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94] 분데스리가 막내팀 RB 라이프치히는 왜 ‘RB’ 때문에 기피팀이 됐을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1-02-16 05:43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RB 라이프치히는 가장 연륜이 짧은 팀이지만 최강 바이에른 뮌헨을 위협할 정도로 선두구단으로 자리잡았다. 라이프치히에서 뛰고 있는 황희찬(왼쪽)의 보훔전 경기 모습. [EPA=연합뉴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RB 라이프치히는 가장 연륜이 짧은 팀이지만 최강 바이에른 뮌헨을 위협할 정도로 선두구단으로 자리잡았다. 라이프치히에서 뛰고 있는 황희찬(왼쪽)의 보훔전 경기 모습. [EPA=연합뉴스]
RB 라이프치히는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최근에 창단한 막내팀이다. 2009년 당시 5부 리그 소속 SSV 마르크란슈테트(SSV Markranstädt) 구단을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음료 제조업체 레드불(Red Bull)이 인수해 출범했다. 창단 7년만에 하위 리그를 차례로 제패하고 분데스리가 1부리그로 올라와 거센 돌풍을 일으켰다. 2012-13시즌부터 8시즌동안 1위를 독식하고 있는 최강 바이에른 뮌헨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 시즌도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해 시즌에도 3위를 차지한 바 있었다. 지난 해 챔피언스리그에선 손흥민의 토트넘 훗스퍼를 16강전에서 각각 1-0, 3-0으로 꺾은 데 이어, 8강전에서 스페인 강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2-1로 물리치고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프랑스 최강 파리 생제르맹(PSG)에게 0-3으로 패해 결승진출이 좌절되기는 했지만 신생팀으로서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RB 라이프치히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축구팬들에게는 가장 미운털이 박힌 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공교롭게도 팀 명칭 때문이다. RB 라이프치히의 정식 명칭은 ‘라젠발슈포르트 라이프치히(RasenBallsport Leipzig)’이다. 라젠발슈포르트는 잔디에서 하는 볼스포츠라는 의미이다. ‘라젠’은 영어로 잔디를 뜻하는 ‘Lawn’이며, ‘발스포츠’는 말 그대로 ‘Ball Sport’이다. 라이프치히는 과거 동독의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연고지역을 말한다.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고향이기도 한 라이프치히는 슬라브어인 립스크(Lip나)‘에서 유래한 말로 보리수 나무가 서 있는 정착지라는 뜻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축구팀은 대개 약자로 FC(Football Club, 축구클럽), SV(Sportverein, 스포츠클럽), Vfl(Verein für Leibesübungen, 운동스포츠단), Vfb(Verein für Bewegungsspiele, 운동경기협회) 등을 많이 쓴다. (본 코너 268회 ‘왜 축구클럽 약자는 나라마다 다를까’ 참조) 분데스리가에서 RB라는 약자를 쓰는 팀은 라이프치히가 유일하다. RB는 구단을 운영하는 레드불의 이니셜이라는 이미지를 줘 분데스리가에서 축구 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독일 축구팬들은 라이프치히는 기업의 요구에 따라 운영되는 팀이라며 2016년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서 팬들이 경기 관람을 거부하기도 했다.

축구를 '공공재'로 인식하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원칙적으로 모기업 이름을 팀이름에 넣어서는 안된다. 법인명을 넣을 수 있는 경우는 아주 예외적이다. 바이엘 04 레버쿠젠과 Vfl 볼프스부르크는 바이엘과 폭스바겐 회사 이름이 들어갔는데 이는 팀 기원 자체가 회사 노동자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고 모기업 이름을 넣는 것이 금지되기 이전에 팀 명칭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레드불이 운영하는 오스트리아의 FC 레드불 잘츠부르크와는 달리 RB 라이프치히는 레드불이라는 이름은 들어 있지 않다. 하지만 약자가 레드불의 이니셜과 같은 RB 라이프치히는 분데스리가 팀에서 쓰지않는 RB라는 단어를 만들어가면서 레드불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다며 축구팬들은 비판한다. 사실 레드불은 RB라는 약칭 때문에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거두고 있다.

레드불이 RB 라이프치히를 관리하는 독특한 경영방식도 비판의 대상에 오른다. 자매클럽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마치 2군팀으로 관리하듯 좋은 선수들을 임대 방식으로 데려오고 있다. 2014-15시즌 1부리그 진출이 좌절되자 소속 선수들의 절반을 다른 구단으로 팔아버려 팬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라이프치히는 진보적인 축구 철학을 보여주고 있다.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생동감있는 플레이를 펼치는게 최대 강점이다. 라이프치히가 모기업의 이름을 연상하는 RB 약자를 내건 것도 엄밀하 말하면 축구단에 더욱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하려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분데리스가에서 가장 역사가 짧은면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혁신과 도전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국 선수로는 국가대표 황희찬(25)이 2014년 레드불 잘츠부르크를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임대선수로 라이프치히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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