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69] 왜 FC 바르셀로나(Barcelona)를 ‘바르사(Barça)’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1-01-22 11:03
지난 해 8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노우에서 열린 2019-202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FC바르셀로나와 나폴리 선수들 경기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해 8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노우에서 열린 2019-202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FC바르셀로나와 나폴리 선수들 경기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 언론이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팀 FC 바르셀로나(Barcelona)의 경기기사를 보도할 때보면 팀이름을 약자로 ‘바르사(Barça)’라고 많이 쓴다. 이 말은 연고지인 바르셀로나를 줄인 약자이다. 영어로는 ‘바르카(Barca)’라고 말한다. 스페인어 ‘ç’는 한글의 ‘ㅅ’과 ‘ㅆ’ 사이의 유사한 발음인데 영어로는 ‘c’로 발음한다. 스페인에서 ‘바르샤’라고 말하면 바르셀로나를 지칭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한다. 바르사라고 발음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이후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유럽 축구 기사가 늘어나며 바르사 경기기사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리오넬 메시 등 워낙 출중한 선수들을 많이 보유하다보니 유럽 축구 기사에서 바르사는 단골메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왜 팀 약자를 바르사라고 부르게 됐는 지에 대한 이유를 아는 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인터넷 용어 사전 등을 통해 어렵게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있었다.
스페인 남동쪽 지중해 항구도시 바르셀로나는 유럽에서도 유명한 관광지의 하나이다.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출발한 항구로 유명한 바르셀로나의 이름에 대한 유래는 불분명하다. 원래 여러 이민족이 지배하고 문화적 기원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유래를 추정해 볼 수 있기는 하다. 이베리아 정착민설과 이민족인 카르타고인설 두 가지가 전해진다.

첫 번째설은 이베리아 정착민들에 의해 붙여진 원래 이름인 ‘바르케노(Barke-no)’가 변화해서 생긴 말이라는 것이다.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로 ‘바르카(Barca)’는 보트라는 뜻이다. 로마 시대 전설에 따르면 배 9척이 현재 바르셀로나 앞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큰 폭풍이 일어났다. 배 8척은 손상 없이 탈출했지만 나머지 1척은 바르셀로나의 높은 언덕인 몬주익에 걸려 위기를 모면했다. 항해자들은 매우 기뻐하며 이 지역을 잃어버린 보트라는 의미인 ‘바르카 노나(Barca Nona)’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이 말이 후에 스페인어로 ‘바르사’로 변형됐다는 것이다.

카르타고인설은 바르사라는 이름이 카르타고인들에 의해 지어진 것이라는 얘기이다. 카르타고인은 로마시대 지중해에서 해상무역으로 번창하며 북아프리카 연안(현 튀니지)에 살았던 민족이다. 그리스족 후예로 알려진 카르타고 인들은 역사적으로 로마와 포에니전쟁을 3차례 치르며 지중해 패권을 놓고 겨뤘던 것으로 유명하다. 코끼리를 몰고 알프스산을 넘어 로마를 일촉측발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한니발 장군은 카르타고인의 대표적인 역사적 인물이다. 한니발 장군의 가문 이름은 바르카로 알려져 있다. 카르타고어로 바르카는 ‘빛(Ray)’을 뜻하는 말이다.

스페인에서도 어느 설이 맞는 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역사적인 물증이 확실하지 않고 전설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역사적으로 415년 서고트족(Visigoths)에 의해 정복됐으며 300년 이상 ‘신의 땅’이라는 뜻인 ‘고트랜드(Gothland)’로 알려졌다. 이후 바르셀로나는 이슬람 제국의 지배하에 놓이기도 하면서 다양한 민족과 종교적 배경을 갖게됐다. 바르셀로나라는 이름은 801년 기독교인들에 의해 붙여진 것으로 역사기록에 나와있다. 바르셀로나 지역 언어인 카탈루냐어로 바르셀로나는 ‘Bar, cel, ona’ 3음절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 ‘바, 하늘, 파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프로축구에서 최대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 CF와 함께 전통의 명문구단인 바르셀로나는 붉은 색과 푸른 색을 사용한 유니폼에서 유래한 별명인 '블라우그라나(Blaugrana)'로 불리기도 한다. 카탈루냐어로 블라우는 붉은색이며, 그라나는 푸른색이라고 각각 말한다. 스페인 축구 역사상 유일무이한 한 해 6관왕와 최초의 트레블 2회라는 대기록을 세운 바 있는 바르사는 화려한 전통 만큼이나 이름 자체에도 신비로운 전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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