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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넣는 수비수’에서 금메달 수비수로…최석현의 성장 드라마

남자 축구, 일본 안방서 아시안게임 4연패 완성

2026-10-04 07:35:42

 남자 축구 아시안게임 4회 연속 우승의 주역 수비수 최석현
남자 축구 아시안게임 4회 연속 우승의 주역 수비수 최석현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한국 선수들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한국 축구가 일본 안방에서 1-0으로 숙적을 꺾고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사상 최초의 4회 연속 우승을 완성한 순간이었다.

그 순간 포백의 오른쪽에는 최석현(23)이 서 있었다. 누군가의 극적인 결승골을 만든 선수도, 가장 화려한 세리머니를 펼친 선수도 아니었다. 대신 상대 공격을 막고, 공이 전방으로 넘어가면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금메달을 결정한 것은 엄지성의 왼발이었지만, 그 한 골을 끝까지 지켜낸 것은 최석현을 비롯한 수비진이었다.

최석현의 이름을 축구팬들에게 각인시킨 무대는 2023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U-20 월드컵이었다. 당시 중앙수비수였던 최석현은 에콰도르와의 16강전에서 헤더골을 터뜨렸다.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는 연장전 결승골을 머리로 만들어냈다.
수비수가 토너먼트에서 연이어 결정적인 득점을 올리자 ‘골 넣는 수비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울산과 충북청주 역시 당시 그를 소개하면서 빠른 스피드와 힘, 위치 선정과 민첩성, 그리고 세트피스에서의 득점력을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그때의 두 골은 최석현 축구 인생의 완성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작이었다.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뒤 그가 넘어야 할 벽은 프로였다. 울산 현대고와 단국대를 거친 최석현은 울산 HD의 우선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프로 첫 시즌부터 주전 경쟁을 기다리기보다는 K리그2 충북청주로 임대됐다.

프로 무대에서 실제로 뛰는 것이 먼저였다. 충북청주에서 최석현은 중앙수비뿐 아니라 측면 수비까지 경험했다. 유소년과 연령별 대표팀에서 익힌 축구와 성인 프로축구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더 빠르고 강한 선수들과 부딪히면서 경기의 속도와 몸싸움을 배워야 했다.

2024시즌 충북청주가 그를 영입하면서 강조한 것도 투지와 수비력, 그리고 여러 수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 시간이 지금의 최석현을 만들었다. 울산으로 돌아온 최석현은 자신의 자리를 다시 만들어야 했다.

경쟁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중앙수비수라는 한 자리에만 자신을 가두지 않았다. 좌우 측면 수비와 스리백의 스토퍼까지 소화하며 출전 범위를 넓혔다.
2026시즌에는 그 변화가 더욱 뚜렷해졌다. 7월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전에서는 프로 무대에서 자신의 첫 골을 기록한 데 이어 멀티골까지 터뜨렸다. 3년 전 U-20 월드컵에서 ‘골 넣는 수비수’라는 이름을 얻었던 선수가 프로 무대에서도 득점력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최석현의 가치는 득점에만 있지 않았다. 오히려 여러 포지션을 오갈 수 있다는 점, 경기 상황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그를 대표팀으로 이끌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최석현은 중앙이 아닌 측면에서 자신의 역할을 맡았다. 이민성 감독은 그의 활동량과 수비 능력, 공격 가담 능력을 측면에 활용했다. 그리고 최석현은 그 기대에 답했다.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선발 출전한 그는 베트남과 중국전까지 이어진 토너먼트에서도 측면을 책임졌다. 특히 중국과의 준결승까지 4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며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줬다.

측면 수비수는 한순간도 쉬기 어렵다. 수비할 때는 상대 공격수를 따라 내려가야 하고, 공격할 때는 다시 전방으로 올라가야 한다. 공이 반대편에 있을 때에도 다음 움직임을 준비해야 한다. 최석현에게는 이 반복되는 움직임을 견디는 힘이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체력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골 넣는 수비수’로 시작한 최석현의 다음 장면은 이제 프로 무대에서 펼쳐진다. 아시안게임 우승은 그의 축구 인생에서 끝이 아니라, 더 큰 무대로 향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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