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현대카드 슈퍼매치 고진영 VS 박성현’ 스킨스게임이 벌어질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앤 리조트 오션 코스 1번홀은 세컨드 샷을 할 때 그린 공략에 매우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린이 다소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볼을 어떻게 띄워야 할 지 고민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홀의 그린은 페어웨이 보다 그린이 좀 높게 솟아 있다. 보통 골퍼들은 이런 그린을 보면 ‘포대(砲臺) 그린’이라고 부른다.
포대 그린의 영어말은 ‘엘리베이티드(elevated) 그린'이다. 높은 그린이라는 뜻이다. 영어말에는 분명 군대에서 쓰는 포대라는 의미가 없다. 그럼 어떻게 포대라는 말이 그린 앞에 붙게 된 것일까.
이 코너 7탄 ‘주체의식을 일깨운 한국과 일본 야구’에서 일본 근대문학에 많은 영향을 준 일본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가 1905년 발표한 그의 대표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고양이의 눈을 통해 야구를 비유적으로 표현했던 것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는 소설적인 재미를 위해 야구를 군사적으로 분석했다. 야구장 마운드를 ‘포대’로, 타자를 ‘장군’으로 각각 묘사했다. 야구장 내야 한 가운데에 자리한 투수 마운드를 포대가 요충지를 차지한 것처럼 보았던 것이다. 이처럼 일본의 지식인도 서양에서 처음 들어온 ‘이상한 스포츠’인 야구를 군대적인 관점으로 이해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골프도 좀 색다르게 봤던 것 같다. 일반인들은 서구에서 들어온 골프는 오랜동안 특권층만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포대 그린’이라는 말은 일반인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군대문화와 직접 연관이 있었던 듯하다. 조선왕조실록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포대라는 말이 여러번 등장한다. 대포가 처음 선보인 임진왜란 이후 포대라는 말이 12번 나온다. 이미 포대라는 말을 조선시대에도 군사용으로 썼다는 반증이다.
이를 보면 포대 그린이라는 말에는 한국 현대사의 자취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이후 골프가 대중화된 이후에 포대 그린이라는 말은 태생적 유래와는 관계없이 골퍼들에게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솥뚜껑 그린'이라는 말도 쓰기는 하지만 대부분 포대 그린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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