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키스 날린 챔피언들의 엄마’. 프로복싱계의 대모 고 심영자회장

이신재 기자| 승인 2020-10-23 06:37
‘챔피언들의 엄마’로 불렸던 프로복싱계의 대모 심영자회장이 22일 파란만장한 삶을 접었다.

고 심영자회장(77)은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복싱 프로모터로 1980~90년대 복싱 전성기를 이끌었다. 1984년 88프로모션을 설립, 김진길관장과 WBC 슈퍼 플라이급 전 챔피언 김철호와 함께 김용강을 WBA•WBC 플라이급, 문성길을 WBA 밴텀급, WBC 슈퍼플라이급, 김봉준을 WBA 미니멈급 챔피언으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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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의 극동프로모션(회장 전호연)과 유명우의 동아프로모션(회장 김현치)이 국내 프로복싱계를 양분하고 있던 시절, 금녀의 땅에 들어선 심회장은 10여년 이상 프로복싱 흥행을 이끌었다.

여배우 출신으로 상당한 재력가였던 그는 재능 있는 복서들을 발굴, 적극적으로 후원하며 복싱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프로모션을 하기 전에도 권투 선수들을 후원했는데 한창 때는 4~5명의 선수가 그의 집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장정구도 그의 눈에 띄어 본격적으로 복싱에 뛰어들었고 본인이 운영했던 88체육관 관장인 전 챔피언 김철호 역시 그가 키운 선수였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세계선수권자 문성길을 조금 일찍 프로로 돌려 챔피언좌에 올린 것도 심영자 회장이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선수들을 후원하기도 했다. 복싱강국 태국의 ‘형제 챔피언’ 갤럭시도 그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했고 결국 그런저런 연유로 문성길과 타이틀매치를 벌였다. 카오코 갤럭시와 형 카오사이 갤럭시는 무에타이 선수 출신의 세계 챔피언이었다.

심회장은 경기 전 행사의 하나로 악수 대신 상대 선수의 볼에 키스를 했는데 태국 원정 시 볼키스를 받은 싱노이 등 두, 세명의 선수가 연이어 패하자 태국언론이 ‘죽음의 키스’라며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키스는 국적을 떠나 열심히 복싱하는 선수들에 대한 마음의 키스였고 태국 언론도 그 점을 강조하면서 한편에선 '행운의 키스'라고 했다.

88프로모션 설립이 복싱 비즈니스 처음이었으나 프로모팅에 상당한 수완을 보였다. 아마추어 세계선수권자 출신이지만 문성길을 7전 째에 카오코 갤럭시와의 세계 타이틀 매치 링에 올렸고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김용강의 양대기구 타이틀 도전전을 성사시켰다.

90년대 초 확실하게 국내 프로복싱 프로모션계의 선두주자로 올랐으나 복싱에 너무 많은 재산을 쏟아 부은 터에 프로복싱이 침체의 길에 들어서는 바람에 1990년대 중초반 복싱을 떠났다.

복싱 사랑이 지극했던 고 심영자회장은 모든 선수들을 ‘엄마’처럼 편안하게 대해 ‘마마 심’으로 불리며 10여명의 세계챔피언과 인연을 맺었다. 고수미라는 예명으로 ‘죽도록 사랑했노라’, ‘홍도야 울지마라’ 등 1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향년 77세. 빈소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발인 24일 오후 2시, 장지 서울 추모공원.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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