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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927] 왜 ‘스키어(skier)’라고 말할까

2026-10-06 07:02:31

스키를 즐기는 스키어 모습
스키를 즐기는 스키어 모습
영하의 매서운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설원을 누비기 위해 스키장으로 향하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모두 ‘스키어(skier)’라 부른다. 스키어는 단순한 운동선수를 넘어, 겨울이라는 계절과 가장 강렬하게 교감하는 낭만적인 예술가에 가깝다.

영어 ‘skier’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단어다. 어원 자료에 따르면 영어 skier은 1895년경부터 ‘스키를 타거나 스키로 이동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ski에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 ‘-er’을 붙인 말이다. 영어에서 –er은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나타낼 때 흔히 사용된다. ‘run’을 하는 사람은 ‘runner’, ‘teach’하는 사람은 ‘teacher’이 된다.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조합이다. 명사 ski가 전 세계로 퍼져나간 이후, 영어를 비롯한 서구권 언어에서는 명사 뒤에 행위자를 뜻하는 접미사 '-er'를 결합했다.

스키는 외래어로 영어 ski를 소리나는대로 쓴 단어이다. 사전적 정의는 눈 위를 지칠 때 신는, 가늘고 긴 관상의 용구 또는 스키를 신고 달리는 속도나 점프 능력을 겨루는 경기이다. 스키의 원래 뜻은 ‘나무 조각’에 가까웠다. 영어 ski는 같은 철자인 노르웨이어에서 들어왔고, 그 뿌리는 고대 노르드어로 ‘쪼개진 나무’, ‘나무토막’, 또는 눈 위를 이동하는 데 쓰는 긴 나무판을 가리켰다. 고대 노르드어는 ‘자르다, 쪼개다’라는 의미를 가진 인도유럽조어의 어근과 연결된다. 나무를 쪼개 얻은 판자나 조각을 가리키던 말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눈 위에서 타는 나무판’이라는 구체적인 도구의 이름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본 코너 1907회 ‘왜 '스키(ski)'라고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일본의 영향을 받아 스키라는 말과 함께 스키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29년 1월25일자 ‘일본빙상용자(日本氷上勇者) 안동대회(安東大會)맛치고’ 기사에서 ‘내일이(來日二)·삼양일간(三兩日間) 안동현압록강반(安東縣鴨綠江畔)에서거행(擧行)될일본빙상경기연맹주최(日本氷上競技聯盟主催)의전일본빙상경기선수권대회(全日本氷上競技選手權大會)에출장(出場)할일본대표(日本代表)는벌서결정(决定)되어이십삼일오후칠시사십분(二十三日午後七時四十分)에선수(選手)는경역역통과(京域驛通過)로안동(安東)에향(向)하엿스며일행십구명(一行十九名)은경성철도국국우회(京城鐵道局局友會)스케잇트부(部)의초빙(招聘)을밧어이월사일오전칠시입경(二月四日午前七時入京)하야철도국구락부(鐵道局俱樂部)에투숙(投宿)한다음사(四)·오양일간한강인도교하측경기장(五兩日間漢江人道橋下側競技場)에서『아이스홋키』급(及)『스키어』전반(全般)의지도(指導)가잇슬터인데일행중(一行中)의제등총감독(齊藤總監督)은빙상경기(氷上競技)의강연(講演)과한강빙질(漢江氷質)의연구(硏究)를할터이격명년도(明年度)은전일본빙상경기선수권대회개최지(全日本氷上競技選手權大會開催地)를결정협의(决定協議)한다고한다는바대표선수초빙경기(代表選手招聘競技)는일반(一般)에게공개(公開)할터이며특(特)히지도(指導)를빗고저하는자(者)는철도국국우회(鐵道局局友會)스케잇트부(部)로신입(申込)하야주기를바란다더라’라고 전했다.

기사에 등장하는 '스키어'(기사 원문 중 '스키어'전반의 지도)라는 표현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을 통해 서구의 동계 스포츠 용어가 조선으로 유입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당시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유럽의 스키 및 빙상 기술을 빠르게 흡수했는데, 일본어 가타카나 표기(スキーヤー) 및 발음의 영향이 조선의 언론 매체와 철도국 등의 기관을 통해 그대로 전파된 것이다.

기사에는 '아이스홋키'와 함께 '스키어'라는 단어가 나란히 쓰이고 있다. 여기서 스키어는 오늘날처럼 단순히 '사람'을 지칭하는 명사라기보다는, 스키 경기나 스키 기술 전반을 뜻하는 명사적 의미(또는 스키를 타는 행위/종목)로 혼용되어 사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스키어라는 단어가 단순한 현대 영어의 직수입이 아니라, 근대 조선이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역사적 시기를 거치며 일본을 매개로 외래 스포츠 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각인되었음을 보여주는 아주 생생한 증거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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