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스토리] 뒤늦게 밝혀진 다저스 라소다 감독의 숨은 가족사...게이였던 아들이 다저스 선수와 동성애 관계였다가 에이즈로 죽었다

김학수 기자| 승인 2021-01-12 15:38
토니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
토니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
지난 7일 93세로 세상을 떠난 LA 다저스의 전설적인 명장 토미 라소다 전 감독의 숨은 가족사가 뒤늦게 밝혀졌다.

12일 뉴욕타임스는 생전 라소다 감독이 지난 1991년 33세의 나이로 죽은 아들 라소다 주니어가 그의 주장대로 폐렴이 아닌 에이즈(AIDS)가 사망원인이었다는 사실을 관련자의 인터뷰를 통해 보도했다.
라소다 주니어와 개인적으로 친한 관계를 유지했던 여자 영화감독 페네로프 스피리스(73)는 “그는 아버지가 감독으로 있던 LA 다저스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여러 선수들에게 추파를 던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없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당시 라소다 주니어와 가까운 친구가 된 선수는 LA 다저스 외야수인 글렌 버크였다. 버크는 1982년 미국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커밍아웃을 선언한 주인공이었다. 그는 1978년 오클랜드 어슬랙티스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라소다 감독이 지휘하던 LA 다저스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당시 다저스의 알 캄파니스 단장은 버크가 결혼하면 보너스를 주겠다고 회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버크가 당시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구단 이미지와 홍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는 후문이었다. 팀 동료였던 데이비 로페스와 더스티 베이커는 2010년 버크 이야기를 다룬 다큐 ‘Out : 글렌 버크’에서 버크가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트레이드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버크는 1995년 42세로 에이즈로 인해 타계했다.

라소다 감독은 아들이 사망한 1년 뒤인 1992년 GQ와의 인터뷰에서 “내 아들은 게이가 아니었다"며 ”나는 아들이 죽은 이유를 안다. 의사도 아들의 사망진단서를 발급했다. 그는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아들의 에이즈 사망설을 강력 부인했다. 라소다 감독은 버크가 자신의 자서전에서 동성애자인 자신의 아들과 친하게 지내자 대노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부인하기도 했다.
동성애자 전문 매체인 로스앤젤레스 블레이드는 최근 기사에서 라소다 감독이 생전 자선 행사에서 자신의 아들이 동성애자이고 에이즈로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적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라소다의 가족은 이러한 언론의 보도에 대해 확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계 출신으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것으로 알려진 라소다 감독은 오랫동안 LA 다저스 감독으로 재임하면서 자신의 소속 선수와 아들의 동성애 관계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크게 꺼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시리즈를 2번이나 제패하고 명예의 전통에 오른 최고의 감독이었던 라소다 감독이었지만 동성애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당시 미국 사회의 전통 가치관에서 결코 예외적 존재일 수 없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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