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키 크로스라는 명칭은 영어의 ‘스키(ski)’와 ‘크로스(cross)’의 합성어다. 여기서 ‘크로스’가 품은 뜻은 다층적이다. 어원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스키 크로스는 전통적인 동계 스포츠의 엄숙함에 반기를 든 젊은 세대의 장난기와 스릴 추구에서 비롯됐다. 1970년대 말 미국 알래스카의 알리에스카(Alyeska) 슬로프 등지에서 모터사이클 크로스(모토크로스) 경기를 눈 위에서 스키로 구현해보려는 시도들이 이 종목의 효시가 되었다. (본 코너 1910회 '왜 ‘크로스컨트리 스키’라고 말할까' 참조)
이후 1990년대 스노보드계에서 ‘보더크로스(boardercross)’ 열풍이 불어닥친 이후, 스키 진영에서도 이에 호응하여 본격적인 정규 종목으로 기틀을 잡았다. 정형화된 슬로프를 거부하고 뱅크(경사 커브), 대형 점프대, 롤러(연속 요철) 등 온갖 장애물을 설치해놓은 코스를 네 명의 선수가 동시에 내달리는 이 난리법석 같은 경기는, 순식간에 전 세계 익스트림 마니아들의 심장을 사로잡았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흥미를 높이기 위해 ‘혼성 팀 종목(Mixed Team Ski Cross)’이 정식으로 추가됐다. 남자 선수 1명과 여자 선수 1명이 한 팀을 이루어 시차를 두고 출발해 릴레이 형식으로 승부를 가르는 이 종목은, 개인전 못지않은 손에 땀을 쥐는 명장면을 만들어내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종목 이름에 크로스가 들어간 만큼, 이 종목은 출발부터 결승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의 연속이다. 급커브 구간에서는 순위 다툼으로 인한 아슬아슬한 충돌이 비일비재하고, 공중을 날아오르는 점프 대결에서는 눈을 뗄 수 없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다만 이름이 ‘크로스(교차·충돌)’를 뜻한다고 해서 고의로 상대를 밀치거나 방해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 철저한 규칙의 테두리 안에서 오직 속도와 기술, 그리고 대담한 담력으로 승부를 겨루어야만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
정제된 설원 위를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전통 스키의 문법에서 벗어나, ‘함께 달리고 부딪친다’는 파격적인 발상에서 태어난 스키 크로스. 그 이름이 품은 어원처럼, 이 종목은 앞으로도 차가운 겨울바람을 뚫고 가장 뜨겁고 짜릿한 승부의 드라마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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