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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919] 스키에서 왜 '복합(combined)'이라 말할까

2026-09-28 07:17:52

노르딕 복합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노르딕 복합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키 종목을 살펴보면 유독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바로 ‘복합’입니다. 알파인 스키의 ‘알파인 복합(alpine combined)’이나 두 가지 전혀 다른 영역을 하나로 묶은 ‘노르딕 복합(nordic combined)’이 대표적이다. 스키에서 ‘복합’이라는 타이틀은 단순한 이벤트성 경기를 넘어, 이 스포츠가 걸어온 역사와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상징적인 지위이다.

‘복합(複合)’이라는 단어는 한자어와, 스키 종목에서 쓰이는 영어 표현(combined)의 어원이 각각 다르게 존재한다. 복합한자어는 ‘겹칠 복(複)’과 ‘합할 합(合)’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가지 이상의 요소를 겹쳐서 하나로 합친다’는 뜻을 갖는다. 스키 종목에서는 스키 점프와 크로스컨트리 등 서로 다른 두 가지 경기를 겹쳐서 치르는 종목을 뜻할 때 이 한자어를 번역해 사용한다. (본 코너 1910회 ‘왜 ‘크로스컨트리 스키’라고 말할까‘, 1912회 ’왜 ‘스키 점프’라고 말할까‘ 참조)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면 복합이라는 한자어는 나오지 않는다. 이 단어는 조선시대의 고전 한자어가 아니라, 서양의 근대 스포츠 용어인 'combined'를 번역하기 위해 근현대 이후 들어온 일본식 한자어일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언론은 개화기를 거쳐 일제강점기 때 스키 용어로 복합이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2년 1월20일자 ’인터·칼에지·스키 北大斷然優勝(북대단연우승)‘ 기사에서 ’(경기)는複合(복합)쩜프·準(준)쩜프·릴레이等(등)의三種目(삼종목)이엿다 ▲複合(복합)쩜프 宮村(궁촌)(北大(북대))2奧村(오촌)(北大(북대))3田谷(전곡)(小樽(소준))4山田(산전)(北大(북대))5若月(야월)...‘라고 전했다. 1930년대 초반 이미 언론에서 복합(複合)이라는 한자어를 스키의 세부 종목(점프, 릴레이 등과 함께 쓰이거나 복합 점프 등의 형태)을 지칭하는 전문 용어로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서구의 'combined' 개념이 일제강점기 조선 사회의 언어생활과 미디어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자리 잡았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영어 ‘combine’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라틴어에 닿아 있다. 접두사 ‘com’은 ‘함께, 같이’라는 뜻이며, bini’는 둘 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둘을 묶은 라틴어 어원 동사 ‘combīnō’는 '두 가지를 함께 짝지어 묶는다' 또는 '결합하다'라는 뜻이다. 스키의 '복합(combined)'은 어원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전혀 다른 두 개의 재능이나 종목을 함께 묶어, 가장 균형 잡히고 뛰어난 능력을 증명한다"는 본래의 의미를 충실히 담고 있다

어원의 뿌리를 더듬어 보면, ‘복합(combined)’의 역사적 배경에는 ‘전문화’와 ‘종합’이라는 두 가지 흐름이 공존한다.

초창기 스키는 북유럽(노르딕)의 생존 수단이자 이동 수단이었다. 이후 알프스산맥을 품은 중부 유럽(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서 가파른 경사를 빠르게 내려오는 ‘알파인 스키’가 독자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스키가 속도 중심의 활강(downhill)과 정교한 턴 기술의 회전(slalom) 등으로 세분화됐다. 이 과정에서 생긴 것이 바로 복합이다. 스키어의 진정한 우열을 가리기 위해선 폭발적인 스피드(활강)와 섬세한 제어 능력(회전)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철학이 '콤비네이션'이라는 이름으로 결합한 것이다. (본 코너 1915회 '스키에서 왜 ‘활강(downhill)’이라 말할까', 1916회 '스키에서 왜 '회전(slalom)'이라 말할까' 참조)

알파인보다 더 극적인 복합의 역사를 지닌 곳은 단연 ‘노르딕 복합(nordic combined)’이다. 이 종목은 스키점프의 비행 본능과 크로스컨트리의 마라톤적 인내심을 한 사람의 선수에게 요구한다.
공중을 날아오르는 ‘예술과 담대함’의 스포츠와,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체력과 극복’의 스포츠는 언뜻 정반대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원적·역사적으로 이들은 겨울 산악 지형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구사하던 모든 신체 기술의 집약체였다. 서로 다른 두 세계를 하나로 ‘연결(combine)’한다는 것은, 결국 스키가 가진 모든 매력의 완벽한 총합을 완성하겠다는 의도였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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