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비 블래그 증후군은 야구 선수들의 제구력을 방해하는 일종의 운동 장애이다. 대개 투수 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후군이나 내외야수들도 걸리는 경우도 있다. 메이저리거 스티브 블래스의 이름에서 따온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1971년 피츠버그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격돌했는데, 블래스는 3차전, 7차전에 등판, 모두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두는 최고의 활약을 보였다. 1972년 평균자책점 2.49, 19승을 기록하며 팀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이 해에 생애 첫 올스타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2위를 기록했다. 당시 사이영상은 필라델피아 필립스의 유명한 투수였던 스티브 칼턴이었다. 그는 데뷔 8시즌 동안 정확히 100승을 올렸으며 평균자책점은 3.24이었다.
하지만 전성기는 그때까지만이었다. 1973년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제구력 난조에 빠져들었다. 스트라이크와 볼을 마음 먹은대로 던질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의 성적은 급전직하했다. 이 해 성적은 88.2 이닝, 평균자책점 9.85로 투수로서는 최악이었다. 볼넷을 84개 허용했고, 탈삼진은 27개밖에 잡아내지 못했다. 제구력 난조에 빠진 그는 결국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1975년 은퇴를 선언한 뒤 30여년간 피츠버그에서 야구방송 해설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선 스티브 블레스 말고도 여러 재능있는 선수들이 정확하게 던질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티브 블래스 신드롬은 골프 입스(Yips)와 비슷한 증상으로 스티브 블래스 때문에 야구에서 전문 용어가 됐다. 증상은 중요한 경기에서 마음먹은대로 몸을 말을 듣지 않는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으면서도 뜻한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한다. 신드롬,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증상은 선수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제구가 아예 안되기도 하고, 직구 등 어떤 특정 구질만 안되는 경우도 있다. 일종의 심리적 불안증세로 특별한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게 의학적인 분석이다. 정신적인 병이기 때문에 쉽게 치유하기도 어렵고 관리하기도 힘들다.
국내 야구에서 원종현 뿐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이 증세를 경험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로 풀려난 전 기아 타이거스 김주찬(39)은 투수가 아닌 내외야수를 보면서 볼을 엉뚱하게 던졌다. 2009년 롯데 자이언츠 시절 유격수와 3루수를 할 예정이었으나 송구 불안으로 인해 좌익수와 1루수를 봤으나 관중석으로 볼을 던지기도 할 정도로 잦은 미스로 불안감을 보였다. 스티브 블래스 신드롬 때문이었다. 두산의 대표타자였다가 은퇴한 홍성흔(44)도 포수였음에도 이 증상으로 인해 선수 생활 내내 불안감으로 가슴을 조려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원종현과 같이 포기하지 않고 재기에 성공, 빛을 보는 경우도 있다.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에 걸렸다고 포기할 일은 아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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