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304] PSV 아인트호벤은 어떻게 한국과 깊은 관계를 맺었을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1-02-26 06:01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이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진출을 이끌며 호흡을 맞췄던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 이영표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환호하고 있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이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진출을 이끌며 호흡을 맞췄던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 이영표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환호하고 있다.
네덜란드 프로축구 PSV 아인트호벤은 한국과 많은 인연을 맺은 팀이다. 벨기에 가까이 위치한 네덜란드 남부 도시 아인트호벤을 연고지로 삼아 아약스와 함께 네덜란드 프로축구를 양분하는 명문클럽이다. 대표적인 한국 축구 선수들이 거쳐가 유럽 축구팀 중에서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하다.

정식 명칭은 ‘Eindhovense Voetbalvereniging Philips Sport Vereniging’이다. 아인트호벤 필립스 스포츠클럽이라는 의미이다. 필립스라는 말이 들어간 것은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전자회사 필립스사가 운영하기 때문이다. 아인트호벤은 1913년 제라트 필립스와 안톤 필립스 두 형제가 운영하던 로열 필립스 일렉트로닉스가 창단했다.
1980년부터 1982년가지 허정무가 뛰면서 한국에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필립스팀으로 소개됐는데 1982년, 1983년 한국 대통령배 축구대회에 참가해 각각 3위와 1위를 차지했다. 허정무는 3시즌 동안 77경기에 출장해서 11골을 넣었다.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것을 감안하면 꽤 준수한 기록이다. 허정무는 1982-1983 시즌 팀의 준우승에 기여했으며, 1983년 계약이 만료된 후 국내로 복귀했다.

아인트호벤은 거스 히딩크 감독과의 인연으로 한국에 더욱 많은 관심을 받았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 시절 아인트호벤에서 뛰었으며 감독으로 성공시대를 열었다. 1970년 공격형 미드필더로 2년간 활약했던 히딩크는 1983-84시즌부터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1984-85년 시즌부터 수석코치를 맡던 히딩크는 1986-87시즌 감독 대행에 취임하면서 바로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정식감독으로 취임한 1987-88시즌에 네덜란드 리그 에레디비지에, 컵대회인 KNVB컵, 유럽피언컵을 모두 우승해 트레블을 달성했다. 이후 리그 우승을 두 번 더 차지한 히딩크는 아인트호벤 역사에 있어 전설적인 감독에 등극했다. 유럽축구 역사에서 유러피언 트레블을 이룬 9명의 감독 중 한명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터키 페네르바흐체와 스페인 발렌시아와 레알 마드리드, 베티스 감독을 역임했던 히딩크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으로 한국을 5-0으로 대파했던 인연을 가졌던 히딩크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을 이끌고 4강에 오른 후 다시 아인트호벤으로 복귀했다.

히딩크 감독은 아인트호벤 2기 시대를 열면서 박지성과 이영표를 영입했다. 아인트호벤은 2003년 한국에서 개최한 피스컵 대회에 출전, 초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박지성, 이영표가 뛰던 아인트호벤은 한·일 월드컵 4강 인연으로 인해 마치 한국대표팀과 같은 환대를 받았다.
히딩크 감독 휘하에서 박지성, 이영표는 주전으로 자리를 잡으며 발군의 활약을 펼쳤다. 2004-05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4강을 이끈 둘은 단연 주목을 받았다. 박지성은 4강 2차전 AC 밀란과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선취골을 터뜨려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이로인해 박지성은 UEFA에서 선정한 최고의 공격수 부문 후보에 올랐다. 아인트호벤 팬들은 박지성에 활약에 환호하며 응원가로 ‘위송 빠레(박지성의 네덜란드식 발음)’를 부르기도 했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 훗스퍼로 진출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인트호벤에서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만약 히딩크 감독을 만나지 않았으면 힘들 일이었다.

아인트호벤은 2013-14 시즌 박지성을 프리미어리그 퀸즈 파크 레인저스에서 임대로 이적해왔다. 아인트호벤은 시즌 종료 후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던 박지성이 은퇴를 선언하자 박지성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하고 별도의 은퇴식까지 열어 주는 등 특별 대우를 해주었다. 한국 축구팬들에게 아인트호벤은 마치 한국 축구의 해외 지부같은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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