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359] 승마에서 왜 ‘장애물 비월’이라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5-02-22 08:43
2020 도쿄올림픽 장애물 비월 단체전에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한 미국 록 음악의 전설로 통하는 브루스 스프링스틴(72)의 딸 제시카(30·미국). [AFP=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장애물 비월 단체전에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한 미국 록 음악의 전설로 통하는 브루스 스프링스틴(72)의 딸 제시카(30·미국). [AFP=연합뉴스]
2006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제작한 태평양전쟁 영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일본군의 시각에서 처참하게 죽어가는 개인들의 아픔을 전해줘 큰 감동을 주었다. 일본 제국주의가 맹위를 떨치던 태평양 전쟁 말기, 천황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무장한 일본 군인들은 사지로 내몰리며 목숨을 잃었다. 당시 죽은 수많은 일본군 희생자 중에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있었다. 1932년 LA올림픽 승마 장애물종목에서 우승한 니시 다케이치 남작(西竹一, 1902~1945)이다.

1932년 LA올림픽에서 동양인으로는 사상 처음 승마 장애물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니시 남작과 그의 애마 우라누스.
1932년 LA올림픽에서 동양인으로는 사상 처음 승마 장애물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니시 남작과 그의 애마 우라누스.


그는 남작 작위를 가진 귀족이자 일본의 기병 장교였다. 1930년 니시는 기병 장교 훈련차 이탈리아에 들렀다가 마음에 꼭 드는 말 한 마리와 조우하게 됐는데, 니시는 우라누스, 즉 천왕성이라고 이름을 붙인 그 말과 짝을 이뤄 승마 역사상 동양인으로서는 지금까지 전무후무한 승마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육군 기병장교 중위 신분으로 올림픽에 출전, 금메달을 따고 대위로 진급했다. 그는 1945년 중령으로 태평양 전쟁에 참전해 이오지마 전투에서 전사했다. 전차부대 지휘관으로 “도쿄의 야스쿠니신사에서 다시 만나자”며 죽기 마지막까지 싸웠다. 그의 생명만은 구하기 위해 미군들은 전쟁 전 그와 친했던 미군 대령을 불러, 투항을 권유했으나 끝내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집단 자결로 삶을 마무리했다는 후문이다. 그가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비화로 남았다. 서양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승마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니시 남작은 전쟁에서 전사함으로써 영예로운 군인으로 평가받았다.

승마에서 ‘장애물 비월(障礙物飛越)은 말을 타고 여러 장애물을 넘는 경기이다. 장애물 비월은 일본식 한자어로 장애가 되는 물건이라는 뜻인 ’장애물(障碍物)‘과 날아서 넘는다는 뜻인 ’비월(飛越)‘이 합성된 말이다. 영어 ’show jumping‘을 한자어로 의역한 것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show jumping‘은 영국에서는 스포츠 사냥의 일환으로 18세기 중반으로 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점프의 기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스포츠 사냥의 필수적인 부분이었다. 경기는 처음 공원이나 귀족 정원에서 열렸으며, 울타리, 도랑, 나무와 같은 자연 장애물로 코스를 구성됐다. 19세기에는 울타리와 통나무와 같은 인공 장애물을 포함하는 코스로 시작해 점점 더 기술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세계 최초로 기록된 장애물 비월 대회는 1864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시범 경마 쇼의 일환으로 열렸다. 주로 사냥꾼의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높이뛰기와 와이드 도약 종목이 포함돼 매우 인기를 끌었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서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일본의 영향을 받아 해방이후부터 장애물 비월이라는 말을 체육면에서 다루기 시작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경향신문 1953년 10월22일자 ‘34回全國體育大會(회전국체육대회) (3) 今(금) 22日(일)에 盛大(성대)히 閉幕(폐막)’ 기사에 마술 장애물 비월 경기 전적을 보도했다.

대한승마협회 경기규정에 따르면 장애물 비월경기는 선수와 말이 다양한 조건으로 설계된 장애물 경로를 통과하며 평가받는 경기이다. 장애물비월 경기의 경로는 말의 자연스러움, 힘, 기술, 속도, 복종, 그리고 선수의 승마술을 선보이도록 고안되어 있다. 선수는 장애물 낙하, 거부, 소정 시간 초과 등의 실책을 범하게 되면 감점을 받는다. 경기 유형에 따라 가장 감점을 적게 받거나 가장 빠른 시간에 경로를 완주하거나 가장 높은 득점을 받은 선수가 우승한다. 통상 700~800m의 코스에 장애물 13~16개를 설치하여 정해진 시간 내에 장애물을 뛰어넘는 경기로 장애물을 뛰어넘는 결과에 따라 벌점이 적은 선수 순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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