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은 원래 ‘아래’라는 의미의 부사로 많이 쓰이지만 복싱 용어로 쓰일 때는 쓰러진다는 명사형으로 사용한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Down’은 고대 영어로 언덕에서 떨어진다는 의미인 ‘Dune’에 어원의 뿌리를 둔다. 1860년 축구에서 ‘태클로 (상대 선수를) 쓰러뜨리다’라는 의미가 생겨났고, 1889년 미국 영어에서 권투 선수가 쓰러지는 상황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폴 딕슨 미국야구용어사전에 의하면 시카고 인터오션지는 1888년 7월12일자에서 ‘two downis two out’라고 전해 ‘down’을 아웃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다운이라는 말을 썼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의하면 조선일보 1934년 3월12일자 ‘만도인기집중(滿都人氣集中)한 올림픽권투(拳鬪)’ 기사는 ‘빤담급(級)의 왕자김군(王者金君)에 대(對)하야는 최군실력(崔君實力)의 차심(差甚)하야 김군(金君)의 좌(左)『스트렛』을 안면(顔面)에마저 사차(四次)나『다운』되엿다가 이분오초(二分五秒)에 TKO로 김군쾌승(金君快勝)’이라고 전했다.
복싱에서 슬립(Slip)은 말 그대로 미끄러져 넘어지는 것을 뜻한다. 주먹으로 맞지 않고 다른 요소에 의해 선수가 넘어질 때, 슬립 다운이라고 말한다. 슬립 다운은 판정에 반영하지 않고 경기를 속행한다. 단 주심이 슬립을 선언했더라도 부심이 보는 각도에 따라 주먹을 맞고 넘어졌을 경우는 채점을 할 수 있다. 보통 다운되면 상대를 넉아웃 시키지 않는 이상 점수로 경기를 이기기는 힘들다. 상대를 1번 이상 다운시키면 경기 흐름에 따라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
우리나라 프로복싱 영웅 홍수환은 4번 다운되고 일어나 KO승을 거둔 ‘4전5기’의 챔피언으로 유명하다. 홍수환은 1977년 11월 중남미 파나마에서 열린 WBA 주니어페더급 초대 챔피언 결정전에서 ‘지옥에서 온 악마’로 불리던 17세 신예 복서 헥토르 카라스키야와 맞붙었다. 한 라운드에서 세 번 다운되면 자동 KO패하는 것이 당시 일반적인 룰이었는데, 카라스키야가 무제한 다운제를 제안해 바뀌었다. 홍수환은 2회 4번 다운됐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3회 극적인 역전 KO승을 거뒀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관련기사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report@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