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2011년 IOC 총회에서 인사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41213071017063095e8e9410871751248331.jpg&nmt=19)
한국 레슬링 역사는 ‘이건희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서울사대부고 재학 시절 레슬링과 인연을 맺은 바 있던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82∼1997년 대한레슬링협회 21∼24대 회장을 지내며 한국 레슬링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이 회장 재임 시기 한국 레슬링은 올림픽 7개, 아시안게임 29개, 세계선수권 4개 등 40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레슬링은 우리나라 스포츠 종목에서 협회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결과가 어떤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종목이다. 레슬링은 종목을 불문하고 세계선수권대회(장창선 1966년 미국 톨레도 대회)와 올림픽(양정모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처음 대한민국에 금메달을 안긴 종목이다. 1984년 LA 올림픽부터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2008년 베이징 올림픽만 빼고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김현우가 동메달을 딴 이후 2021년 도쿄 올림픽,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 '노 메달'에 그쳤다.
한국 레슬링의 흥망성쇠를 말할 때 이 회장의 존재는 결코 빠질 수 없다. 1981년 서독 바덴바덴 IOC 총회에서 일본 나고야를 물리치고 서울로 1988년 올림픽을 유치하는데 성공한 전두환 정권은 올림픽 메달 유망 종목 지원을 대기업에 맡겼다. 탁구협회는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 복싱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유도는 박용성 두산그룹 사장이, 당시 삼성그룹 부회장이었던 이건희 회장에게는 대한레슬링협회가 주어졌다.
이 회장은 레슬링 협회를 맡자마자 팔을 겉어붙이고 나섰다. 협회 조직화에 나섰고, 선수 양성을 위해 국제대회에 본격적으로 파견했다. 직접 선수들 경기 모두를 동영상으로 찍어 공부를 하기도 했다. 단지 돈 주는 후원가가 아닌 목표를 같이 설정하고 직접 함께 한 것이다. 레슬링를 한 적이 있는 이 회장은 당시로서는 레슬링 전문가들도 잘 쓰지 않는 ‘레슬링 근육을 만들라’라는 말을 하며 체력과 기술의 전문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16년간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300억원 정도를 썼다고 한다.
한국 레슬링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다시 획득하기 위해선 이 회장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레슬링인들은 얘기한다. 현재 한국 레슬링은 2012년까지 회장사를 맡았던 삼성이 퇴장하면서 일부 레슬링인들이 협회 주도권을 잡기 위해 법정에서 파벌 싸움을 벌이고 있어 협회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2021년 4월 법정 싸움 끝에 육가공업체 CKF 푸드시스템의 조해상 회장을 제36대 회장으로 영입했지만 아직도 구 집행부 임원들과의 법정 시비가 이어지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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