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노트] 마음은 메이저리그에...비판받는 ESPN의 KBO 중계

장성훈 기자| 승인 2020-06-05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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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를 생중계하는 미국 ESPN. 스포츠캐스터와 해설가들은 자신의 집 스튜디오에서 한국 TV영상을 보면서 중계한다.
[LA=장성훈 특파원] 조선시대 가난한 농부들은 부잣집의 농토를 빌려 소작농을 했다.

그러나 소작료가 너무 비싸 농부들은 주인이 없는 척박한 자투리땅이나 논두렁에 콩을 심었다.

그런데 콩 추수할 때가 문제였다.

농부들은 다른 밭일을 하다가도 누군가가 콩을 서리해 가는 것은 아닌지, 또 새들이 콩을 따 먹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이렇듯 마음이 콩밭에 가 있게 돼 정작 지금 하는 밭일에는 집중하지 못했다.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라는 말의 유래다.

현재 하고 있는 일과는 달리 속마음은 엉뚱한 곳에 가 있다는 뜻이다.

미국 USA투데이 스포츠 미디어 그룹이 지난 2013년부터 야심차게 운영하고 있는 순수 스포츠팬 플랫폼 ’포더윈(FTW)‘ 편집장 네이트 스콧은 얼마 전 ESPN이 생중계하는 KBO 리그 kt 위즈 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경기는 보았지만 경기 관련 내용은 거의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콧은 이 경기를 중계하고 있던 ESPN 중계진이 경기가 시작된 후 2와 3분의 1이닝이 진행되는 동안 90%의 시간을 경기 외적인 이야기로 소비했다고 말했다.

스콧은 “그들은 메이저리그 구단주와 선수노조 간에 벌어지고 있는 협상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그들이 히어로즈의 선수에 대해 몇 초 이야기한 몇 차례 중 하나는 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3회말 히어로즈가 점수를 내자, 그때서야 중계진은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그것도 아주 조금 하기 시작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실제로, ESPN 중계진은 KBO를 거쳐 간 선수들을 비롯해 기자, 칼럼니스트 등 한 경기당 2~3명을 연결해 이야기를 나누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

지난 5월27일 두산 베어스 대 SK 와이번스 경기에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한 바 있는 팬그래프스의 제이 제프도 “이같은 구성 방식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말했다.

스콧은 “그렇다고 ESPN 중계진을 탓하지는 않는다. 한국 야구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잘 아는 척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자기들이 잘 알고 있는 메이저리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편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콧은 경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KBO 리그를 잘 아는 전문가들을 출연시켰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ESPN은 이런 전문가들을 섭외하지 않음으로써 야구팬들을 선수 및 구단과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야구 중계인 듯, 야구 중계 아닌, 야구 중계처럼 보이는 게 지금 ESPN의 KBO리그 중계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야구 중계 관계자는 “스포츠캐스터와 해설가가 자신의 집 스튜디오에서 한국 TV 영상을 보면서 중계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ESPN이 중계진을 과감하게 한국에 파견해 야구장 현장에서 직접 중계하는 방안을 고려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ESPN은 그동안 ESPN2에서 중계해왔던 KBO 리그 경기를 앞으로 메인 채널인 ESPN을 통해서만 중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SPN은 이에 따라 종전에 내보내던 오전 정규프로그램을 30분씩 뒤로 늦추는 편성을 단행했다.

미국 시간으로 새벽에 생방송된 경기는 ESPN2를 통해 같은 날 오후에 재방송된다.

ESPN은 아울러 메이저리그 개막 여부와 관계없이 KBO 리그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 경기를 중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훈 특파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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