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158] 왜 ‘동메달’이라 말할까

올림픽에서 메달 만족도는 동메달이 은메달보다 높다는 연구 조사가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2008년 8월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던 기간 중 칼럼니스트 샨카르 베단텀이 쓴 칼럼에서 올림픽 은, 동메달리스트의 만족도를 분석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미국 심리학자들인 빅토리아 메드벡, 스콧 매데이, 토머스 길로비치는 올림픽 수영, 레슬링, 체조, 육상에서 2위와 3위를 한 선수들의 표정 등을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평가하도록 한 결과 동메달리스트들이 훨씬 행복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경기 직후 메달리스트들과 인터뷰를 한 결과 은메달을 따낸 선수들은 주로 금메달을 따지 못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반면 동메달리스트들은 자칫하면 메달을 따지 못할 뻔 했다는 것에 만족해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다른 실험으로는 사진작가 봅 윌링햄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 유도 경기 사진을 분석한 결과가 있는데 동메달을 따낸 선수들은 금메달리스트들과 표정이 거의 비슷했던 반면 은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진 5위 선수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다.
동메달은 올림픽, 아시안 게임 등과 같은 운동 경기에서 세 번째로 높은 업적을 달성한 이에게 주는 메달이다. 동메달이라는 말은 한자어 ‘구리 동(銅)’과 영어 ‘메달(Medal)’의 합성어로 구리로 된 메달이라는 뜻이다. 영어 ‘Bronze Medal’를 번역한 일본식 조어이다. 원래 영어 ‘Bronze’는 청동이라는 의미이다. 구리는 ‘Copper’이라고 해야 한다. 구리는 매우 부드러운 금속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구리와 주석 (Tin)의 합금인 청동이 사용된다. 그래서 동메달은 ‘Copper Medal’이 아닌 ‘Bronze medal’이 된 것이다. ‘Medal’이라는 단어는 원래 반쪽 동전을 의미하는 라틴어 ‘Medlia’ ‘Medilia’가 어원이며 이탈리아어 ‘Medaglia’를 거쳐 영어로 차용됐다. 로마시대 황제의 장식구로 쓰였던 메달은 1896년부터 입상자에게 수여됐다.



첫 근대올림픽인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때, 당시 금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1위 선수에게 은메달, 2위 선수에게 동메달이 주어졌다. 3위 선수에게 메달이 아예 없었다. 메달의 색이 순위별로 금·은·동이 된 것은 제1회 대회에서 8년 후인 1904년 제3회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회에서다.

동메달은 일본어로는 銅メダル(도메다루)‘라고 표기하는데, ‘金メダル’라는 말과 비슷하게 1910년 무렵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본 코너 1156회 ‘왜 금메달이라 말할까’ 1157회 ‘왜 은메달이라 말할까’ 참조) 당시 일본은 처음으로 참가하는 1912년 앤트워프 올림픽 대회를 앞두고 각종 서양 스포츠용어를 일본식으로 번역했다.
우리나라에선 일본식 발음을 그대로 들여와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0년 12월5일자 ‘中學生雄辯(중학생웅변) 明日(명일)로切迫(절박)’ 기사에서 ‘당일에시상(시상(施賞))할것은일등에금메달 이등에 은메달 삼등에동메달에 부상(부상(副賞))까지 상당히잇다하며’라고 보도해 처음 동메달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한국인 중에서는 일제강점기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남승룡이 최초로 동메달을 획득했으며, 대한민국 국적자로는 1948년 런던올림픽 역도에서 김성집이 최초로 동메달을 땄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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