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312] ‘폴스 9(False Nine)’과 ‘10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1-03-06 08:21
백넘버 10번을 달고 뛰는 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는 미드필드에서 상대 수비를 무력화하는 '폴스 9' 역할을 한다. 사진은 골을 터트리고 환호하는 메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백넘버 10번을 달고 뛰는 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는 미드필드에서 상대 수비를 무력화하는 '폴스 9' 역할을 한다. 사진은 골을 터트리고 환호하는 메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축구는 시대별로 포지션 운영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다르다. 11명을 운영하는 기본 포지션은 같았지만 시대에 따라 포지션 개념에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특히 공격수 부문에서 가장 변화가 심했다.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폴스 9(False Nine)’과 ‘10번’이다.

‘폴스 9’은 직역을 하자면 가짜 9번이라는 뜻이다. 원래 9번은 주로 전방 중앙 공격수(Center Forward)에게 주는 백넘버이다. 가짜 9번이라는 말은 결과적으로 가짜 센터 포워드라는 의미이다. 가짜라는 말이 붙은 이유는 비록 중앙 공격수자리에 배치되지만 최전방에 있지않고 미드필드 라인까지 깊게 내려와 공격을 하기 때문이다. 득점을 노리기보단 중원까지 담당하며 연계 플레이나 직접 드리블 돌파 등을 하면서 득점 기회를 만들고 직접 골까지 넣은 멀티플레이어 임무를 맡는다. 쉽게 말해서 ‘미끼용 센터포워드’라고 말할 수 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를 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앙공격수의 미드필더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일본 등에선 중앙 공격수 숫자에 따라 ‘원 톱(One Top)’, ‘투 톱(Top Tow)’ 등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폴스 9’을 운용하는 포메이션에 따르면 최전방 공격수가 없기 때문에 ‘제로 톱(Zero Top)’으로 불러 쉽게 이해하기도 한다. 물론 잘못된 영어식 표현이다. ‘폴스 나인’은 팀 전술이기 보다는 개별적인 선수의 역할에 해당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라 팀 전술과는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폴스 9’은 펩 과르디올라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바르셀로나 감독으로 재임할 때, 리오넬 메시에게 ‘폴스 9’ 역할을 맡겼다. 메시는 탁월한 개인기와 위치 선정으로 미드필더 진영까지 확대하며 공격 범위를 넓혀 다른 공격수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고 직접 많을 골을 넣어 ‘폴스 9’의 전형으로 꼽혔다. ‘폴스 9’의 기원은 1930년대 오스트리아 국가대표, 1950년대 헝가리 국가대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여러 팀에서 중앙 공격수들의 역할을 확대하고 다양하게 하기위해 시도한 개념이었다. ‘폴스 9’는 엄밀히 말하면 포지션 관념 파괴라는 관점에서 토탈 풋볼 개념에 포함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일부 선수가 시도를 했다가 여러 선수들이 보편화하면서 생겨났기 때문이다.

‘10번’은 축구에서는 가장 명예스러운 백넘버이다. 대개 10번은 공격형 플레이메이커가 단다. 시야, 슈팅, 패스, 크로싱, 드리블 능력을 갖춘 빠르고 민첩하며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선수들에게 이 번호가 주어진다. 펠레, 지코, 미셸 플라티니, 디에고 마라도나, 지네딘 지단, 로베르토 바르지오, 루이 코스타, 마이클 로드리프, 게오르게 하기, 프란체스코 토티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선천적으로 왼발인 메시는 처음에는 전 바르셀로나 감독 프랭크 레이카르트의 지휘 아래 오른발도 쓰면서 당대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 축구에선 조광래, 최순호 등이 대표적인 플레이메이커로 10번을 달고 뛰었다. 현역 선수로는 박주영 등이 대표팀에서 10번을 달고 활약하기도 했다, (본 코너 12회 ‘12] 플레이메이커와 게임메이커는 어떻게 다른가’ 참조)

‘10번’은 메시가 현재 달고 뛰는 백넘버이다. 하지만 메시는 경기 중 플레이를 펼치면서 ‘폴스 9’ 역할을 많이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잉글랜드 언론의 축구 기사를 보면 ‘메시가 바르셀로나에서 가짜 공격수(폴스 9)로 깊이 내려와 상대 수비를 정확한 패스로 허물었다’는 식의 표현을 한다. 10번을 달고 뛰지만 ‘폴스 9’ 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10번은 실제적인 선수의 백넘버이지만 ‘폴스 9’은 가짜라는 의미의 수식어를 붙여 다양한 역할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탁월한 기술을 발휘하는 10번을 달고 뛰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경기 중에 숨어있는 '폴스 9'를 잔잔히 살펴보면 축구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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