닮았다. 필연적으로 라이벌 구도를 이룰 수밖에 없다는 묘한 생각까지 갖게 한다.

기선은 이민호가 먼저 잡았다. 이민호는 5월 6일과 7일 이틀 연거푸 두산전에 불펜으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6일에는 1이닝(1안타 무실점), 7일에는 3이닝(2안타 1실점 무자책)으로 이닝수를 늘인 뒤 2주일이 지난 21일 삼성전에 깜짝 선발로 나섰다. 이민호는 신인답지 않은 피칭으로 삼성 타선을 6회 1사까지 볼넷을 4개 내주면서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감격적인 프로 데뷔 승리를 따냈다. 1회초에 터진 채은성의 2점 홈런 덕분이었다. 2-0 승리를 한 LG는 삼성에 위닝시리즈를 했다.
바로 이때 삼성 선발이 원태인이었다. 원태인은 채은성에게 맞은 홈런을 제외하면 나무날데가 없었다. 7회까지 LG 타선을 6안타 6탈삼진 2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에도 첫 패배를 안았다.

지난해 경북고를 졸업한 뒤 1순위로 사자 유니폼을 입은 원태인은 벌써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섰다.
지난해 경북고를 졸업한 뒤 1순위로 사자 유니폼을 입은 원태인은 벌써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섰다.
원태인이 설욕할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바로 2일 잠실전. 1년 후배에게 첫 패배를 당한 원태인은 이를 악물었다. 7이닝 5안타 무실점. 삼진은 3개에 그쳤지만 볼넷을 한개도 내주지 않는 무사사구 깔끔한 피칭으로 한창 물이 오른 LG 타선을 잠재우고 3승째를 올렸다. 1회 초 무사 1, 2루에서 외국인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의 좌익선상을 흐르는 2타점 2루타 덕분이었다. 특히 원태인이 4회초 무사 1, 2루 위기에서 홈런더비 선두인 LG의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와 힘으로 맞서 헛스윙으로 삼진으로 잡아내는 장면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이자 압권이라고 할만했다.

잠실에서의 패배는 이민호가 떠안았다. 이민호도 1회 초 2실점을 제외하면 완벽에 가까웠다. 7이닝 5안타에 삼진은 7개나 뽑아냈다.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이닝에 가장 많은 공을 던졌지만 1회 2실점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시즌 첫 퀄리티스타에도 시즌 첫 패배.

마치 시나리오를 쓴 것 처럼 판박이다. 심지어 첫 퀄리티스타트로 패배를 안은 것 까지 똑 같다. 당연히 이들의 앞으로 맞대결이 어떻게 전개가 될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보다 이들의 라이벌 대결 구도가 두 선수 모두에게 큰 자극이 되어 장차 차세대 우완 에이스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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