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 유니콘스와 격돌한 한국시리즈는 7차전도 모자라 9차전까지 치러야 했다. 1차전은 현대가 이겼고, 2차전은 비겼다. 3차전은 삼성이 이겼고, 4차전도 비겼다. 5차전은 현대가 가져갔고, 6차전은 삼성이 이겼다. 7차전은 또 비겼다. 7차전이 끝났는데도 양 팀이 2승 3무 2패로 4승을 먼저 한 팀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8차전을 진행했는데, 현대가 이겼고 9차전도 1점 차로 이겨 천신만고 끝에 4승 3무 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초반 계속 내리는 비로 마운드와 타석은 진흙탕이 됐다. 그런데도 경기는 강행됐다. 2회초에는 투구판에 흙이 엉켜 투수가 정상적인 투구를 할 수 없어 6분간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8회말에도 폭우 때문에 10여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그라운드는 물바다가 됐다. 야수들은 어이없는 실책을 남발했다. 2회초 삼성 1루수 양준혁이 현대의 이숭용의 타구를 어이없이 놓쳤다. 9회말에는 현대 유격수 박진만이 삼성의 신동주가 친 평범한 내야 플라이를 놓쳐 역전의 빌미를 제공할 뻔했다.
20년이 흐른 지금 삼성은 KIA 타이거즈와 한국시리즈를 벌이고 있는데, 또 비가 내린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비 때문에 삼성은 애를 먹었다. 다행히 순연된 경기를 다 쓸어담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기는 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는 시작부터 비가 내려 '우천시리즈'가 되고 있다.
20년 전 비록 현대 소속이었지만 비 때문에 고생했던 박진만 감독은 비만 내리면 찜찜해할 수밖에 없다.
박 감독은 1차전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중단되자 불만에 가득찬 표정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시즌 중에도 없던 상황이 발생해 당황스럽다. 선발 투수를 쓰고 경기가 중단되는 경우를 걱정했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비가 오면 선수 보호 차원에서 경기를 안 하는 게 좋다"고 일갈했다.
삼성이 20년 전 악몽에서 벗어나 이번 '우천 한국시리즈'에서는 승리할지 주목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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