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는 인종차별 안전지대?' 아메리칸 드림 이룬 토니 피나우

김현지 기자| 승인 2018-09-13 06:35
[마니아리포트 김현지 기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표적 장타자 토니 피나우(29, 미국)가 라이더컵 미국대표팀 마지막 선수로 선발됐다.

미국과 유럽 선수들간에 치러지는 대륙간 골프 대항전으로 2년 마다 개최되는 라이더컵은 미국과 유럽간의 자존심 대결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많은 시선이 집중되는 만큼 선수 선발도 까다롭다. 미국팀의 경우 가장 우선 순위는 대회 출전 성적으로 점수를 부여해서 순위를 매기는 라이더컵 랭킹이다. 이 랭킹으로 8명의 자력 출선 선수를 선발한 후 4명의 선수가 단장 추천으로 선발된다.

국가를 대표해 국가대항전을 치르는 만큼 선수들은 팀에 합류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특히 라이더컵이 치러지는 해의 선수들의 목표는 대부분 라이더컵 출전이다.

올해의 경우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 저스틴 토머스, 패트릭 리드, 버바 왓슨, 조던 스피스, 리키 파울러, 웨브 심프슨 등 8명의 선수가 자력으로 출전을 확정했다. 이후 플레이오프 2차전 델 테크놀로지 직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통산 43승의 필 미컬슨, 플레이오프 1차전과 2차전을 연달아 우승한 브라이슨 디섐보가 단장 추천으로 1차 선발됐다.

이후 3차전인 BMW 챔피언십 직후 마지막 12번째 멤버가 결정됐는데, 주인공은 토니 피나우다.
피나우는 올 시즌 우승은 없지만 준우승을 3차례 기록했다. 특히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위, 2차전에서 공동 4위, 3차전에서 공동 8위 등 뒷심을 발휘하며 페덱스컵 랭킹 3위까지 뛰어올랐다.

피나우는 마지막 선발 선수 발표를 앞두고 가장 강력한 라이더컵 선발 후보였지만, 마음을 졸여야했다. 이유는 미국프로스포츠계를 강타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인종차별때문이다.

트럼프는 임기 직후부터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미국프로풋볼(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전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국가 연주 중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에 저항하는 의미로 국기에 대한 경례가 아닌 무릎을 꿇은 것에 대해 트럼프가 대중연설중 욕설을 섞어 비난하면서 사태는 악화됐고, 미국프로야구(MLB), 미국프로농구(NBA) 등에서도 무릎 꿇기 시위가 이어졌다.

지난 2년 스포츠계가 떠들썩했지만 비교적 조용한 곳이 바로 PGA투어다. 가장 큰 이유는 '골프광' 트럼프가 골프계를 대표하는 '흑인' 타이거 우즈와 절친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전히 백인 선수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다.

피나우의 경우 통가 이주민의 아들이다. 피나우는 남태평양 통가 출신 아버지와 서사모아-통가 혼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피나우는 어린 시절 어려운 집안 형편에 4살 때부터 불을 붙인 칼을 던지며 춤을 추는 공연(사모아 전사들이 추는 춤)을 하며 생계를 도왔고, 어린시절 티비를 보며 골프 선수의 꿈을 키웠다.

피나우의 아버지는 그런 아들에게 구세군에서 2.25달러(한화 약 2500원)를 주고 구입한 6번 아이언과 퍼터, 작은 골프가방을 선물했고, 차고에 드라이빙 레인지를 만들어 연습을 도왔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피나우의 재능을 외면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이후 중고 캠코더를 구입해 책에서 본 스윙과 비교하고 분석해 지도하며 그의 꿈을 지지했다.

피나우와 그의 아버지의 꿈은 20년 후 피나우의 미국팀 승선으로 이뤄졌다.

미국 골프채널의 보도에 따르면 피나우의 아버지는 피나우의 선발 소식을 들은 후 "아들의 미국팀 선발은 마침내 우리가 미국인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과 같다"며 감격했다.

이어 그는 "노력과 감사가 있다면, 누구든 이 나라에 와서 성공할 수 있다. 피나우는 아메리칸 드림을 대표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트럼프가 라이더컵 미국팀 단장 추천 선발에 관여하는 것은 월권이다. 하지만 국가대항전을 대표하는 선수 선발이니만큼 사회적 분위기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았던 피나우와 그런 그를 희생하며 지지했던 가족들은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마침내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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