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노트] 한화 이글스, 정민철 감독 내정?...차라리 외국인 감독으로

장성훈 기자| 승인 2020-06-06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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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한화 이글스 정민철 단장.
[LA=장성훈 특파원] ESPN이 중계하는 KBO 리그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보면서 필자는 문득 메이저리그의 워싱턴 내셔널스가 생각났다.

내셔널스는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이다. 와일드카드로 올라가서 대망의 정상까지 올랐다.

그들의 우승 여정이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것은 미국 야구 영화 ‘메이저리그’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었다.

메이저리그가 개막한 후 50경기를 끝낸 내셔널스의 성적은 19승31패. 내셔널리그 꼴찌 마이애미 말린스 다음으로 나쁜 성적이었다.

당시 미국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내셔널 선수들의 사기는 구단 사상 최악이었다.

디스트릭트온덱닷컴은 “언론들은 데이브 마르티네스 감독 퇴진을 요구하는 기사를 연일 게재했다. 야구 전문가들은 팀의 주축 멤버인 앤서니 랜든과 맥스 슈어저를 내보내 훗날을 기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내셔널스 상황은 절망적이었고 희망이 보이지 않았으나, 마이크 리조 구단 운영 사장 겸 단장은 마르티네스 감독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결국, 마르티네스 감독은 리조 단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내셔널스가 부진한 것은 주전 타자들의 부상이 가장 컸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트리 터너, 랜든, 맷 아담스, 라이언 짐머맨, 하위 켄드릭, 후안 소토 등이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들이 부상에서 회복하자 팀 분위기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뉴욕 메츠에 스윕을 당하는 등 여전히 성적은 바닥이었다. 특히 불펜진이 툭하면 ‘불쇼’를 연출했다.

디스트릭트온덱닷컴은 내셔널스가 극적으로 회생한 전환점이 된 날은 2019년 5월 24일이라고 했다.

그날 내셔널스는 꼴찌 말린스와의 4연전 첫 경기를 하고 있었다.

메츠에 스윕을 당한 직후 열린 경기였기 때문에 내셔널스가 여기서도 패할 경우, 그것으로 시즌을 접어야 할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5회 초까지 4-8로 뒤졌다.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홈팬들은 일찌감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셔널스는 끈질기게 따라붙어 8회까지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또다시 불펜의 ‘불쇼’로 경기를 망치는가 했으나, 소토와 아담스의 홈런포가 터져 천신만고 끝에 12-10으로 승리했다.

이날 역전승을 일궈낸 내셔널스 선수들은 마침내 ‘포기’라는 단어를 머리에서 떨쳐내기 시작했다.

이후 내셔널스는 두 경기에서 연승했고, 마지막 네 번째 경기는 2-3으로 패했다.

22승32패가 됐다. 한 줄기 희망이 보였다.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내셔널스는 베테란 헤라르도 파라와 계약하면서 승승장구,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47승42패를 기록했다. 파라는 라커룸의 리더로 젊은 선수들을 이끌었다. 케미가 절묘했다.

대반전이었다.

후반기에 접어들자 내셔널스는 과감한 트레이드를 단행하면서 전력을 강화했다.

덕분에 내셔널스는 후반기에서 46승27패를 기록, 시즌 93승69패로 와일드카드를 거머쥘 수 있게 됐다.

내셔널스의 무서운 상승세는 플레이오프에서도 계속됐고, 결국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하는 결과를 일궈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셔널스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은 뒤 반전을 이룩한 팀이 아니었다.

MASN스포츠에 따르면, 2005년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첫 50경기에서 18승32패였으나 89승73패로 시즌을 마쳤다.

같은 해 오클랜드 애슬래틱스는 비록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18승32패에서 88승74패로 승률 5할을 넘겼다.

1988년 샌디에고 파드레스는 18승32패에서 83승78패로 시즌을 마쳤고, 1974년 피츠버그 파이리츠도 첫 50경기에서 18승32패를 기록한 뒤 88승74패로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이밖에 1962년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19승31패에서 81승80패로 승률 5할을 넘겼고, 1961년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19승31패에서 86승76패로 반전에 성공했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이 있다.

한화 이글스를 비롯한 하위권 팀들이 내셔널스와 같은 드라마를 쓰기 위해 일부러 부진한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주전들이 부상 중이거나, 또는 슬럼프에 빠지는 등 여러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감독 또는 프런트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한화의 경우 5일(한국시간) 현재 7승21패다.

이제 겨우 28경기만 소화했다. 아직 116경기가 남아 있다.

시즌은 길다.

한화를 비롯한 하위권 팀들에게 반전의 기회는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다.

성적이 나쁜 구단은 메이저리그든 어디서든 시끄럽다. 감독 퇴진하라고 난리들이다.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감독을 교체할 수는 있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이르다.

한화가 앞으로도 반전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지금처럼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그때는 용단을 내릴 수 있다.

다만,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정민철 단장을 후임 감독으로 이미 내정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럴 거면 차라리 기아 타이거스처럼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편이 훨씬 낫다.

한화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팀을 4강에 올려놓은 거스 히딩크처럼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감독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를 비롯한 하위권 팀들의 분전을 기대해 본다.

[장성훈 특파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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