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공을 그린에 올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용어상으로 이를 ‘온 그린(On Green)’이라고 말한다. 골퍼들에게 온 그린은 즐거움과 행복감을 준다. 온 그린만 한 것으로도 홀별 플레이의 50퍼센트를 달성한 셈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온 그린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정상적으로 온 그린을 한 뒤 퍼팅을 2번만 하면 파를 잡을 수 있다. 통상 이를 파온에 성공했다고 말한다. 퍼팅을 1번만 하면 버디를 낚을 수 있다.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온 그린에 성공했다고 다 끝난 게 아니다. 퍼팅을 잘 해야하기 때문이다. 확실히 2퍼팅으로 홀인할 수 있도록 홀 가까운 거리에 공을 근접시킬 목적으로 하는 첫 번째 퍼팅을 ‘래그(Lag)’라고 말한다.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역사적인 커리어 그랜드슬래머에 오른 현역 최고의 여성골퍼 박인비는 ‘베스트 래그 퍼터’로 손꼽히고 있다. 먼 거리의 퍼트를 홀에 붙이는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의미이다.
그린과 관련된 용어로 미국 골퍼들이 잘 쓰는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수업하러 간다는 의미의 ‘Go to school’이다. 다른 골퍼의 퍼팅을 유심히 관찰해 방향과 속도를 파악하라는 뜻이다. 남의 퍼팅을 보고 참고한다는 말이다. 홀에 멀리 있는 이들로부터 먼저 퍼팅을 하면 유심히 퍼팅 라인을 지켜본 뒤 자신의 차례가 될 때 참고한 퍼팅 라인의 굴곡 등을 활용해 퍼팅 완급 조절을 할 수 있다. 미국 골퍼들은 ‘Go to school’을 한 공이 홀 주변에 머물면 “여보게, 잘 붙였네(Hey, you're lagging)”라고 격려한다.
그린에서는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먼저 퍼팅을 한 상대가 홀에 가까이 붙이지 못하면 나중에 퍼팅을 하는 골퍼들은 퍼팅이 짧은 이유를 생각해 퍼팅 거리 조절을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린 위에 올라간 골퍼들은 상대 퍼팅 하나 하나를 조심스럽게 관찰 할 수 밖에 없다.
미국 프로골퍼 가운데 그린 위에 올라가면 춤을 추며 좋아하던 이가 있었다. 1935년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난 로드리게스는 1960년대에 벤 호건, 샘 스니드, 잭 니클라우스와 함께 당대를 풍미한 골퍼였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8승을 올렸고, 50세가 넘어서는 PGA 시니어 투어에서 무려 22승을 거두는 변치않는 실력을 뽐냈다.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그린 위에서 벌인 세리머니였다. 로드리게스는 우승 퍼트를 한 뒤 퍼터의 헤드 부분을 잡고 샤프트를 칼처럼 휘두른 뒤 칼집에 넣는 시늉을 해 큰 인기를 끌었다. 온 그린에 성공하면 로드리게스는 격렬한 춤을 추며 좋아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기도 했다. 온 그린을 한 기쁨을 춤을 추는 행동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의 별명이 ‘춤추는 골퍼(Dancing Golfer)’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오래 전 로드리게스가 시니어골퍼로 활동중일 때 TV 중계에서 그린 위에서 춤추는 모습을 보고 왜 그가 춤을 추고 좋아했는 지 잘 알 수 없었다. 미국의 골프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온그린은 동료골퍼들 뿐 아니라 자신 스스로에게도 잘 해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춤을 추는 행동으로 보일 만하다고 생각한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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