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라운드 완주' 발달장애 골퍼 이승민의 희망찬가

김현지 기자| 승인 2018-04-23 05:00
이승민. 사진=KPGA 제공
이승민. 사진=KPGA 제공
[마니아리포트 김현지 기자] 자폐성 발달장애 3급의 프로골퍼 이승민(21, 하나금융그룹)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희망의 샷을 날렸다.

이승민은 지난 19일부터 나흘간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대유 몽베르컨트리클럽(파72, 7076야드)에서 치러진 DB 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 초청 선수 자격으로 출전해 본선 진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서울에서 태어난 이승민은 워싱턴 주미대사관이던 아버지(이명렬)를 따라 곧장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미국에서 특수학교를 다닌 이승민의 첫 종목은 아이스하키였으나 지능이 5세 정도에 불과한 이승민은 비장애인과의 단체활동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부상의 위험도 컸기에 이승민은 흥미를 느끼던 골프로 종목을 변경했다.

이후 2014년 9월 KPGA 프로(준회원) 자격을 획득한 이승민은 지난해 6월 다섯 번째 도전만에 KPGA투어 투어프로(정회원)자격 획득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시즌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프로암대회에 초청되기도 했던 이승민은 투어프로 자격획득 후 약 2주 만에 카이도 골든 V1 대회에 초청되어 프로대회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1라운드에서 샷 이글로 데뷔전을 자축하는 등 이븐파를 기록했던 이승민은 2라운드에서 4오버파를 기록하며 합계 4오버파 공동 108위로 컷탈락했다.
이후 10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 역시도 순위는 113위로 컷통과에 실패했다.

쓰디 쓴 결과에도 이승민은 좌절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했다.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공의 탄도를 높이는 법을 연마했고, 샷이 왼쪽으로 휘는 것 역시 교정했다.

또한 182cm의 큰 키에 비해 근육량이 적고 체중도 많이 나가지 않는 이승민은 현재 체중을 2kg 정도 늘렸다. 앞으로 5kg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등 샷 뿐만 아니라 체력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만발의 준비를 마친 이승민은 시즌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 프로암이 아닌 본 대회에 초청되어 필드에 나섰다. 겨울을 열심히 보낸 덕분인지 3번째 도전만에 본선 진출에도 성공했다.

1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묶어 이븐파를 기록한 이승민은 장애인의 날에 치러진 2라운드에서 버디 3개에 보기 2개를 기록하며 1언더파를 기록했다. 합계 1언더파 143타를 친 이승민은 공동 45위에 자리해 뜻 깊은 날 컷통과에도 성공했다. 컷오프 기준타수는 이븐파 144타로 1타의 여유도 있었다.

이승민이 드라이버 티 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KPGA 제공
이승민이 드라이버 티 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KPGA 제공
하지만 3라운드에서 이승민은 다소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다. 버디는 단 1개에 그쳤고,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 트리플 보기 1개, 퀸튜플 보기 1개 등 총 13타를 잃었다. 합계 12오버파를 기록한 이승민은 63위로 리더보드 가장 마지막에 이름을 올렸다.

다소 아쉬운 성적이지만 이승민은 실망하지 않았다. 3라운드를 마치며 환한 웃음을 보였고, 좋은 기분은 최종라운드에서도 이어졌다. 최종라운드에서 이승민은 버디 3개와 보기 4개, 트리플 보기 1개를 묶어 4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특히 최종라운드에는 강한 바람과 어려운 핀위치 때문에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가 26명에 그쳤다. 공동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김태훈(33)은 버디 없이 보기 5개, 더블 보기 2개로 9타를 잃기도 했다.

그만큼 어려웠던 상황에서 이승민은 4오버파를 기록하며 희망을 엿봤다.

이번 대회의 경우 총 143명의 선수가 출전했고, 4라운드 완주에 성공한 이승민은 최종합계 16오버파를 기록했다. 최종라운드에서 순위를 한계단 상승시키기도 한 이승민은 공동 62위로 대회를 끝마쳤다.

이승민의 노력과 아름다운 도전은 프로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되고있다.

이승민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 허인회(31)는 이승민의 KPGA 투어프로 합격 소식을 듣고 "정말 장하고 대단한 일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첫 승을 차지한 전가람(23)은 3라운드를 마친 후 인터뷰를 하던 중 환하게 웃으며 지나가는 이승민을 보고 "장애를 딛고 프로 무대에 나서는 것 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일반인도 대회를 치르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이승민 프로가 밝은 모습으로 대회에 나서는 것을 보면 존경심도 생긴다"고 하며 "존경하고 응원하는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뿐만 아니라 같이 대회에 출전하는 많은 프로들도 이승민의 도전에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끊임없는 도전으로 한 발짝씩 성장하고 있는 이승민, 이승민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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