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20] 왜 최지만은 ‘논텐더(Non Tender)’에 가슴앓이를 했을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0-12-04 07:11
 MLB 탬파베이 레이스 최지만.
MLB 탬파베이 레이스 최지만.
계약은 프로선수들에게 생명선과 같다. 계약 여부에 따라 필드에서 뛰는 지 여부가 가려지기 때문이다. 계약을 못한다는 것은 짐보따리를 챙겨 집으로 가야한다는 의미이다. ‘논텐더(Non Tender)’는 계약 여부를 가르는 희비의 쌍곡선이다. 논텐더에 들면 팀을 떠나야 하고, 들지 않으면 팀에 그대로 남는다.

논텐더는 아니다라는 의미의 ‘Non’과 계약하다는 의미의 ‘Tender’의 합성어이다. 원래 텐더는 부드럽게 라는 뜻의 형용사로 많이 쓰인다. 1977년 42세로 요절한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스리의 인기곡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나를 부드럽게 사랑해줘요)’의 제목처럼 감미롭고 달콤하다는 뜻으로 많이들 알고 있다. 하지만 동사와 명사형으로 쌍방이 계약한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즉 논텐더는 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국 프로야구(MLB)서 논텐더는 고용자인 구단주가 피고용자인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통지하는 행위이다. 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좋게 말해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는 뜻이다. 엄밀히 말하면 논탠더는 돈 많은 구단주가 선수로서 상품 가치가 떨어져 더 이상 돈을 쓰지 않고 포기한다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연봉조정 신청 자격을 갖춘 '서비스 타임' 3~5년차 선수들의 다음 시즌 재계약을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 서비스 타임은 MLB 1시즌 172일로 계산한다.

MLB는 매년 12월3일을 논텐더 마감일로 정했다. 오프시즌에서 이 날은 선수들에게 가장 폭발력이 크다. 자신의 다음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때 우쭐했던 유망주들도 가슴을 조린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최지만도 올해 논텐더 마감일까지 애간장을 태워야 했다. 미국 언론에서 논텐터 대상 명단에 들 가능성이 높다며 연일 보도했기 때문이다. 일부 매체는 그의 논텐더를 기정 사실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마감일인 지난 3일 최지만과 함께 하기로 결정하고 논텐더 명단에 집어넣지 않았다. 올 시즌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해 경기수가 60경기로 줄어들며 중계권과 티켓 판매 수입이 크게 감소한 탬파베이는 스몰마켓팀으로 최지만이 나쁘지 않은 활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때 논텐더를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MLB 구단들이 논텐더를 단행하는 이유는 잠재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는 연봉 중재절차를 가급적 줄이기 위해서이다. 선수들을 다른 구단에 빼앗길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비용이 줄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면 구단은 해당 선수를 논텐더 대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논텐더의 반대 의미는 텐더이다. 즉 다음 시즌 계약 권리를 갖고 있는 선수라는 의미이다. 논텐더에 들지 않고 MLB 구단 로스터 명단에 오른 선수는 자연히 텐더로 확정된다. KBO 리그로 보면 보류(保留) 선수이다. 구단이 우선적, 배타적으로 다음 해 계약 교섭을 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미국 언론에선 논텐더 말고 텐더에 접두사를 쓴 다른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프리텐더(Pretender)와 컨텐더(Contender)이다. 두 단어는 주로 우승 가능성이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있는 팀을 말할 때 쓴다. 프리텐더는 시즌 후반까지 성적이 좋아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로는 탈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팀을 말한다. 컨텐더는 프리텐더와는 반대로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은 팀을 뜻한다.

최지만이 소속한 탬파베이 레이스는 9월초까지만 해도 프리텐더로 평가받았다가 최지만이 맹타를 휘두르며 가을야구인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최종 월드시리즈까지 올랐다. 최지만은 역대급 활약에도 불구하고 막판까지 논텐더 대상에 오르며 가슴앓이을 했던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구단의 돈 사정이 절박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역시 프로세계는 돈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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