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노트] LG 조성원 감독의 아이스하키식 '플래툰' 시스템이 성공하려면...

장성훈 기자| 승인 2020-10-19 05:00
LG 세이커스가 올시즌 '플래툰'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LG 세이커스가 올시즌 '플래툰'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대학 농구 명문인 켄터키대학의 존 칼리파리 감독은 2014~2015시즌을 앞두고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경기 중 선수 교체를 한꺼번에 5명씩 하는 이른바 아이스하키식 ‘플래툰’ 시스템을 실험한 것이다. 아무리 주전이라 해도 20분 이상을 뛰지 못한다. 체력도 비축하고, 선수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겠다는 생각이었다.
선수들은 비시즌 동안 칼리파리 감독의 지휘 아래 이 아이스하키식 ‘플래툰’ 시스템을 열심히 익혔다.

시즌이 시작되고 켄커기 대학은 ‘플래툰’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매 경기 대승을 거두었다. 농구 ㅤㅁㅕㅁ문 팀 중 하나인 켄자스대학도 켄터키 대학의 ‘플래툰’ 시스템에 농락당했다. 승승장구한 켄터키대는 38연승을 구가했다.

그러자 미국 농구계는 발칵 뒤집혔다.
언론들은 켄터키대학의 ‘플래툰’ 시스템을 분석하느라 분주했다.

농구 전문가들은 켄터키대의 ‘플래툰’ 시스템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선수의 기량이 출중했기 때문으로 결론내렸다.

실제로, ‘플래툰’ 시스템에 기용된 선수들 대부분이 고등학교 ‘올 아메리칸팀’ 출신이었다. 이들의 고른 득점 분포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듬해 칼리파리 감독은 갑자기 ‘플래툰’ 시스템을 더 이상 가동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능한 고교 졸업생들이 켄터키대 농구팀에 진학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하는 팀에서는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에서 고작 경기당 20분 안팎만 뛰어서는 미국프로농구(NBA) 드래프트 시장에서 상위 순번에 지명될 수 없다는 것이다.

칼리파리 감독은 이처럼 엘리트 선수 영입이 힘들어지자 결국 ‘플래툰’ 시스템을 포기하고 말았다.

NBA 2014~2015 시즌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명장 그레그 포포비치 감독이 칼리파리 감독과 같은 ‘플래툰’ 시스템을 쓴 것이다.

1쿼터 8분이 지나자 스타팅 맴버 5명을 모조리 벤치로 불러들이고 다른 5명의 선수를 투입했다. 그리고 2쿼터가 되자 다시 원래의 스타팅 멤버들이 코트에 들어섰다.

포포비치 감독은 그러나, 승부가 결정되는 4쿼터에서는 종전 방식대로 선수를 교체했다.

포포비치 감독이 당시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한 것은 경기 일정 때문이었다. ‘백투백’ 경기가 있을 경우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NBA에서는 그러나, ‘플래툰’ 시스템을 계속 가동할 수는 없다. 대학과는 달리 상대가 이에 대한 대비책을 빨리 찾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농구 LG 세이커스의 조성원 감독이 이와 비슷한 ‘플래툰’ 시스템을 도입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4명의 선수에게 한 쿼터씩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플래툰’ 시스템의 효과는 ‘물음표’다. 개막 후 1승 3패를 기록 중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성패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플래툰’ 시스템이 조 감독이 구상하고 있는 대로 가동되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준비가 덜 된 탓일 수 있다.

비유하자면, 평소 보조 출연자 역할을 하던 배우에게 갑자기 주연급 연기를 하라는 격이다.

준비가 덜 된 탓인지, LG 선수들은 자신감 없는 플레이로 일관하고 있다. 감독이 기회를 주고 있는 데도 마음껏 슛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그들은 지금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다.

프로농구판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려는 조 감독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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